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오스트레일리아
하워드 앤더슨 지음, 정해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올드 오스트레일리아


"누군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면, 그 경험을 통해 자신도 변화를 겪는 거야......"

 

"동물원에서는 밤마다 올드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었지만, 어떤 동물도 그것을 찾으로 나서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항상 익숙한 것들로 돌아갔다. 그들의 우리, 그들의 새장, 꼬박꼬박 제공되는 끼니.

어쩌면 그들의 앨버트보다 현명했는지 모른다. 그는 사암 바위너설을 돌아보며 귀를 기울였다. 바위들은 말이 없었고, 앨버트는 아무런 답도 얻을 수 없었다." -77 page

 

호주 애들레이드의 동물원에 사는 오리너구리 앨버트는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로 불리는 유토피아를 찾아 탈출을 감행한다. 올드 오스트레일리아가 정확히 어딘지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물병 하나를 들고 도망쳤다. 대륙 종단 열차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던 앨버트. 물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오리너구리임에도 불구하고 사막을 지나다니다 목이 말라 죽기 일보 직전! 웜벳 잭을 만나게된다.

 

오리너구리 앨버트는 개에 쫓기다 엄마는 자신을 대신해 죽고 동물원에 오게된 것이었다. 사육사에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음식을 제공받고 이끼 낀 유리 너머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오롯이 받아야만 했던 앨버트는 더이상 그런 생활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렴풋이 잊고 살았던 엄마와의 자유롭던 삶을 기억하고 다시 한번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도 만들고 싶었을 것 같다. 엄마와 그랬듯이.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그런 것들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홀로 동물원을 탈출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캐릭터들은 모두 호주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다.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의 이야기라서 다큐멘타리 형식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물원을 탈출하면서부터 오리너구리의 모습과 다른 동물들의 모습은 달라진다. 옷을 입고 술을 마시고 장작불을 핀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 꼭 사람처럼. 도박까지 하고 총도 쏘고 게다가 끈끈한 의리도 있게 묘사된다. 기차를 타고 동물원을 탈출한 오리너구리는 탈출과 동시에 그냥 오리너구리가 아닌 오리너구리 앨버트가 되는 것이다. 독특한 형식이다.

 

책 속에 삽화로 이 캐릭터들이 모자를 쓰고 옷을 입고 총을 쏘고 사막을 횡단하는 모습들이 담겨있었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잭, TJ, 멀둔, 로저, 앨빈, 앨버트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았다면 좋았겠다.

 

"특이한 등장인물들과 서부물, 판타지물, 여행담, 우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무척이나 독창적인 소설이면서도, 우정과 충직함, 그리고 영웅의 조건같은 보편적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동화같은 독창적인 이야기가 저자가 66세에 쓴 첫 소설이라는 점이다. 베트남 전쟁 때 헬리콥터 부대원으로 알래스카에서 고기잡이배 선원으로, 피츠버그에서 제강 공장인부로, 휴스턴에서 트럭 운전사로,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법률 자문위원으로도 일했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다양한 삶을 살아온 저자의 이력에 이런 독특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않았을까.


오리너구리 앨버트는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를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유토피아 세상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찾게된다. 엄마를 잃고 홀로 살아온 동물원에서의 생활. 그곳에서는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가 없었다. 여행을 감행했던 그 이후로 잭과 TJ란 진정한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 돕고 의지한다는 것도 배우고 험난한 세상을 굳세게 살아갈 힘을 얻었다. 안락해보이는 생활에 안주하고 살면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된 오리너구리 앨버트의 모험담을 보며 삶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하게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자생종은 본의 아니게 머나먼 대륙에서 온 다른 짐승들과 함께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해안의 모양이 변했고, 이제 옛날에 그곳에 살던 생명체를 위한 공간은 없다. 동물원에 사는 동물은 오스트레일리아가 한때 자신들의 땅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들은 아직 상황이 변하지 않아서 옛날의 삶이 그대로 남아 있는 머나먼 사막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대부분 그런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진실보다 희망이 지배한다. 결국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야기가 시작된 곳으로 가 보는 것이다." - 12page

 

모든 페이지를 다 읽은 후에 앞부분의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보니 저자가 하려고 했던 말들의 의미를 어렵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야생동물들의 터전이었던 호주. 사람들의 터전이 그들의 터전을 위협하면서 사막으로 밀려나거나 과거의 유물로 동물원에서만 생존한다고 한다.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 낙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찾아봤다. 아니, 호주에 왠 낙타?란 생각이 들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낙타가 많은 곳이 호주하고 한다. 1880년 대 중반 사막 물자 수송용으로 유입되었던 낙타는 산업화로 필요가 없어지자 자연으로 풀려나 야생호되었고 현재는 생태계를 위협해서 살처분의 대상이 되버렸단 뉴스를 접하니 참 씁쓸하다. 호주 자생종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기 전에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생각해야하는지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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