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 지음, 양진성 옮김 / 문학테라피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이 문구에 확 끌려서 책을 들게 되었다.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줄 것 없는 사회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주는 작품,

임시직과 수습직을 여러 번 거치면서 야망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세대,

취업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취직당하다가 결국 노동을 거부하는 세대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는 말에 관심이갔다.

이 이야기가 우리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프랑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말에 이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란 생각에 더욱 궁금해졌다.

 

<Libre et assoupi> 란 제목으로 2013년 프랑스에서 영화화된 작품이다.

책으로만 접했을 땐 굉장히 암울한 느낌이었다.

세상과 문을 닫고 침대에만 누워서 사는 일본의 은둔자를 떠올려서 보는 내내 음울한 기분이었다.

주인공과 함께 땅밑으로 축축 껴져만가는 기분이 들었는데 영화 예고편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분위기랑은 너무도 다른 이미지!

 

 

 

 

 

 

우선 여자 주인공의 모습에 먼저 놀랐다. 책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는 약간 머리가 빈듯하면서도 팜므파탈의 느낌이었는데?

어라? 영화 속 여주인공은 범생이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다.

여러 남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육감적인 매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던 이미지가 팍 깨지는 것을 시작으로

남자주인공의 모습 또한 파격적이다.

 

 

 

"다행히 나는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화폐 단위는 잠이었다.

한 달 동안 낮잠 잔 시간을 돈으로 따지면 나는 백만장자였다.  '생활비는 벌어야 할 거 아냐!'하고 엄마는 화가 나서 말씀하셨다.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떡해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게으름뱅이에 둔하고, 스물여덟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곰과 뱀의 유전자가 합쳐져 생긴 괴물쯤으로 여겼다. 아바지에게 난 인간도 아니었다.

아들은 더더욱 아니었다." - 9page

책 속 문구를 통해 듣게되는 주인공의 생각은 무척이나 사람을 한심하게 보이게도 하고 우울하게만 보이게 했다.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은 너무도 다르다!

은둔자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 유쾌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까지 들게했다.

내가 책을 통해 느끼던 프랑스 젊은이들의 암울함과 영화를 통해 느껴지는 것이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다니!

나는 도대체 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에서부터

지금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나는 그동안 너무나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동안 방송매체나 책을 통해 접하고있는 취업을 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이렇게 같은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된다.

이들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색안경을 끼고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일까.

아마도 이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세대들로 인해 더욱 답답한 세상을 살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넌 그냥 한 번도 제대로 일하려고 노력도 해보지 않은 빌어먹을 응석받이 어린애일 뿐이야.

일을 찾아봐, 뭐라도! 그리고 네가 공부 좀 했다는 이유로 따지고 고르는 것 좀 그만둬."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듯하지만 비수가 될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콕콕 집어 던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까지.

이 책이 프랑스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생을 포기하고 살고 있는 것아보이는 주인공은 부모의 잔소리를 피해 여자 친구의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집값이 비싸기때문에 같이 살며 집값을 같이 내고 있다. 벌이도 없이 모아놓은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은

여자친구도 떠나고 같이 은둔자 생활을 하는 친구도 떠나면서 점점 세상이라는 곳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그가 접하는 세상은 녹록치않다.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하찮은 일만 주어지고 그런 일을 하다보면 꿈도 없는 사람, 없는 존재가 되는 것만 같다.

사랑도 일도 그에겐 쉬운 일이 없다. 그런 그가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자동차 세일즈를 하게된다.

그는 쫓겨나지않고! 사표를 던지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는 은둔자생활과 적성에 전혀 맞지도 않은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

 

낮잠형 인간의 주인공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고 침대에 누워만 있을 것인지 박차고 나올 것인지,

그 선택에 무엇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선택은 정말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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