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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작가의 책 프로필 사진입니다. 흑백의 눈을 감은 사진.
아! 아래를 보고 있는 사진인가요? 처음엔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라 생각했는데 계속 보면 볼 수록 아래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제목만큼이나 역시 끌림이 있는 사진과 이야기들이 담겼습니다.
마치 그의 눈으로 여행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생생한 사진과 그 사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들.
둘의 조화가 아주 딱입니다.
아프리카에서 5년, 남미에서 1년!
일주일, 한달의 짧은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아프리카는 그래서 더욱 관광지 탐색하기 식의 여행기가 아니었나봅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가 물으면 나는 대답합니다.
여행아, 네게로 갈게." - 테오
테오작가의 여행에세이에서는 늘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떠남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것이라는 듯.
이 책은 펭귄이 산다는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반 관광객들을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 아마도 제가 죽을 때까지 절대 가볼 수 없는 곳들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해볼 수 없는 것들!이란 생각이 짙어지자 더욱 빠져들게됩니다.
그의 눈을 통해 찍힌 사진들과 마음을 통해 느낀 것들을 대리만족하며 읽어나갑니다.

랑가방, 한가한 오후의 레스토랑.
테오작가가 아니라면 여행서적에서 이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랑가방 비치 레스토랑은 정말 유별난 곳입니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한 시간 거리라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은 넘는 거리로 과장 광고임을 드러내는 곳!
입구에 큰 돌을 매달아 수제 풍향계를 만들어놓고 바람이 몹시 불어 돌이 옆으로 날아오를 지경이 되면 문을 닫고 손님을 돌려보낸다는 곳.
녹이 슨 쇠컵 사이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것을 골라도 귀퉁이가 떨어져나간 컵이 있는 곳.
아침 식사도 저녁식사도 취급하지 않고 오롯이 점심식사만 제공하는 곳.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하면 없는 사람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은 곳.
이런 조건만 따지면 절대로 발길이 향하지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우선 메뉴가 없고 12시부터 식사가 시작되서 문을 닫는 5시까지 계속해서 음식이 만들어집니다.
대신 시간이 지나서 오면 시간별로 등장하는 메뉴를 먹지 못합니다.
식당 매니저인 샐린느 부인은 요리를 커다란 솥에 화덕에 완성하면 손님들이 마음껏 셀프로 가져다 먹습니다.
그윽한 향과 은은한 맛을 자랑하는 홍합탕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홍합탕엔 날아가는 갈매기가 지나가면서 똥을 투하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손님들은 신경쓰지 않고 샐린느 부인은 휘적휘적 잘 섞어놓습니다.
테오 작가는 도저히 먹지 못하겠는데 아는 형은
"골고루 섞었단 말이지? 그런데 뭐가 문제야? 골고루 섞었잖아. 누가 더 먹고 덜 먹고 하는 것도 아니고 골고루 섞었는데 뭐가 불만이야.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라는 철학적인 말읃 되돌려줍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입맛도는 음식들.
테오작가는 케이프타운에 좋은 사람이 놀러오면 여지없이 랑가방 비치 레스토랑으로 데려와
멋진 랍스터 구이를 먹여주고 싶다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레스토랑 중에서 첫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레스토랑이라 합니다.
겉은 비록 허름해보이지만 그곳에 들러 여유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은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
과연 이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음식들은 어떤 맛일까요.
내 평생 그 맛을 알 수가 있을까요.

사진과 글이 따로놀아 여행의 대리만족은 커녕 속만 아프게 하는 여행서가 아니라
작가가 여행하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마음껏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테오 작가의 여행에세이는 그런 대리만족을 충만하게 합니다.
아틀란티스 샌듄에서 보드를 전혀 탈줄 모르는 작가를 위해 주저없이 보드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모래 언덕을 내려가는 데미안.
순박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450미터 계곡으로 뛰어내리는 블루크랑스 번지브릿지의 밧줄도 보여줍니다.
수천 가닥을 묶어서 사용한다는 번지 점프의 밧줄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범한 노란색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드럼이라며 연주하는 아이 로이드. 실제 이름은 봉봉카라지요.
이 아이는 아직도 행복한 드럼연주를 하고 있을까요?


케이프타운의 곳곳을 여기저기 쑤시고 돌아다닌 기분이 듭니다.
한번도 가본 적 없으면서 왠지 가본 것 처럼.
테오작가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이 남았습니다.
쌓아놓은 작가의 마지막 책이라 생각하니 읽기가 아까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