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여행자
한지혜 지음 / 민음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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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축제. 나와는 너무도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국내여행도 어려운데 세계여행, 그것도 8개국의 축제 여행은 무슨. 비관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만 꽉 찬다.

조금 더 어린 나이였다면 그래 언젠간 할 수 있지않을까라는 꿈이라도 가졌을텐데 너무도 현실적이 되버렸다.

대학생도 아니고 애가 있는 지금, 무슨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내게는 그런 여유란 없다! 마음을 꽉 닫아버린다.

 

 

 

 

 

그런데 책 속 이 사진을 보자 순간 얼음!

엘비스, 스팅, 라디오 헤드 등 세계 최고의 가수와 밴드가 가쳐 간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을 즐기는 엄마와 아기의 사진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여행은 나와는 너무도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내가 참 바보처럼 느껴지고 말았다.

내가 여행을 못떠나는 건 순전히 내 탓. 용기가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업고 활짝 웃고 있는 엄마. 둘의 모습에 눈이 오랫동안 머물었다.

왜 난 저렇게 아이를 데리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무엇이 내 앞을 이렇게 단단하게 막고 있었을까.

두려움에 갇혀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책 속 소개된 세계의 축제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살짝 마음 속에 자리잡는다.

 

 

 

 

 

 

저자는 현재 뮤지컬 배우의 길을 접고 남편과 함께 뉴욕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뉴욕 영화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 중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보며 삶을 참 도전적으로 적극적으로 사는 여성이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은 누군가는 하나하나 실천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작아지는 내모습.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싶은 일을 해가면서  살아야겠다 다짐하게된다.

어디서 저런 추진력이 나오며 에너지가 넘쳐 흐를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온 여행때문이 아닐까.

 

 

 

 

 

 

책에는 총 8개의 축제가 소개된다.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독일 옥토버페스트, 미국 뉴멕시코 열기구 축제,

이탈리아 유로 초콜릿 페스티벌, 브라질 리우 카니발, 스페인 라 토마티나, 일본 삿포로 눈꽃 축제,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단순한 축제소개가 아닌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있는 축제 현장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그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좀 더 크게! 좀 더 많이!! 담아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생생한 현장을 나도 좀 더 많이 느끼고 싶다고!!

가보지 못하는 곳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영국 그랠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무더운 여름에 머리도 감지 못하고 씻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민소매티안에 수영복을 입고 사람들이 보던말던 생수병하나로 몸을 씻는다.

생생한 사진으로도 담겨있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너도나도 수영복을 입고 나와 씻었다고 하니 그 모습을 상상하며 빵 터지고 만다.

저자의 당당함에 박수를!

 

호스텔 손님들에게 아침마다 일을 시키는 주인을 골탕먹인 일화도 깜짝 놀라게 한다.

늦게 일어나면 화장실청소와 싱크대 청소까지해야하는 이상한 호스텔.

저자는 사람들이 일거리에서 해방되라고 아침 나가는 길에 일거리가 적힌 카드를 몽땅 주머니에 넣고 나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말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나오는 것일까. 멋지단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지금, 즐거운가요?"

나는 인생의 즐거움을 대부분 여행에서 맛보았다.

길을 떠나면 호흡이 편해지고 내가 보였다. 나보다 느려도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계획 없이 느긋하게 어슬렁거렸다.

여행서에 나오는 명소만 찾아다니는 숙제 같은 여행은 싫다.

소소한 것에 감동받고, 잠시나마 그곳 사람들의 삶에 속하고 함께 호흡하는, 그런 여행을 원한다. 그래서 떠났다.

그곳에서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하나 되는 현장, 왁자지껄한 즐거움 그리고 그 이상의 따뜻함,

무엇보다 기쁨이 가득한 세계 축제의 마당으로. - 책 속에서

여행이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번쯤 너무도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나고 싶다란 말을 한다.

하지만 정작 어디로 갈지? 누구와 함께 갈지? 가서 뭘할지는 막막하다.

여행도 해본 사람이 잘 안다고.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여행사이트를 찾아보고 여행사의 짜여진 루트를 따라

뭐가 좋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여행의 내 여행이 아니다.

그런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감동이 없을 것 같다. 집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이야기가 툭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어쩌면 여행도 무조건 지르고 봐야하는 것 같다. 저자처럼!

 

저자가 축제여행자가 된 것도 아마도 짜여지지않은 여행, 삶을 즐기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하고 에너지를 얻었기때문이란 생각이든다.

이런 여행, 정말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언젠간 나도 축제 여행자가 되어 아무도 쓰지않은 여행일기를 쓰고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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