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원하는 시간
사랑하지만 한 번도 가깝게 느껴본 적이 없는 아버지, 그리고 사랑했지만 이제는 떠나버린 여인. 삶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는 모든 것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 라는 외침이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 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뒤늦게 그 소중함을 느껴서 다시 찾으려고 하지만 한번 놓친 소중함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로렌초는 연인가 헤어진뒤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지인들에게는 함부로 이름도 거론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그의 생활 구석 구석에 그녀의 체취가 남아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가. 헤어진 그녀가 두 달 뒤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외면하던 아버지가 건강 검진을 받는데 암일 수도 있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게된다. 이 책은 로렌초가 사랑하지만 가까이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화해하고 헤어진 후에야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연인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담고 있다.

 

 

 

 

 

"나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난하다는 것이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마디로 요약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번듯하게 차려진 식탁 앞에 팔 없는 몸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 15page

 

로렌초가 왜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연인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그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들

려준다. 13살 로렌초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가 경영하는 바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남들 다하는 공부지만 5년이라는 기간동안 책에다 쏟아부을 돈이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직원에게 줄 돈을 아끼는 것이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았던 로렌초는 아버지를 돕지만 그 속에서 평생 떠올리기 싫은 가난과 모욕감을 느끼게된다. 의자를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 들어도 가진 자에게 허리를 굽히고 미소를 지어야하는 것을 배워야했던 로렌초는 가난을 짊어준 아버지를 한편으로는 원망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가정형편으로부터 도망가고 싶단 생각을 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왔다. 고지식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성공의 길이 열렸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 그는 행복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로렌초는 평생동안 가난했지만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하나 둘 깨닫게 된다. 행복이란 것은 거대한 것도 아니고 느껴지지도 않을만큼 소소한 것들이었다는 것. 전혀 변할 것 같지 않던 아버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아버지로 자신 앞에 서있다.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믿었던 순간, 아버지가 암선고를 받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그와 아버지를 다시 하나로 엮어주었다. 그리고 하늘을 볼 여유도 찾아주었다. 

 

"2년이란 세월 동안 그 시간을 꽉 채울 수도 있었을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는 모두 잃어버린 셈이어다. 결코 되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었다. 아버지와, 그녀와 함께했어야 할 너무나 많은 시간들을 낭비했다. 그것이 이제 내가 원하는 시간이다."  

-366page 

 

 

 

 


안타깝게도 로렌초는 그가 원하는 시간을 모두 얻지 못했다.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필연은 끊을 수 없었지만 2년이란 공백으로 헤어진 연인을 잡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앞으로의 모든 내일을 단 하루의 어제와 바꿀 수 있다면......"

이 문구가 로렌초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의 모든 내일을 다 바친다고 해도 단 하루의 어제와는 결코 바꿀 수가 없다. 지나가버린 행복도 다시는 잡을 수 없다. 놓쳐버린 행복, 사랑, 그리고 그녀와의 미래. 그 모든 것들이 후회로 남을 로렌초의 마음을 너무도 잘 나타낸 문구같다.

 

 

 


이 책의 저자 파비오 볼로는 다방면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영화배우, 소설가,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성우, 시나리오 작가.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재주, 평범한 문체를 가지고 항상 선두를 달리는 작가라는 표현에 눈이 간다. 평범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을 쓰고 정말 좋았던 건, 책을 읽고 난 뒤에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는데 제게 이러시더군요. '너한테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구나.' 그러고는 펑펑 울기 시작하셨어요."

 

작가가 남긴 이 문구를 보고 나니 이 책 속 이야기가 어쩌면 저자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빵집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는 저자의 과거가 책 속 로렌초를 떠올리게했다.




 

 

 

"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나의 온 존재가 그를 사랑한다. 내가 어렸을 때 내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절대로 기억하지 못하던 아버지를 나는 사랑한다. 오늘도 여전히 나를 껴안을 줄 모르는 이 노인을, 오늘도 여전히 내게 사랑한단 말을 건넬 줄 모르는 이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우리는 똑같다. 사랑한단 말을 내뱉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에게서 배운 셈이다."  

- 14page 

 

읽을 때는 잘 느껴지지 않았던 로렌초의 아버지를 향한 사랑, 아버지의 로렌초를 향한 사랑이 책을 덮고나니 더 느껴진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랑이지만 뒤돌아보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된다. 떠나간 사랑으로 로렌초는 마음 아파하겠지만 그 아픔으로인해 더 깊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평범한 이야기인 듯한데 되뇌일 수록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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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3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꿀꿀페파 2014-01-23 11:05   좋아요 0 | URL
네~ 연기하는 걸로 체크해드릴게요~~~
좋은 하루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