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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반사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3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난반사 누쿠이 도쿠로
1964년 3월 13일 미국 뉴욕이 사는 20대 여성키티 제노비스는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정신이상자에게 붙잡혀 칼부림을 당한다. 그녀는 35분 동안이나 잔혹하게 난자당해 숨졌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외면하는 극단의 이기주의가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제노비스 신드롬.
38명의 사람들이 제노비스가 칼부림을 당할 동안 누군가 전화하겠지라는 생각과 귀찮은 일이 휘말리면 나만 고생이라는 생각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이때문인지 요즘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하거나 문제가 생길때면 다수의 사람에게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를 외칠게 아니라 콕 집어 거기 모자쓴 아저씨등 개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한다고 조언한다. TV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제노비스 신드롬이 실제한다는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건 그 피해자가 나와 사랑하는 내 가족일 경우에라는 만일이라는 전제가 깔리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오늘 인터넷 뉴스를 통해 용감한 청년이라는 기사를 봤다. 길 한복판에서 한 남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할머니를 행인들은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말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한 청년이 용감하게 나섰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청년의 행동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겐 내 일이 아니라는 책임회피의 현상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 이 청년처럼 제노비스 신드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정신 그 정신이 요즘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난반사'는 이 제노비스 신드롬을 격하게 떠오르게 했다. 잠재된 제노비스 신드롬. 사람들이 이건 내 일이 아니다, 이정도가 무슨 큰죄가 되겠어라는 생각, 도덕적 해이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다. 시종일관 잔잔하지만 그 잔잔한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 아이가 죽었다. 그리고 범인은 세상 그 자체였다!"
사건은 아주 우연하게 일어났다. 길을 지나가던 유모차와 엄마 위로 가로수 나무가 쓰러졌다. 다행히도 엄마는 무사했지만 가로수 나무는 유모차를 덮쳤고 아이는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말았고 끝내 사망했다. 지나가는데 나무가 덮쳐 사고를 당하다니! 누가 봐도 불운한 사고로 밖에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이 사건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의도하지 않은 누군가의 작은 부도덕한 행동들이 모여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없이 무심코 저지른 행동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생각과 행동은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내가 아무런 의도없이 했던 부도덕한 행위가 언젠가 커다란 가로수 나무로 내 머리위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정말 잘 살아야겠다 느끼게된다.
폄벙해보이기만 하는 일상에서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누쿠이 도쿠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