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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평점 :
죽음의 식탁 : 우리는 매일매일 독을 먹고 있다!
책 제목과 표지가 인상적이다. 요즘 식품에 대한 위험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에 이 책도 그런 이야기를 다룰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알고 먹으면 세상에 먹을게 어디있겠냐는 생각도 함께 모르는게 약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은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인간이 건강이나 환경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것이 정치, 경제, 규제 기관의 논리입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암, 백혈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불임, 자가면역질환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인도, 칠레 등 10개국에서 50명의 과학자, 활동가, 규제 기관 대표들과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2년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우리 일상을 점령한 수만 개의 화학물질이 그 질병의 주요 원인임을 밝힌다.
또한 밭에서 쓰는 농약에서부터 식탁 위의 플라스틱 용기까지 먹거리가 생산되는 방식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일용한 양식'을 '일용할 독'으로 바꾼 정치, 경제, 규제 기관의 시스템을 낱낱이 파헤친다.
우리가 지금껏 애써 무시하며 눈감고 먹고 있던 것들은 결코 모르고 먹어야하는 것들이 아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숨겨진 시커먼 비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쩌면 알고 먹으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다며 그냥 먹으라고 하는 말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이 책은 식탁의 특정제품을 먹지말라는 것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농장에서 태어나 농사꾼의 딸로 자란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기에 설득력 있게 들린다. 농약때문에 생긴 질병. 농약이 물, 공기, 음식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미국의 다국적기업으로 제초제를 생산하는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을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발간한 저자의 또 다른 이야기다.
농부 폴 프랑수아는 몬산토의 제조체 라소를 흡입해 급성중독에 빠졌고 몬산토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업은 이를 부인하고 결국 소송은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저자는 이는 화학 산업과 공권력이 사탕발림으로 덮고 넘어가려는 것이라 말하며 농약이 독이라는 사실을 피력한다. 농약은 인간이 다른 생물체를 해하거나 죽이기 위해 만들어 고의적으로 자연에 방출한 유일한 화학제품이라는 말에 다시한번 농약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살충제가 우리의 생명을 파괴하는 살생제가 되는 구체적인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해충을 죽이기 위해 뿌려지는 농약들이 결국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독을 먹고 있다!"
- 전쟁에서 쓰던 화학무기가 농약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 병충해 '킬러'에서 식물 '약제'로 변신한 농약을 사실 해충보다 인간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 일일섭취허용량, 잔류농약 최대 허용치 등 독성 규제 기준은 화학 기업과 결탁한 과학자와 규제 기관들이 합작하여 만든 개념이다?
- 공권력의 의도적인 침묵으로 발암물질인 아스파르탐이 현재 6000개의 식품과 300개 이상의 의약품에 첨가제로 쓰이고 있다?
- 플라스틱 용기, 통조림과 음료수 캔, 젖병 등에 들어 있는 비스페놀A는 불임을 불러일으키고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책에서 제기하는 의문들은 간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냥 눈감고 지금처럼 먹을 수는 없는 내용들에 자리를 바로잡고 책을 보게 한다.
아스파르탐!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자칩, 시리얼, 음료수, 껌뿐 아니라 술에도 들어있다. 6000여개의 식품과 300개 이상의 의약품에 첨가제로 쓰이고 있다고 하니 대부분의 제품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설탕보다 200배나 높은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그런데 이 독성화학물질이 제조 기업과 결탁한 규제 기관들의 묵인 하에 사용 승인되어 현재 약 2억 명의 인구가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몸에 이렇게 나쁜 것임을 알면서도 섭취허용량만 지키면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로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 외에도 PVC, 비스페놀A, PCB등 문제가 드러나 일부 품목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물지들이 어떤 품목에서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무엇이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지 저자는 그런 것들에 주목하며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라, 더이상 어쩔 수 없다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물에 퍼져 있는 독을 흡수한 플랑크톤을 초식동물이 섭취하고 그 초식동물을 작은육식동물이 먹어치우며, 작은 육식동물은 대형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힌다. 우리의 식탁에는 하위 포식자들이 축적한 모든 오염물질이 올라온다."
"그런 일을 할 과학자들을 어떻게 찾느냐? 돈을 주고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몸 파는 과학'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왜곡된 연구 결과가 규제 기관에 전달되고, 규제 기관은 그 결과를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이것이 독성이 강한 물질들이 우리 환경, 먹을거리, 논바, 공장을 수십 년 동안 오염시킨 방법입니다."
"일일섭취허용량을 과학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리스크의 범위를 나타내는 값이 아니라 허용 범위니까요. '허용 범위'란 사회적이고 규범적이고 정치적 혹은 상업적인 개념입니다.
누구를 위해 '허용할 수 있다'는 겁니까?
이 개념 뒤에는 얻는 이익에 비해 리스크를 허용할 만한가 하는 질문이 늘 숨어 있습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도처에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프탈레이트처럼 임산부가 절대로 피해야 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포장재와 랩, PVC로 만든 물건뿐 아니라 샴푸 같은 바디 용품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 책이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들은 이익만을 위한 기업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예방 원칙의 논리는 제약 산업의 사적 이익과 대립하는 것이고 제약산업에게 암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라는 의견에 끄덕이게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이며 농약의 위험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 더이상 휘둘리지 말고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좀 길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규제 기관이 화학물질에 권리를 빌려 주는 일을 멈춰야 한다. 화학물질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 권리의 주인은 인간이다."
- 미국 식품의약국의 독성학자 재클린 베렛 563page
목적을 위해 타인을 희생키시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인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 말을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다시 한번 각성시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