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 창가 제라늄 화분에서 마당의 살구나무까지 일상으로 정원을 들이는 법
주례민 지음 / 위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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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썸,식물을 키우는 손

영국 정원을 돌아보며 적잖게 놀란 점이 있다. 정원이 크거나 작거나 관계없이 둘러보는 사람들 가운데 노부부가 함께 거니는 모습이 많아 보인다. 손을 꼭 붙잡고 정원을 거닐거나, 함께 화단을 바라보며 소곤소곤 한참 동안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 말이다." -276 page
정원에서 함께 늙어간다는 것. 얼마나 멋진 말인가!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는 일이 아닐까싶다. 언젠가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남편과 함께 정원이 있는 한적한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꿈. 그 꿈이 현실이라는 영국 정원 노부부의 뒷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일상으로 정원을 들이는 법을 담고 있다는 이 책은 조경산업디자인공모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실내 정원공모전 등 공모전을 수상한 저자가 손쉬운 가드닝부터 정원없이 즐기는 가드닝까지를 소개하고 있다. 정원을 가꾸는 방법을 담았다기보다는 정원을 바라보는 저자의 에세이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정원알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그린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린썸과는 정말 거리가 먼 사람이다. 꽃집에서 너무 예뻐서 사온 화분들이 우리집에 오는 족족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 하고싶지만 안되는 것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런데 그린썸이라니 내겐 너무도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 책 속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이런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하지만 이내 만만치않다를 깨닫는다.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단을 만들 자리에 구획을 지어 맨땅을 뒤짚어야하고 삽으로 흙을 부수고, 부엽토를 고르고 섞어 엎어 정리하고 온몸을 써서 움직여야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이때 멈추면 정원을 갖는다는 꿈은 과감히 버려야한다. 고단함을 이기고 출발하면 끝까지 달려야하는 마라톤처럼 다가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어린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 날씨에 관심을 가지는 재미, 열중 할 수 있는 재미, 이런 재미들이 가드닝의 재미고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어떤 재미일까! 더욱 궁금해진다. 빨간 매니큐어 대신 초록물을 들이고 싶은게 꿈이라는 저자의 그 이유와 감정들이 이 책에 녹아있다.

'정원사'가 영국과같은 나라에비해 우리 나라에선 생소한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영국에선 만족도 높은 직업이란 설문조사에서 가드너, 플로리스트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더욱 정원 문화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저자는 이런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정원에서의 우아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런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How-Tos에서는 정원을 가꾸는 소소한 방법에 대해서도 사진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허브를 토분에 심어 바스켓에 모아두면 허브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 하지만 뿌리줄기로 흙이 있는 곳곳을 침범하며 퍼지는 민트 종류른 따로 재배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깨알같은 정도보 담고 있다. 정원가꾸기에 초보보다는 조금은 관심을 두거나 가꿔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내용이다.

햇살 좋은 곳에서 아이와 함께 내가 꾸민 정원에서 편하게 누워 책을 읽고 여유를 부려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꿈만 꾸는 것을 이미 누군가는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언젠가는 내게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수도 있지않을까 생각해본다. 여유라곤 찾아보기 힘든 도시생활, 긴 시간 공을 들여 흙을 만지고 생명을 키우는 작업은 정말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도 그 맛과 재미가 느껴진다. 어설픈 그린썸이라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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