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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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원작 잃어버린 날들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65일간의 기록

 

"살아서는 감옥에서 나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으로부터 버려졌다고 믿었을 때 끝 모를 지옥으로 추락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붙잡은 실낱같은 희망!"

 

"지금 간신히 펜을 들어서 글을 쓰고 있다. 전부 털어놓지 않으면 계속 후회할 것이다. 여기에서 나의 목소리를 말하지 않으면, 진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실화다. 전도연, 고수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그 때의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운반범으로 잡혀 대서양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주부 장미정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보호감찰을 받던 당시 기록을 그녀가 쓴 실제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후배의 부탁이었다. 원석이 담긴 가방을 운반하는 조건으로 400만원의 수고비를 받았다.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빚에 쫓기고 월세집에서도 쫓기고 더이상 쌀한톨 살 수 없는 상황이되자 그녀는 망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 엄청난 고통을 겪을 수 있단 사실을 그녀는 그 땐 결코 몰랐다. 프랑스에 갔다 돌아오면 딸아이에게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줄 수 있을거라고 지금보단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거란 생각만으로 꽉 차있었던 것 같다. 모든 일을 겪고 난 뒤 돌아보니 그녀는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사태의 심각성을 돌아보게되고 후회하게된다.

 

내가 돈 400만원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저자는 누구도 자신과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또 어떤 이유로든 가족과 헤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람이 벼랑에 몰리게되면 누구나 이성적 판단히 불가능할거란 생각을 하게된다. 제 3자의 입장에선 왜 그런 바보같은 행동을 하느냐고 손가락할지 모르지만 당사자가 되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때 정신을 바짝 차렸다면! 400만원이란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이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담고 있었다.

 

 

 

 


저자는 타국의 교도소에서 재판도 없이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을 살아야했다. 불법으로 물건을 운반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막연하게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도 모르고 희망도 없이 산다는 건 또 다른 문제란 생각이 든다. 지은 죄에 대한 벌 이외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원석인 줄 알고 운반했던 가방에 마약에 들어있었다. 다행히 마약을 넣었던 주범인 10년 동안 알고 지내던 후배는 한국에서 붙잡혔지만 그녀는 안타깝게도 외교부의 올바르지 못한 대응으로 빠른 재판을 받을 수가 없었다. 통역도 제대로 안되는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사랑하는 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같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녀가 제대로 된 재판을 받았다면 이토록 억울하다며 원망의 글을 써내려가진 않았을 것 같다.

 

타국에 나가서는 태극기만 봐도 눈물이 나오는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해외여행갈때 꼭 알고 있어야하는 것이 자국의 대사관 연락처라고 한다. 타국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만 하면 바로 해결해줄 것만 같았던 대사관의 이미지가 한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자국민이 타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한번도 의심조차 해보지 않던 일들을 상상하게 된다.

 

외면당했다 생각했다. 대한민국으로 버려졌다 생각했고 더이상 살아서 딸아이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힘들게 일한 남편의 돈을 생활비로 받는 것도 더이상 할 짓이 아니었다. 몇 번의 자살시도 끝에 살아남은 그녀는 추적 60분 방송에서 사건이 다뤄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된다. 그제서야 뒤늦게 그녀의 재판이 진행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답답했던 것은 외교통상부의 어처구니없는 전화한통이었다.

 

"장미정 씨가 석방되어서 알려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조금 있으면 한국에 도착할 겁니다. 입국 날짜를 알게 되면 저희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여보세요, 제가 장미정인데요, 저 지금 한국에 와 있거든요? 이제 더 이상 우리한테 신경 쓰지 마세요."

 

글을 읽고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화가 울컥하고 나오는데 당사자는 어땠을까. 그 원망을 어디에 털어놓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추적 60분을 통해 사건이 소개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해서 한숨만 나온다.

 

사건 이후 10년이 흘렀다. 지금 외교통상부는 타국에 나가있는 자국민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을지 어떤 대응을 해주고 있을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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