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북의 1 - 닥터 이방인 원작 소설
최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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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 원작소설 북의

 

 

"사내는 사력을 다해 일어서다가 다시 뒤통수를 맞고 중심을 잃었다. 아내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억센 손이 다가와 입을 틀어막았다. 숨어 있던 집주인 오 씨였다. 더는 사람이 발견되지 않자 공안들은 여인을 트럭에 태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축처럼 질질 끌려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사내는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채희, 안 돼, 채희......사내의 입에서 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이 찬 강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잠시 후 사내는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 9page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을 한다. 47.4% 이혼률. 세계 3위.

하루라도 없으면 죽고 못살것 같던 연인들이 결혼을 하고나면 알콜달콩 잘 살아야하는데 웬수와 같이 살게된다. 요즘 '부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삭막함이 느껴지고 만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한 아내가 남편을 구하기 위해 만삭을 배를 끌어안고 애쓰는 모습이 그런 아내를 구하지 못해 애닳아하는 남편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부부란 극한 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것일텐데......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내를 죽이고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죽이는 일이 뉴스를 통해 너무도 당연한 듯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소설과 현실이 왠지 반대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북한의 외과의사 '박훈' 그는 만삭의 아내와 한국으로 탈북을 감행했다. 하지만 아내만 박훈을 살리기위해 공안에게 잡혀가고 혼자 탈출에 성공해서 한국에서 살게된다. 아내를 북에 남기고 온 고통으로 방황하는 박훈. 그에게 져버릴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10억을 줄텐데 세이브 수술이라 불리는 어려운 심장 수술을 감행해보자는 것. 10번의 수술을 한번도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면 10억을 받을 수 있고 그 돈이면 북에 두고온 아내를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생각에 박훈은 그 제의를 받아들인다.

 

초반에는 박훈과 아내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시작을 보여준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간략한 줄거리들을 찾아봤는데 앞부분의 확 끌어당기는 내용은 책 <북의>의 내용이 더욱 마음에 남았다. 드라마로 담아내기 힘든 부분들이 있기에 책과는 조금 다른 요소들을 담았지만 아내가 죽게 생겼을 때 장인, 장모의 장기를 떼어 아내에게 이식 수술해서 살리는 장면들은 비슷하게 담은 것 같다. 책에서는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잘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박훈이 어떻게 천재 의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주인공이라면 왠지 선하고 착하기만 할 것 같은데 박훈은 처음부터 그런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수용소에 의사로 보내졌을 때 의식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 당의 명령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도 했다. 그렇기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의사가 되었던 것이다. 사람을 고치는 의사라기보다는 의술이 뛰어난 의사인 그가 달라진 것은 아내를 만나게되서부터였다. 생체실험을 할 당시 열여덟살 어린 나이었던 아내는 부모와 함께 생체실험 대상으로 뽑혔다. 가스에 중독되어 죽게된 상황에서 박훈은 왠지 끌리는 아내를 당의 명령에 굴복하고 그녀의 부모의 장기를 꺼내 살려낸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아내는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했고 사랑했다. 박훈은 정많고 사랑스러운 그녀에 의해 사람을 살리는 의사로 점점 변해갔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그녀를 탐하는 당간부가 오고나서 그들은 위험한 탈출을 계획하게 된다.

 

앞부분의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박훈이 왜 그토록 아내를 구하기 이해 노력하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이종석을 주인공으로 해서인지 조금은 책과는 다른 느낌의 주인공을 보게된다. 개인적으로는 하정우가 이 역할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얼굴의 꽃미남은 책을 통해 느꼈던 박훈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직접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단정할 순 없지만.

 

한국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며 돈이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박훈의 모습을 보며 의사란 바로 저런 것이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박훈과 대립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의사가 아닌 의술을 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나오고 있다. 그렇기에 박훈이 더욱 따뜻한 의로운 사람으로 보여진다. 그가 10번의 심장 수술을 성공시키기위해 수술진에 필요한 사람들을 한명 한명 모으는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웠다. 모두들 뛰어난 의술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는 모난 사람들이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둥글둥글하지 못하고 모나보이고 사회부적응자같은 사람들이 그의 눈을 통해 다시 새롭게 조명받게 된다. 그들의 숨겨진 비밀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병원에서 새롭게 싹트는 사랑에도 눈이 간다. 박훈은 과연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될 것인지. 북에 두고온 아내와는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될 것인지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10번의 수술을 성공해서 아내를 만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마지막 결말이 무척 궁금하다.

 

남북 관계, 메디컬 드라마의 요소로 흔한 이야기를 담았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었다. 다음 권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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