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3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고백'을 뛰어넘는 책이라는 이야기에 미나토 가나에의 책을 들었다. 워낙 '고백'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기에 그 다음 작품들은 아무래도 시들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과연 어떨까란 기대감과 의문으로 시작했다. 아! 그런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편이었다. 장편소설인줄 알고 들었다가 단편을 묶은 이야기라는 말에 살짝 기대치를 조금 낮추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야기에서는 뭉클하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끄덕거리게도되고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6편을 담았다. 소소한 듯하지만 마지막 반전과도 같은 결말들이 전하는 울림이 제법 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이 여섯 단편의 특징이란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이야기인 듯한데 마지막에서는 숨겨놓은 비밀들이 터져버린다. 그 비밀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따뜻함이 남기도 한다. '섬'을 떠올리면 왠지 비밀스럽고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을 이야기에 아주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고 싶어서 나간 사람, 남고 싶지만 나간 사람,

한 번 나갔다가 되돌아온 사람,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남은 사람,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 욕을 먹고 괴롭힘을 당해도 나고 자란 곳 이외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하는 사람......"

마지막은 어머니다. - 귤꽃 중에서

 

각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그리 유쾌하지 못한 유년을 섬에서 보내게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거나, 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고 사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거나,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오거나, 아버지에게 뺨을 맞은 기억을 지니거나... 하지만 이들의 삶에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비밀을 알게 되는데 사람의 오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혼자만의 머리로 판단하고 잘못생각하고 있는 오해. 이게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하루아침에 그것이 오해라고 깨닫는 순간 얼마나 허무해질 수 있는지 가슴에 뼈아픈 느낌을 남길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믿어서는 안된다는 사실까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참 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내 마음대로 상대편을 판단하고 오해를 해버리는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어머니의 출소가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평소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새파란 하늘에 흰 비행운 한 줄기가 그어져 있었다.

내게는 그 구름이 동아줄로 보였다.

언젠가 저 동아줄이 내려와서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주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했다." - 구름 줄 중에서

 

6편의 단편 중 '구름 줄'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짠해지고 말았다. 아버지의 폭행을 못견딘 어머니가 아버지를 칼로 찔렀다. 어머니는 교도소를 갔고 소년은 섬에서 살인자의 아들로 자랐다. 견딜 수 없었던 소년은 섬을 벗어나 새롭게 살고 싶었다. 소년은 도시로 나가 가수로 성공했다. 어머니와 누나를 섬에 남겨두고. 그들이 자신에게는 족쇄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유년시절 자신을 그토록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괴롭히던 동창이 회사기념식에 참석해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반협박에 못이겨 돌아온 섬. 그는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었고 자신을 살인자의 아들로 살게한 섬도 싫었다. 사람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일만하며 아침마다 개똥을 치우고 청소를 하며 사회봉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는 더더욱 싫었다. 어머니, 왜 좀 더 참지 않으셨나요란 생각을 하며 자신의 생을 한탄하게 되는데 결국 밝혀지는 진실은 어머니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그동안 가혹하게 대한 것을 후회하게 만든다. 진실을 알게되니 정말 마음이 짠했다. 좀 더 빨리 그 진실을 소년에게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소년은 구름 줄을 잡기 위해 그토록 험난한 마음 고생을 하지 않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비밀을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정말 버거운 일일 것 같다.

 

소소한 이야기 뒷면에 숨겨진 비밀이 책장을 휘리릭 넘기게 한다. 미나토 가나에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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