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양
우메다 슌사쿠.우메다 요시코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태양. 분명 아이들 그림책인데! 두께에 놀라고 말았다. 204page.

아이 잠자리에서 읽어주다가 목이 아파 켁켁 거리면서도 끝까지 읽어준 책이다.

중간 중간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아이들 책인데 자꾸 내용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아마도 내가 아무것도 못해주는 어른이라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자책하는 눈물일지도.

 

나는 책 속 어른처럼 곤경에 처한 아이를 보고 용감하게 맞서 싸워줄 수가 없는 어른이다.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황을 모면할까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어른이다.

왕따는 나와 나의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일 것이다 눈 감고 외면하고 있는 어른이다.

 

베란다에서 쳐다보면 바로 보이는 벤치.

삼삼오오 남학생들이 모여있다.

분명 덩치는 나보다 크고 키도 크지만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학생이란 건 알 수 있다.

처음엔 모여서 컵라면을 먹고 쓰레기를 집어 던지더니 축구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왠지 모여있으면 무슨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그래 아직 학생들이네라고 한편으로 안심했다.

아! 그런데 이 아이들이 대낮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 벤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운다.

그것도 바로 경비실이 보이고 자신의 집이 올려다보이는 곳에서!

너무나 황당해서 남편에게도 말해보고 경비 아저씨에게도 말해봤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결론은 부모도 어찌 못하는 것을 내가 어찌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예전 같다면 어른들이 지금 뭐 하는 거냐며 아이들을 혼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게 당연시되지가 않는다.

훈계하는 어른을 집단으로 구타하고 그게 아니라면 몰래 쫓아가서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하니

아무리 뜬소문일지라고 해도 무섭다. 선뜻 그 담배 끄지 못하겠냐는 말을 내뱉지 못한다.

답답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하는 어른도 아닌 나를 책망하게 된다.

 

 

 

 

 

점점 어른도 아이들도 우리 서로 상관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옆집 숟가락 수까지 알던 시절은 지나갔다.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니...

사는 게 점점 삭막해지는 것 같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고 하지만 정말 살기 좋아졌는지 엔 수긍하기 힘들어졌다.

 

이 책은 왕따를 당하는 한 소년이 등장한다.

전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하다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왕따를 당하고 만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아이들의 괴롭힘에 소년은 괴롭다.

선생님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준다고 하지만 소년은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결국 하루하루를 견디다 지친 소년은 학교로부터 도망친다.

이사리비라는 한적한 마을에 홀로 가게 된 소년.

그곳에서 소년은 사람들의 정을 느끼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자신의 자식처럼 느끼고 대해준다.

교장선생님도 외지에서 온 소년을 문제아라 생각하지 않고 따뜻하게 감싼다.

친구들도 형들도 동생들도 동네 주민들 모두 소년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 했던 관심과 사랑에 소년은 점점 자신감을 찾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고통 속으로 던져버린 그곳 학교로 돌아간다.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이사리비 마을에서 소년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을 아이들로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고 대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참 안타깝기만 하고

나는 뭘 해줄 수 없는 어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늘 모르고 솟아오르는 아파트보다 다닥 다닥 붙어살던 골목길 있는 주택이 사뭇 그리워진다.

예전엔 참 정있게 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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