모르는 척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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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괴롭힘을 당해도 너희들은 모두 언제나 모르는 척했다지?"

"......"

"왜 안 도와줬니?"

"그랬다가는 우리까지 당하는걸요."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건 그 애를 괴롭히게 도와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여럿이서 한 아이를 아프게 하는 거라고.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냐?"

- 본문 중에서

 

얼마 전 보았던 "돼지의 왕"이 떠오른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보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내가 나서면 똑같이 당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은 괴롭히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길 바라며 모르는 척,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한 아이가 용감하게 맞서보지만 안타깝게도 그 끝은 처참하다.

현실은 이렇지 않아!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현실이 이보다 덜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지인에게서 초등 저학년부터 이유없이 찍혀 왕따를 당하던 한 아이가 결국은 전학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말로 아이는 참 착하고 밝은데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실내화 주머니를 변기에 빠뜨리고 중요 부위를 맞아 병원에까지 갔다는 말, 교장실에 찾아가고 엄마가 학교에 찾아갔지만

아이를 향한 왕따는 변함이 없었다고. 결국 그 아이는 전학을 갔단다.

 

<모르는 척>이 책을 읽고나니 역시 나도 방관자였구나라는 걸 깨닫게된다.

아이가 왕따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내 아이가 당사자가 아니기에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 후로도 내 아이, 내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마음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아무도 내 안타까운 상황에 귀를 기울여주지않고 관심을 가져주지않고 방관하고 있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된다.

 

'돈짱'이라 불리는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 아이다.

별다른 이유도없이 '돈짱'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그러지말라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소리라도 질렀다면 달라지는 것이 있었을까.

아이들은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도 왕따를 시키는 무리의 보복이 두려워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께도 한마디 말하지 못했고 안타깝게도 선생님도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돈짱'에 대한 점점 괴롭힘의 강도는 심해지고 일상적인 괴롭힘을 넘어서 공개적으로 친구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짓까지 당하고 만다.

 

이 책에서는 '돈짱'의 왕따를 알고는 있지만 어쩌지 못하고 지켜만 보는 방관자 아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아이는 부모님께도 의논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그런 애들은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는 답뿐이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고 오히려 조용히 하라며 혼만 난다.

이 이야기가 책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왕따를 당하는 아이 뿐아니라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선생님, 부모가 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아이의 인성보다는 성적에 더 눈이 가는 어른들.

나도 그런 어른이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기에 더욱 마음이 쓰리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친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다.

겉으로만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닌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듯하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 선생님이 같이 봐야하는 책 <모르는 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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