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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 - 전설로 남은 한국 영화의 풍운아 ㅣ 아이세움 역사 인물 25
서경석 지음, 금정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7월
평점 :

전설로 남은 한국 영화의 풍운아 나운규
"역사를 만든 인간의 기록"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그 인물의 행적을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한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리즈로 당대의 시대상에 엮인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며 세계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가 있다고 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일제 강점기 시절 영화 속에 민족정신을 녹여 사람들을 일깨우고 용기를 북돋울 수 있다고 믿은 나운규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위인전과 같은 느낌으로 전개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꼭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담고 있는 작은 박물관을 쭈욱 돈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역사를 만든 인간의 기록이라는 문구가 이해가 갔다.
나운규의 일생을 따라가며 그 시기의 상황을 [역사 마주보기]코너를 통해서 실사가 포함된 자료와 함께 들려주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일제강점기의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생각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단순하게 위인전과 같은 느낌으로 조선 최고의 영화인 나운규를 조명했다면 그 감흥이 덜했을 것 같다.
작달말한 키, 똥똥한 몸집, 시커멓고 우락부락한 얼굴로 배우는 어름없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결코 포기하지않고
나운규가 영화에 그토록 전념했던 이유를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이해하게된다.
서른여섯의 나이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고 만 나운규.
일제가 중일 전쟁을 위해 군수 물자를 만든다며 영화 필름을 녹혀 희귀 금속을 얻을 때 안타깝게도 나운규의 아리랑 필름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필름은 영원히 사라졌지만 나운규의 아리랑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고통과 설움을 달래준 것은 연극과 노래, 영화등의 대중예술이었다."
관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극장 문짝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소동이 일어 일본 기마경찰까지 출동했다.
1926년 10월 1일, 서울 종로통의 단성사에서 상영된 영화 <아리랑>을 보기 위해서였다.
민족영화의 신호탄을 울린 작품 나운규의 아리랑.
식민지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묶은 나운규의 아리랑은 영화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소리없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리랑.
내가 아주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TV를 통해서 흑백의 아리랑을 접할 수 있었다.
언제인지 무슨 내용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잡혀가고 있는 사람을 뒤로하고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오던 기억만은 선명하다.
움직이는 사진이라 불렸던 영화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세계최초의 영화는 1895년 12월 28일 밤 프랑스 카퓌신가의 인디언 살롱에서 상영되었다.
<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라는 영화였는데 기차가 객석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벌떡 일어나고 달아났다고 한다.
당시 영화 관람료가 성인 기준으로 10전에서 3원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등 암울한 일제강점기 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있다.
일제는 조선이 식민지라는 것을 끊임없이 홍보했는데 그 중 하나로 고종과 아들 순종의 사진을 넣은 홍보 엽서를 이용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한국에 이주한 일본 농민이 성공적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홍보하는 엽서도 발행했다고 하니
일제는 그 당시 엽서를 홍보용으로 많이 발행했단 생각이 들게 한다.
1920년대에 극장이 50곳, 1938년에는 110곳으로 늘어났다고 하니 영화가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사실과 함께 그 이유도 짐작하게 한다.
이 당시에도 영화배우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 여전하구나란 생각이 든다.
이 한권에 나운규의 일생과 함께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일제의 만행도 포함해서.
그리고 그 이면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그 당시 사람들이 즐기던 대중문화, 영화를 사와 그림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다.
인물의 행적을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인물 이야기. 매우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시리즈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