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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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나왔다. 또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다작의 대가인듯하다.

이전 작품 '신참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다시 예전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난 것 같았다.

뻐꾸기알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심오한 제목부터 눈이가는 표지까지!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 다시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역시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그만큼 반감도 큰 것인가란 생각이 든다.

'백은의 잭'이란 작품에서 스노보드와 스키장에 관한 소재가 등장했는데 그다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야?라며 마음 속으로 의심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이 스키 선수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읽기도 전에 약간 걱정이 되었다.

 

작가가 겨울 스포츠를 무척 즐긴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의외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정말 좋아한다는 걸 새삼 또 느꼈다.

그래서 스키에 관한 소재가 당연히 나오는 것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니다. 

독자의 쓸데없는 편견이고 고집이고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소장하는 애독자로서 바람일테지만!

말하지 못한 이야기. 그 뒷이야기와 관련된 사람들간의 관계.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가가형사의 인간적인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기에 자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나왔다는 말이 나오면 이유불문 손이 먼저 가게된다.

그렇기에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아쉬움이 커질 수 밖에.

이 책이 안타깝게도 그랬다.

 

"딸이 태어났던 19년 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그 꺼림칙한 비밀이 시작됐다."

 

이미 은퇴한, 한때 최고의 스키 선수로 활약했던 히다 히로마사는 자신의 딸 카자미가 스키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된다.

자신은 스키를 너무도 좋아하고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노력하지만 아무리해도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히로마사는 자신의 꿈을 딸이 이뤄주길 바란다. 세살때 데려간 스키장에서 딸은 스키를 타보고 싶다고 스스로 말은 했지만 이미 자신은 딸아이의 의견과 상관없이 스키를 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에 부흥하듯 딸은 어린 나이에도 성인들의 스키코스를 멋지게 활주하는 실력을 갖고 있었고 결국 소석사까지 두고 스키를 계속하게된다. 소속사에서 운동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연구하고 싶다며 히로마사와 카자미 부녀의 유전자를 검사하고 싶다고 찾아온다. 하지만 히로마사는 유전자 검사를 허락할 수가 없다. 그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애써 부인하면서 살아온 꺼림칙한 비밀이 있기때문이다.

 

 

히로마사의 아내는 수년 전 5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그 당시 육아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을거라 경찰이 밝혔지만 히로마사는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날 낡은 신문지 조각에서 읽게된 "신생아 납치 사건" 기사를 읽으며 그는 카자미가 자신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아마 히로마사는 은연중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임신을 했을 당시 그는 스키때문에 몇달 동안이나 집을 떠나있었다. 전화로만 아내와 뱃속의 아이의 안부를 물었다. 집으로 돌아와 외출하려할때면 안절부절 못하는 아내를 보고 뭔가 수상한 점을 느끼지 않았을까. 자신과 아내를 전혀 닮지 않은 아이를 보며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까. 낡은 신문지 조각의 기사 하나로 아내가 출산한 병원으로 달려가진 않았을 것이다.

 

찾아간 병원에서 아내는 유산을 했고 출산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납치된 신생아가 카자미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카자미를 친딸이라 여기고 키우기로 한다. 왜 카자미의 친부모를 찾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카자미가 자신의 꿈을 이뤄줄 스키를 그토록 잘하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히로마사는 스키를 타며 좌절하는 카자미의 모습을 보면서 입으로는 스키를 그만둬도 된다고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계속해주길 바란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히로마사를 붙잡고 있던 것은 아닌지란 생각도 하게된다. 

 

한편 카자미를 위협하는 협박장까지 등장하며 히로마사는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카자미의 친부. 히로마사는 점점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책이 무척이나 두꺼운 편인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의 표지를 벗기면 드러나는 다소 공포스러운 이미지의 첫인상에서는 뭔가 으스스하면서도 제대로 한방 먹여주는 대단한 반전이나 결말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뻐꾸기알은 누구의 것인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 자신의 새끼가 아닌지 알면서도 키우는 새.

둘다 뻐꾸기알의 주인은 아닐 것이다.

뻐꾸기알은 둥지에서 제일 먼저 깨어나 둥지의 주인인 다른 알들을 모조리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그리고 홀로남아 자신의 덩치보다 작은 어미새의 먹이를 받아먹으며 커간다.

뻐꾸기알은 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다.

 

책을 덮은 후 이 생각을 하게 되니 뻐꾸기알 카자미의 속마음 이야기를 더욱 많이 들려주는 이야기였다면 좋았겠단 생각을 하게된다.

카자미를 낳아준 엄마와 길러준 엄마의 속마음을 많이 들려줬다면 이야기에 좀 더 깊숙하게 빠져 더 많이 공감하며 읽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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