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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평점 :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요?"
서른 일곱 남자, 스물 여섯의 여자가 온라인 상으로만 알고 지내다 급만남을 갖게된다.
종종 인사를 나누거나 향 좋은 커피집을 알려주는 딱 그 정도의 간격이었던 두 사람이었다.
한정판 앨범을 갖고 싶다는 여자의 글을 발견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요?"
"그래요.가요."
소박한 제안이었다고 하지만 대담한 제안이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알 수없는 끌림이었을까? 여자는 흥쾌히 응한다.
서로 만난적도 전화를 한 적도 없는 사이인데 함께 바다를 보러가다니!
"이걸 주고 싶었어요. 오늘 우리, 그래서 만난 거예요."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도 소중하게 여기는, 포장도 뜯지않은 한정판 앨범을 그녀의 품에 안겨준다.
아! 여자가 상상이나 했을까! 여자는 감동으로 남자의 목을 감싸안았고 이 남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시작도 범상치 않았던 이들은 사랑도 독특했다.
이미 이별이 분명한 사랑을 시작했다. 자신의 부족함이 여자의 부모님을 절대로 설득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더라도 여자는 부모님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남자는 분명히 알고있었다.
끝을 알고 시작하는 사랑. 그 사랑은 암담하다.
딱 900일이 지나고 이 둘은 헤어지게된다.
남자는 이별에 초연할 수 없었고 여자에게 살려달라며 전화를 한다.
여자는 180일이라는 또 결말이 있는 연애를 시작하자 말한다.
이별이 취소되는 것이 아니지만 이별을 평온하게 해준다며 슬픔이 되지 않게 해준다며.
남자는 평생 받아 본 최고의 사랑을 느꼈다고 말하지만 난 여자의 행동이 굉장히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책임질 수 없는 사랑,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엔 수긍할 수 없다.
기존에 사귀던 남자와 제대로 헤어지지도 않고 남자와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존에 사귀던 남자가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남자에게 말하기까지한다. 도대체 왜?
그들의 사랑의 끝이 이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작한 사랑엔 여자는 분명히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 알지 않았을까.
그래서 남자만큼 헤어진 이후 고통에 겨워 살려달라는 전화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왠지 아주 이기적인 사랑을 하고 있단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미국은 어때? 어떤 영화가 좋아?
남자는 대답한다. 미국의 문학이 어떻고 철학이 어떻고. 어릴 적 기억에 남는 영화가 어떻고 좋아하는 영화가 어떻다고.
하지만 여자가 한 질문은 그게 아니었다. 미국여행에 대해 물은 것이였고 지금 어떤 영화를 보러갈까였다.
여자를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온 세상의 비결을 찾고 싶었다는 남자의 순애보는 더욱 짠하게만 느껴진다.
"사랑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 당신의 처음에서 떠나지 못합니다.
시작도 안 한 사랑이니까 도무지 놓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당신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그만 당신을 잃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82page
"서로에게 고정된 시선을 푸세요.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세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손을 잡으세요. 그리고 걸어가세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사랑." -101page
"일단 내가 결혼을 하는 거야. 그리고 이혼을 하는 거지. 그다음 태오랑 결혼한다고 하면 집에서도 말리지 않을 거야.
어때. 나쁘지만 좋은 생각이지?" - 111page
결국 900일이 지나 이별을 했도 또한번 180일이 지나 이별을 했다.
남자는 죽을만큼 힘들었고 그 이후 살아남았다.
여자는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고 한다. 이런 몹쓸.
서울에서 타란튤라 거미에게 물렸고 119 구급대원을 부르고 타란텔라춤을 추며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다행이다!
나도 모르고 씩씩하게 살아남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책은 죽을 만큼 사랑했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 지금 뜨겁게 사랑이 진행중인 사람들이 읽어봐야할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을까?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는 것일까?
한때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사랑이 이별 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지독한 고통으로 남아 다시는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아니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독하게 사랑해본 사람은 다시 충분히 사랑할 수 있게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까짓껏 이름도 기억안나는 거라고.
오히려 오롯이 사랑을 주지 못한 쪽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지 않을까?
사랑.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