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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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압도적 1위!

연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하인드 컷 공개

 

 

웹소설 미스터리 압도적 1위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흥미와 재미로는 검증된 이야기란 느낌으로 기대와 함께 책을 들었다. 마치 CSI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살인사건 뒤에 피로 얼룩진 집안과 유품을 정리하고 욕실의 부패된 도저히 형태를 가늠하기 힘들어진 시체 부유물들을 수습하는 일을 하는 분주한 손놀림들. 대부분의 소설들이 끔찍한 살인의 현장과 그 당시의 모습들을 재현해준다면 이 책은 경찰이 증거물과 시신을 수습하고 남은 뒤의 집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현관문을 열자 손톱을 세운 악취가 사납게 달려들었다. 고개를 조금 틀어 숨을 길게 뱉어내곤 다시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흔해빠진 원룸이었다......현관 신발장 앞에 놓인 핑크색 플랫슈즈와 프릴 장식의 도트 무늬 우산으로 미루어 사망자는 여자인 것 같았다. 열흘 전 사망했다는 사실 외에 그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 7page

 

특수청소를 하는 주인공 이경은 간신히 15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작은 눈, 큰 코, 작은 입, 큰 하관의 불균형한 얼굴로 서류면접은 늘 통과하면서 그 특출나지 못한 외모때문에 번번이 형식적인 사정 면접이라는 곳에서 조차 떨어지고 만다. 어떻게 대학은 들어갔지만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여있다. 게다가 아빠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엄마는 아빠를 돌보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불행한 현실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이경의 인생.

 

마스크 안에 손수건을 몇 개씩 접어 넣고도 구토를 참지 못해 곤욕스러운 특수 청소일은 이경을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도 평범한 생활을 누리며 사는 것 같은데 자신은 남들이 마다하는 특수청소를 하고 있으니 현실에 만족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이경의 인생에 변화가 생겼다. 어느 날 꿈 속에서 이경은 아름다운 여인의 다운의 몸 속에 들어가있었다. 이경이 보게된 다운의 눈에 비친 모습은 평소 이경이 꿈꾸는 생활이었다. 남자들이 서로 만나고 싶어서 줄을 서고 아리따운 몸매에 얼굴, 명품백에 럭셔리한 쇼핑까지.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운의 행동을 이경이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현실에서는 특수청소의 비극적인 삶이지만 꿈속에서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공주님의 삶. 이경은 달콤한 꿈에 빠진다.

 

그러다 이런 행복도 잠시. 꿈 속 다운이 얼마 전 자신이 특수청소하러 간 곳의 피해자 다운이란 걸 알게된 이경은 꿈이 진짜 일어난 과거의 일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내게 뭔가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직감을 느끼게 된 이경은 다운의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럴 수록 점점 밝혀지는 진실들이 충격적이다. 이경이 꿈을 꾸면 다운의 삶을 살았고 반대로 다운이 꿈을 꾸면 이경의 삶을 살았다. 둘은 서로의 꿈 속을 실제로 살았고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시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과연 둘 중 어떤 삶이 살아남게 될까.

 

"내가 키 작고 뚱뚱하고못 생긴 여자가 되는 꿈. 웬 아저씨들에게 어딘가 몰려가서 억세게 청소를 했어. 왜 예전에 우리 잠원동 살 때 사거리 행운아파트 기억나? 베란다에서 그 아파트 103동이 보이는 집이었어. 방 안엔 죽은 개 시체가 있었고, 더러운 이불에 핏자국도 보였어. 설거지거리도 산더미 같았는데, 고무장갑이 빵구 나서 맨손으로 다 했다니까."

 

학벌,미모,재력까지 모든 걸 갖춘 여인 다운의 삶과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지독하게 가난한 여인 이경의 삶.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그리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을 누군가가 송두리째 뺏어간다면! 단명하는 운명에 놓인 내 몸뚱이를 다른 사람과 바꿔야 더 살 수 있다면 나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겠는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는 없지만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천국의 이십 년이냐? 지옥의 팔십 년이냐?

 

이 책의 이야기를 접하지 않았다면 너무도 당연하게 대답했을 질문에 순간 멈짓 할 수 밖에 없어진다. 겉으로 봐서는 너무도 평안하고 좋게만 보이는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지독하게 암울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겉으로 봐서는 너무도 혹독해보이는 삶이 어쩌면 더 나은 삶일 수도 있다는 정말 극과 극의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경계가 무너지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이야기였다. 돈앞에서는 부모자식관의 관계도 우정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암울했다. 그렇기에 현실은 더더욱 이렇지 않을거라는 한가닥 희망을 애써 갖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초반에 전개되는 이경과 다운의 번갈아가는 꿈의 이야기와 사건들은 뻔한 이야기일거란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진실의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정말 흥미로웠다. 특수청소직이라던가 사체를 가지고 알약을 만든다는 설정들도 한번쯤 접했던 이야기들이라 새롭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진부하다고 느끼지 않게 전개가 되어있어 술술 읽혔다. 네이버 웹소설로 연재했을 땐 볼 수 없었던 비하인드 컷이 공개되었다고 하는데 웹소설의 연재가 어떻게 끝났는지가 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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