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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1~3권 세트 - 전3권
강풀 지음 / 재미주의 / 2012년 2월
평점 :

26년. 아직까지 끝을 보지 못한 이야기 광주 민중항쟁.
인터넷 웹툰만화를 통해 이미 접했던 이야기지만 책으로 만나니 그때 쓰윽 지나가던 이야기들이 다시금 마음에 와닿았다.
순간순간 책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며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누르느라 힘들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버젓이 살아있는 것인가!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살인으로 사형에 처해지지만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인가!
어찌 대중앞에서 웃으며 고개를 쳐들 수 있는 것인가!
나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는 5.18민주항쟁의 아픔을 피부로 느끼기 힘들다.
교과서에서조차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은 이야기들.
지금껏 눈가리고 아웅했던 이야기들이기에 강풀의 26년은 만화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5.18 광주 민주항쟁 (1980.5.18-5.27)
정권을 탈취하려는 전두환이 신군부 세력에 맞서 전라남도 및 광주 시민들이 1980년 5월 18일에서 28일까지
게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벌인 민주화운동.
전두환 세력은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진입하고자 광주에 공수부대를 투입하였고,
이 기간 동안 수많은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이 총칼에 무자비하게 사살되었다.
계엄군에 맞서 광주 시민들은 시민군을 조직해서 전남도청을 거점으로 끝까지 계엄군에게 저항했다.
계엄군은 전남도청에 남아 있던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사살하여 무력 진압했으며
이 날이 1980년 5월 27일이었다.
이 책은 팩션이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고 26년간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응징하기 위해 모였다.
단 한마디 용서를 빈다는 말도 하지 않고 반성조차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남겨진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내 아버지는 26년 전 광주에서 돌아가셨다. 내 어머니는 나를 안고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26년 전, 내가 태어나던 해... 그 날 이후...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민주화운동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 끝이 나질 않았다.
상처받은 사람만 남았을 뿐 상처준 사람은 없다!
상처는 깊은 흉터를 남겨 사람들의 마음에 남겨졌고 지금과는 또 다른 결과를 바라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 사람을 예우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호를 받으며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그 사람.
얼마전 그사람이 갖고 있는 물건들이 경매에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껏 내놓지 않고 꽉 쥐고 있다고 하는 말일터!
도대체 누가 무엇때문에 그 사람을 이토록 보호하고 지켜주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방송을 통해 그 사람과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남겨진 가족들은 얼마나 분노할까!
그 마음을 오롯이 알 순 없겠지만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왜 아버지를 죽이고 정권을 잡은 자들은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왜 이렇게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도대체 우리 아버지가 왜 돌아가신 것인가.
도대체 누구에게 이 죄를 물어야 하는가.
이 억울함을 풀 방법은 없는 것인가.
화해의 시대라고 하지만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냥 잊고 묻어버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그날부터 지금까지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잊지 말아야겠다.
교과서에 한두줄로 담고 끝낼 이야기가 아니다.
다 읽고 나니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가슴에 콱 들어찬 기분이다.
내가 이런데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 사람은 제발 밤에 발뻗고 잠이라도 잘자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