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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2 ㅣ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2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4년 5월
평점 :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2
명화를 읽어주는 책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보는 것과 왜 이런 그림이 그려졌는지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를 알고 보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그런데 여기 명화를 읽어주는 것에 음악을 더한 책이 있습니다. 명화와 명곡의 만남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명곡도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그 내용을 알고 나서 들어보면 정말 흥미롭다는 걸 느끼게되는데요. 명화와 명곡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하나의 주제로 엮어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40명의 미술가와 음악가를 짝을 지어 하나의 주제로 풀어가는 저자의 식견에 대단하단 생각과 함께 어렵지 않게 쉽게 쓰여져있어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미술과 음악의 절묘한 하모니에 빠지다. 멜로디가 흐르는 미술관, 그 두 번째 이야기"
저자는 5세에 바이올린은 시작했고 2009년에는 동시대를 산 미술가와 음악가의 작품 및 삶을 비교한 칼럼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를 <주간 한국>에 연재하며 예술의 융합을 시도했습니다. 처음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이 출간될때만 해도 음악과 그림을 함께 다룬 책이나 공연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4가지 주제로 미술가와 음악가를 짝을 지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사랑, 끝나지 않을 꿈의 세계
- 죽음을 기억하라
- 진지하게, 절실하게
- 세상 밖에서 꾸는 꿈
익히 들어봄직한 르누아르, 샤갈, 고흐, 차이코프스키, 슈트라우스, 멘델스존등의 이름이 보입니다.
책에서 바로 그림을 볼 수 있듯이 책을 읽으며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영어공부에 세이펜이 쓰이는데 이 책에도 클릭하면 음악이 나오게 만들면 참 좋겠습니다.
생생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질 것 같아요.
책을 읽다보면 이 음악이 어떤 음악일까 무척 궁금해집니다. 그림들도 나와있지만 더욱 크게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단 충동이 생깁니다.
책 속 내용을 그대로 그림과 음악을 들려주는 전시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도 해보게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봐도 너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림과 음악에 흥미를 불어넣어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첫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불리는 살로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성서를 바탕으로 1896년 작가 오스카 와일드에 의해 재탄생 되었는데요. 6년 뒤 슈트라우스에 의해 오페라 <살로메>로 제작됩니다.
오페라를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살로메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번 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형을 죽이고 형수와 결혼한 헤롯은 의붓딸 살로메를 호시탐탐 노립니다. 하지만 살로메의 마음은 세례 요한에게 가있습니다. 요한은 부정한 여인의 딸이라며 살로메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데요. 살로메의 춤을 보고 싶었던 헤롯에게 살로메는 춤을 추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것을 청합니다. 살로메는 일곱 베일의 춤을 추고 헤롯에게 요한의 머리를 요구합니다. 살로메는 쟁반에 받쳐 나온 요한의 입술에 정열적인 키스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결국 처형을 당하고 맙니다.
위의 그림은 프란츠 폰 슈투크의 <살로메>입니다. 살로메를 그린 화가들은 많다고 하지만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서 1년 차이로 와성된 이 그림이 색감과 뉘앙스에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풍긴다고 합니다. 그림 한장과 간단한 줄거리만 들었을 뿐인데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학창시절 그토록 지겹게만 느껴지던 클래식과 미술책 속 그림들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전혀 새롭게 다가옵니다. 학교에서도 미술과 음악을 이런 식으로 접하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태워 온몸으로 사랑하고 울었던 클로델과 세즈윅
자신이 어떤 불속으로 뛰어드는지, 그래서 얼마나 타들어 갈지 가늠조차 하지 못한 채 심장의 소리를 따라 움직였던 두 여자.
그 소리가 자신을 죽인다 해도, 미치게 만든다 해도, 그것을 배신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순수함.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 40page
로댕을 사랑한 까미유 클로델의 작품과 이야기는 지독한 사랑에 빠진 가련한 한 여인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워홀의 뮤즈 세즈윅의 비참한 생애도 안타깝습니다. 검색을 통해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더욱 그런 마음이 짙어지고 맙니다.
이 책 속에서는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음악가와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를테면 차이코프시키는 동성애자였는데 이를 숨기기 위해 안토니나 밀류코바라는 여인과 결혼을 하지만 결국 결혼은 그를 자살 시도로 몰아넣을 만큼 끔찍했고 자살에 실패하자 그녀에게서 도망쳤다는 이야기, 르누아르는 말년에 심한 관절염으로 손목이 마비되는 고통을 겪고 손을 움직일 수 없게되자 손목에 붓을 묶어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 오른팔을 잃어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접어야했던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라벨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등입니다.

"메멘토 모리 - 죽음을 기억하라"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실제 인간의 해골에 다이아몬드 8601개를 박아 만든 작품으로 잇몸 뼈에는 실제 사람의 차이를 박았습니다. 죽음이 있기에 아름다운 우리의 생명, 그 삶의 의미를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죽음이 음악적 영감이라는 크럼의 작품과 악보도 무척 독특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바이올린의 활을 뒤집어서 연주하기도 하고, 브리지의 아래쪽이 아닌 위쪽에서 연주를 하기도 하며, 비명을 지르거나 혀를 차는 등 괴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 죽음의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하는데요 어떤 음악일지 듣고 싶어집니다.
이밖에도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들과 음악이 소개됩니다. 음악과 그림에 궁금증을 더해주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