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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ㅣ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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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살인마 잭의 고백
"당신은 무슨 근거로 뇌가 죽었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가 죽었다고 말하는 거죠?
어떤 단계에서 사람의 죽음을 선고할 수 있는 건가요? 그것을 정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에요."
할머니가 뇌사를 당하자 가족들은 존엄사를 원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살인방조라는 이유로 퇴원을 거부한다. 얼마전 뉴스에서 접한 이야기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만약 이런 일들이 내 가족에게 해당하는 일이라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뇌사를 정말 죽음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어린 아이를 유괴해 장기를 판다는 괴담을 접하게 된다. 사채업자들이 돈을 못받으면 신체포기각서를 받고 장기를 떼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인간의 조직을 배양해 신체조직을 만들어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미래가 온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덮고나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남편이 죽고 홀로 남게된 여인은 아이를 정성을 다해 유능한 체조선수로 키웠다. 그런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이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 엄마는 도저히 아이의 장기를 꺼내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것은 아이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 생각했기때문이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새생명을 주는 것은 아이가 그들의 몸에서 계속 살아남는 것이라며 병원에서는 아이가 생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는 이유로 심장, 간등의 장기를 꺼냈다. 그로인해 여러 사람이 새 생명을 얻게되었다. 엄마는 그 사람들을 지켜보며 아이가 아직 죽지않고 살았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명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않아 방탕한 생활을 하고만다. 목숨을 포기하고 넘긴 장기였는데 그들은 그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공원에서 장기를 모두 꺼내 텅비어버린 한구의 끔찍한 시체가 발견된다. 그뒤로 계속 똑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자칭 살인마 잭이라는 범인이 등장한다. 피해자들은 모두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살인마 잭은 장기 이식은 새로운 삶을 다시 사는 것이 아니라며 장기이식한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밝혀지는 범인의 진짜 동기가 반전으로 다가온다.
"인간은 약한 생물입니다. 모든 사람이 전부 그 스님처럼 달관할 수 없잖습니까. 종교가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임종을 맞는 한순간뿐입니다. 그때까지 환자는 살려고 계속 발버둥 칩니다. 그것도 모르면서 고뇌하는 환자에게 윤리관을 묻다니 오히려 그쪽이 수치를 모른다고 해야겠죠." - 249page
"과점화된 비즈니스가 이윽고 비합법적인 형태로 파생되어 가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실제로 외국 여러 나라에서는 장지 매매가 하나의 큰 비즈니스로 성립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만이 청렴하게 있을 수 잇다는 것은 너무나도 낙천적인 태도입니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한, 반드시 법을 어기는 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 211page
"말랑말랑한 작은 손가락도 보슬보슬한 머리카락도 모두가 보물이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남에게 건네주고 싶지 않았다." -263page
장기이식이 합법적인 살인이라는 말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된다. 내 아이가 아파서 장기 이식이 꼭 필요한 상태라고 하자. 과연 장기이식을 부도덕한 일이라며 살인이라 반대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내 아이가 뇌사상태에 빠져있는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고 내 아이의 장기를 다 가져간다고 할때 과연 그러라며 선뜻 허락할 수 있을까. 장기이식은 정말 입장차이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르다고 말할 수가 불가능하다.
네버렛미고(나를 보내지마)가 떠오른다. 장기이식을 위해 길러진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사랑을 하지만 결코 오래갈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장기를 꺼내줘야하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장기이식을 해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기때문이다. 그리고 한 장면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장기기증의 마지막 단계가 된 여인이 수술대 위에 누워있다. 그녀는 눈을 뜨고 모든 장면을 보고 있다. 주변의 의사들은 초록색 가운을 입고 분주하게 그녀의 장기를 꺼내간다. 그리고 이내 혼자 수술대에 남겨진 여인. 생각만해도 너무나 끔찍한 장면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는데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 이때 느꼈던 장기이식에 대한 또다른 생각 하나를 더했다.
소중한 아이의 심장을 장기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된 아이를 몰래 찾아간 엄마. 그녀는 그 아이를 보며 자신의 아이를 느낀다. 아이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게된다. 용기를 내서 아이에게 다가간 엄마는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느냐며 부탁한다. "잘 뛰고 있네요...다행이다. 다행이야..." 이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람이 살아있다, 죽었다는 걸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뇌가 죽었다는 이유로 죽은 것일까. 뇌만 살아있다면 살아있는 것일까? 정말 많은 의문을 갖게한다. '나'란 존재는 뭐가 나인 것일까. 정말 심오한 생각까지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