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미치오 슈스케의 신간이 나왔다!

그런데 책 띠지의 문구가 심상치않다. "그가 전하는 최고의 힐링 스토리"

그동안 내가 접해온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가가사기의 중고매장을 제외하고는 어둡고 왠지 염세적인 느낌이 강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술래의 발소리, 물의 관, 달과 게등을 통해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이 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격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후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다른 동화적 이야기에 작가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게이스케를 몹쓸 말로 놀리던 초등학교 동급생들 중 절반 정도는 게이스케와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다.
입학식 날 아침 쌀쌀한 체육관에서 줄을 지어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이것저것 갖다 붙인 교장의 훈화를 들으며
게이스케는 불안감에 짓뭉개질 것만 같았다.
또 똑같은 하루하루가 3년이나 계속되는 걸까. 또 자신은 참아야만 하는 걸까."

 

초반의 이야기는 역시 미치오 슈스케의 염세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가난한 집안환경으로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주인공 소년이 등장한다.

때리는 친구들에게 반항한번 하지 못하고 지옥같은 생활을 3년이나 계속 하고 있는 소년.

이 소년은 과연 괜찮은걸까. 성장하면서 어떤 돌파구를 찾게될까. 미치오 슈스케만의 섬뜻한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것들은 굉장히 자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물이 겪고 있는 고통 그 자체보다는 극복하려는 모습의 초점에 맞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게이스케는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렸다. 죄다 게이스케의 집이 가난한 것을 놀리는 별명이었다.
게이스케는 뭐라고도 항변하지 못했다.
어머니를 조롱하는 말을 듣고 분한 나머지 목이 꽉 메어 입을 벌려도 마리 나오지 않았다.
불에 덴 자리에 찬찬히 얼음을 갖다 대듯이 게이스케는 매일 공책에 이야기를 썼다.
그럴 때만 외롭지 않았다. 넘쳐나는 말을 글자로 바꾸어 쓰고 있는 동안은 슬프지 않았다."

 

주인공 소년은 자신의 아픔을 매일 공책에 동화를 쓰는 것으로 치유해갔다.

자신의 아픔을 돌아봐주지 않는 엄마를 대신해, 손지검하는 친구들을 대신해,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따뜻한 이야기를 써간다.

그러던 중 한 소녀가 그에게 다가왔다. 소년은 글을 쓰고 소녀는 그림을 그렸다.

둘은 그렇게 자신들만의 그림책을 만들어간다.

오래된 연인 사이에는 설레는 만남이 꼭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소년과 소녀의 사이도 그랬다.

소년은 소녀의 친구와 점점 가까워지고 소녀도 둘의 사이를 점점 알아가고 있었다.

그때 소녀의 친구가 학교로 돌아올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된다.

그 사건이 소녀때문이라고 생각한 소년은 소녀를 멀리했고 그렇게 그 둘은 헤어져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비가 올때마다 소년은 자신의 아픔을 담아 그림책을 그렸던 일을 생각하고 소녀를 떠올린다.

 

우연히 참석하게된 동창회.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호텔커피숍에서 기다리다가 소녀와의 추억에 잠긴다.

불연듯 떠오른 과거 사건의 의혹 그리고 뒤늦게 알게된 진실.

하지만 문앞을 나서자마자 쿵!하는 소리가 함께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 책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실을 번갈아 들려주고 중간 중간 동화책 이야기까지 더해진다.

꼭 몇편의 단편을 묶은 것 같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연결되어있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라면서 각 이야기간의 연결고리를 찾고 실마리가 하나씩 풀린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이란 문구가 떠오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어보면 딱 좋을 이야기다.

어린 시절 마음을 다친 아이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그림책을 보고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제대로 기억하는 책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유년시절에 봤던 디즈니시리즈는 그 어느 책보다 또력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 것들을 느끼며 내 아이들에게 그때의 내 느낌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평생에 남을 좋은 그림책 하나 마음 속에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추억이고 힘이 되는지를 또 새삼 느꼈다.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보여주라는 뜻은 공부잘하고 똑똑하라는 뜻이 아니고 바로 이 뜻일텐데 말이다.

 

기대했던 미치오 슈스케의 스타일과는 달랐지만 훈훈한 느낌으로 남을 것 같다.

작가가 분명 사랑에 빠진걸꺼야라며 혼자 중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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