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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 촌놈들의 전성시대 ㅣ 응답하라
오승희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응답하라 1994를 책으로 만나다!
드라마도 다 끝나버렸는데 뒤늦게 응사앓이가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정이랑 누가 결혼했는지 결론도 다 알고, 쓰레기와 나정, 칠봉이가 삼각관계라는 것도 알고, 삼천포와 윤진이 투닥거리는 연인사이라는 것도 광고를 통해서도 다 알게되었어도 말이다. 제대로 된 스포일러로 인해 줄거리를 전부 파악하고 있어도 아주 재미있게 1994년도 그때의 추억에 빠져 캐릭터들의 감정에 몰입해 눈물도 흘려가며 보고 말았다.
청개구리같은 심보로 여기저기 응사앓이가 한창일 때는 눈길도 안주다가 책이 나왔다는 말에 집어들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나니 1편부터 찾아봐야겠단 결심을 하게된다. 응답하라! 1994! 응사앓이의 이유를 알게된다.
응답하라 1994는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나의 스물살을 떠올리게 된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라는 문구에 눈이 간다. 아날로그라는 말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대란 생각으로 더욱 아련함이 남는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없던 세상, 좋아하는 사람에게 삐삐 메세지를 남기고 3535, 1010235를 남기던 시절. 미리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해놓고는 기다리는 떨림으로 언제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던 시절. 그때를 떠올리면 디지털이 뺏아간 것들이 너무도 많다.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는 세상이다. 어딜가나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카페에서도 전철에서도 심지어 걸어다니면서도! 둘이 마냥 손잡고 길을 걷는 풋풋한 아날로그 감성은 느껴지지않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것이 정말 축복인지는 모르겠다. 가끔씩 그 때가 좋았지란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며 한숨이 나오게 하니 말이다.



촌놈들의 전성시대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응답하라 1994 드라마의 내용을 담은 소설책이다. 그래서인지 예고편이나 광고, 뉴스를 통해서 드라마의 내용과 캐릭터들을 접했지만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정, 쓰레기, 삼천포등 이미 익숙해진 배우들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들어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마음이 따뜻한 남자 쓰레기는 정말 멋진 캐릭터였다! 왜 사람들이 응사앓이로 '정우'란 배우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의 연기를 보지 않았어도 책속 이야기만 가지고도 알 수 있었다. 이런 남자 여주인공이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캐릭터들이 어쩜 이리 생생하게 다가오는지 내 기억 속 실존하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응사앓이가 제대로 시작되었다. 정말 뒷북치는 성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하루가 멀다하고 '돈'이 중요시되는 지금이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아 키우다보니 나를 돌아보기보다 먹고 사는데 여념이 없다. 나에게도 이런 스무 살의 추억이 있었는데! 아련한 추억들이 하나 둘 툭툭 튀어나와 기분이 새롭다. 벌써 스무 살의 두배가 되는 나이로 달려가고 있다. 내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현실감 떨어지는 나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던 잊고 있던 추억들을 생각나게 해줬다. 씨티폰, 전철역 역무원에게 직접 사던 초록색 전철표, 삐삐, 공중전화, 하숙촌 등 더이상 만나기 힘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삼풍백화점 붕괴같은 가슴아픈 이야기부터 모든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줬던 2002 월드컵까지. 기억 속에 묻혀만 있던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추억들이기에 아련하고 뭉클해진다.
특히 응답하라 1994에서는 사람과 사람간의 끈끈함이 느껴진다.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는 날 옆집에 빨래가 널려있으면 걷으라고 얘기해주는 이웃이 있었다. 요즘은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결혼도 사랑보다는 경제적인 것을 더 따져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주 당연하듯이. 사람들 마음 속엔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잠자고 있는듯하다. 그래서 이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잠자고 있던 아날로그적 감성이 깨어나서 울고 웃게되는 것 같다.
신촌 하숙촌엔 경남 마산, 경남 산천포, 전남 순천, 충북 괴산, 전남 여수에서 올라와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제 자식처럼 따뜻하게 살펴준 어무이가 있었고 그들은 그렇게 가족처럼 뭉쳤다. 그 속에서 풋풋한 사랑도 있었고 따가운 첫사랑도 있었다. 달달한 사랑앓이에 웃고 서글픈 사랑앓이에 울게된다. 이 책을 덮고나니 왠지 심장이 말랑말랑해진 기분이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이 책으로 쓰레기와 나정, 삼천포와 윤진, 칠봉이, 해태, 빙그레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두시간만 시간을 내어 "응답하라 1994"를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다만 뒤늦게 시작될 응사앓이는 책임질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