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김호경 지음, 전철홍.김한민 각본 / 21세기북스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 명량 원작소설 민초들의 노고를 잊지 말라!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역을 맡은 영화 명량이 개봉했다. 실감나는 촬영을 위해 실제 고증을 거쳐 배를 만들고 우리나라의 갑옷은 우리 나라에서 일본의 갑옷은 일본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영화를 보기 전 책을 먼저 접했다. 책에는 영화에서는 담지 않은 이야기들도 담겨있다는 말에 더욱 궁금했다. 영화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떠올리며 책을 보니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동안 임진왜란, 그밖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면 민초들의 이야기보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들에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된다.

그런데 이 책 '명량'에서는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민초들에게도 시선을 옮기게 만든다.

 

배가 스르르 앞으로 나아가자 격군실의 노꾼들이 노를 놓고 앉아서 역시나 처음으로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누군가 자랑스럽게 중얼거렸다.

"나중에 우리 후손 아그들이 우리가 이리 개고생헌 것을 알기는 알까?"

"모를 리가 있나? 이순신 장군의 위업을 어찌 잊겠는가?"

"그 위업에 우리 민초들의 노고도 쪼까는 생각혀주겠지지."

"암먼."

피터지는 싸움보다도 그 상황에 처해있는 민초들의 감정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임진왜란으로 나라 안밖이 위태로운 시기.

이순신장군은 전장에서 왜구에 맞서 싸워야할 때 누명을 쓰고 파면을 당하고 모진 고문을 받게된다.

한양으로 임금을 제거하기 위해 몰려오는 왜군을 막고자 다시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한다.

하지만 이순신에게 던져진 것은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떠는 백성뿐이었다.

망가진 거북선 한대와 12척의 배. 그것이 전부였다.

 

전의에 불타올라 전쟁이 임에야할 장수들도 이순신을 불신할 수 밖에 없었다.

330척에 달하는 배와 엄청난 군사로 밀려들어오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왜구를 보며 절망과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탈열하는 군사와 반역을 꾀하는 장수를 두고 이순신은 고뇌한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배를 어찌 상대할 수 있겠는가.

백성들도 군사들도 모두 기나 긴 전쟁과 잇다른 패배로 지쳐만 갔다.

 

왕에게 버림받으면서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수군의 장군으로 남으려는 이순신.

그는 왜 끝까지 수군으로 남으려했을까. 그는 임금, 왕에게 충성하기 위해서 그토록 모진 고통을 감내했던 것인가.

아니다. 그는 백성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이었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따라야하고, 그 충은......임금이 아니라 백성에게 있다.

이회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버지의 말은 충격이었다. 신하가 추구하는 것이 임금이 아닌 백성에 대한 의리라니!

 

임금이 아니고 백성이란 말입니까?

 

그렇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고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언제나 백성이 최우선이고 맨 마지막에 임금이 있을 뿐이다. 

 

그 백성은 저 살기만을 바랄 뿐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습니다.. 저 들풀 같은 백성들에게 무엇을 바란단 말입니까.

 

얼마전 종영한 '정도전'이 백성을 위한 나라를 세우자고 외쳤던 것이 생각난다.

임금에게 충성하는 신하가 아닌 백성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정도전이 떠오르며 이순신 또한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장수였단 걸 깨닫게된다.

여기에 이 책이 포인트가 있다.

저 살기만을 바랄 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들풀같은 백성들 이들이 명량에서 해낸 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고있다.

그 민초들의 이야기가 진짜 '명량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의리를 지킨 이순신의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며 아주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 한척마저 불타버리고 남은 것은 단 12척의 판옥선.

전의를 상실한 장수들과 노를 젓는 민초들.

그들이 상대해야하는 건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는 용병 구루지마였다.

이순신을 죽이고 그대로 한양을 함락해서 조선을 지배하려는 구루지마의 야욕은 엄청나다.

 

 

목숨에 기대지 마라!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다! 또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만일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의 무서운 용기로 나타날 것이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며 12척의 배로 330척에 맞서려 나선다.

장군이 타고 있는 배가 맨 뒤에서 있어야하지만 이순신장군은 나머지 판옥선을 뒤로 하고 대장선이 제일 앞서 왜군에 맞섰다.

누가봐도 질 것이 뻔한 전투에서 굴하지않고 뛰어난 지략을 펼쳐 패배가 뻔한 상황에서 점점 승리의 깃발에 가까워간다.

뒤에서 말로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몸소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준 이순신 장군.

그의 모습을 보고 뒤에 숨어 언제든 도망갈 상황만 보고 있던 판옥선들이 하나 둘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서 싸움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때 숨겨진 민초들의 노고가 있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들의 희생.

자신의 남편이 뻔히 죽는 것을 알면서도 수군에게 포를 쏠 수있는 위치를 알려줘야만 했던 아낙네의 희생을.

들풀같은 백성들의 용기에 마음이 짠해지고 만다.

임진왜란을 떠올리며 한번도 이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순신은 귀를 틀어막았다. 처절한 고함, 매캐한 연기, 연기증, 막막함, 분노가 동시에 그를 덮쳤다.

설핏 눈을 뜨니 바닥에 엎두린 군사들과 왜병 모두 귀를 막고 괴로워했다.

데굴데굴 구르는 왜병과 얼핏 눈이 마주쳤다.

한 어머니의 아들이 분명한 그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 담겼다. 이순신은 당혹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순신'장군하면 '성웅','영웅'이라는 이미지가 탁 떠오른다. 광화문에 늠름한 모습으로. 그런데 이 책에서는 조금은 다른 모습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났다.

죽고 죽이는 치열한 싸움터 명랑에서 왜병에게 느끼는 감정을 보며 진짜 이순신을 보게된다.

그도 고뇌하는 인간이었음을 알게된다.

 

이 책에서는 임진왜란 긴 전쟁에서 단 하나의 전투 명량해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전쟁에 대한 참혹함과 짠함이 밀려오는데 그 긴 시간동안의 백성들과 이순신 장군의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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