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사형집행인의 딸

 

중세 독일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소년 살인 사건, 그 배후를 파헤치는 한 사형집행인의 분투!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의례히 탐정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장미의 이름'의 수도사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그 역할을 사형집행인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형집행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마녀사냥에 관한 끔찍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는 왠지 비밀스러우면서도 사람들의 광기를 담고 있기에 책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산채로 화형을 시키고 바늘로 온몸을 찌르는 잔인한 고문방식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마녀사냥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되니 돈에 눈먼 인간의 욕심이란 얼마나 독하게 인간성을 말살시키는지를 알게된다.

 

마녀사냥이 이유에 대해서 찾아봤다. 오랜 전쟁으로 불안한 기존 교권은 민중들의 신뢰가 하락하자 그 배후에 악마가 있다고 주장하고 다시 민중의 신뢰를 얻게된다. 마녀사냥은 사회집단에서 가장 약한층인 여성과 소외층에게 집중되었고 더 나아가 부의 착취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십자군원정 이전에는 마녀에 대해 관대하여 반사회적 행위만 벌했지만 사회적불안과 종교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마녀사냥'을 벌이게 된 것이다. 마녀라고 지목된 사람들은 지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자백하고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된다. 엄지와 발가락을 묶어 물에 던져 물에 뜨면 마녀고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라는 변별방식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당시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마녀로 몰아 사형당한 이들의 재산은 모두 교회에서 몰수 했다고 하니 타락한 성직자들에 대한 분노가 생기기도 한다. 결국은 부와 권력을 위해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킨 것이 마녀사냥인 것이다.

 

이 책은 사형집행인 야콥과 그의 총명한 딸 막달레나, 그리고 그녀를 흠모하는 젊은 의사 지몬이 등장하여 마녀사냥에 희생될 한여인과 아이들을 구해내는 이야기이다.

구교와 신교 사이에 벌어진 30년간의 종교전쟁이 끝난 17세기, 독일 바바리아 주에 또 한번 마녀사냥의 폭풍이 몰아쳤다. 아이들 세명이 죽었고 두명은 실종되었다. 모두 첫번째 살인이 있기 전날 밤에 산파와 함께 있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 어깨에 새겨진 마녀의 상징 기호. 모든 정황들이 산파를 마녀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동안 산파를 좋지않게 보지 않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마녀가 분명하다며 복수심에 불타올라 화형하라 외치고 나아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하나 둘 마녀로 지목하게된다. 마녀사냥의 후폭풍이 걱정되던 시의원들은 폭풍을 잠재우기위해 산파를 마녀로 몰아 화형시키려는 계획을 꾸민다. 하지만 사형집행인인 야콥은 그녀가 무고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진짜 범인을 찾아나선다.

 

사형집행인은 검은색 보자기를 뒤집어쓴 음울한 모습만을 상상하게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사형집행인은 의사와 탐정을 섞어놓은 듯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정의롭기까지하다.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직업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일들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비록 손가락질을 하고 있지만 그가 하는 일들은 모두 그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었다. 사형집행이 있는 전날은 몸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며 괴로움을 잊으려고 하는 모습, 고문과 사형당하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약을 주는 모습들은 포악해보이는 모습 뒤의 인간다운 면들을 들여다보게한다.

 

"10월 12일은 사람을 죽이기에 좋은 날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대가족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소외감을 느끼며, 자신이 사라져도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갈 것이라는 삶의 덧없음을 느끼고 있다. 계보학은 우리가 마치 불멸의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개인은 죽더라도 가문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일곱 살이 된 아들에게 우리의 놀라운 조상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유혈이 낭자한 부분을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아이의 방에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조상들, 즉 증조부모, 고조부모, 그분들의 이모, 고모, 삼촌, 조카 등의 사진으로 만든 콜라주가 걸려있다." -572

 

저자는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바바리아 주의 사형집행인 집안인 퀴슬가의 후손이라고 한다. 의사인 지몬 프론비저와 달리 요한 야콥 퀴슬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이라고 하니 읽는 내내 그 생생함의 이유가 여기있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속 중세 시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곧 영화로도 개봉되면 좋겠다.

 

제목은 사형집행인의 딸이지만 이 책에서는 사형집행인이란 캐릭터에 더 집중된다.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이 많이 발휘되지 않아서 아쉬운점이 있었는데 이 뒤의 이야기들이 시리즈로 더 있다고 한다. '검은 수도사','거지왕','오염된 순례' 이 시리즈에서 사형집행인의 딸과 젊은 의사의 멋진 활약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아마존에서 몇천개가 넘는 독자리뷰를 남기며 아마존크로싱 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는 '사형집행인의 딸' 나머지 시리즈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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