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조영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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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다른 이야기는 어떨까 싶어 한눈팔기를 집어들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인 소설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한눈팔기의 주인공 겐조처럼 어린 시절 입양과 파양, 유학의 경험이 있기에 소설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겠지만

그의 생각들이 어느 정도 녹아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겐조라는 인물은 그 시대에 많이 배운 지식인입니다.

그런데 성격은 그리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내를 대하는 태도 또한 거북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파양했던 아버지가 찾아옵니다. 그들은 연을 끊고 살았는데 갑자기 만나자고 사람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연락도 없던 사람이 왜 자꾸 만나자고 할까. 그 이유는 바로 돈이었습니다.

아내는 처음부터 거절하라며 탐탁지않아하지만 겐조는 아내의 조언을 무시하며 알아서 처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는 싫은 소리 못하는 겐조는 여지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주기 시작하고 목돈도 빌려주게 됩니다.

 

 


 

 

 

 

 

아내는 그런 그에게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잠깐 친정에 가있는 정도로 불만을 표현하지만

겐조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혼전의 편안함을 느꼈다며 방안에 벌렁 누워있을 뿐이죠.

아내는 밤늦게까지 바느질을 합니다. 그런 아내를 향해 "왜 밤에 일찍 안 자는 거야?"라며 미워합니다.

히스테리라고 하면서요.

그런데 아내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집안살림을 꾸리기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얼굴도 많이 야위었고 아파서 누워있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겐조는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지 않습니다.

 

아내가 진통이 와서 아이를 낳는 것을 지켜보는 겐조의 행동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산파가 오기도 전에 아이가 나왔습니다. 딸입니다. 겐조는 세번째 아이도 딸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를 위해 한 것이라고는 아내가 준비해둔 산후 준비물에서 솜을 찾아 위에 얹어준 것 뿐이었습니다.

 

아내가 친정이 무척 힘들다며 말합니다. 집에 들렸던 장인이 날이 너무 추워 겐조가 입지 않는 오래된 외투를 입고 돌아갔단 말을 남깁니다.

겐조는 제가 느끼기엔 정말 한없이 나쁜 남편이고 나쁜 사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마디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한탄하는 겐조의 아내를 보며

우리네 그 시절 여인들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해야하는 스트레스가 책의 이야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정말 불편한 상황들이 실감납니다.

커다란 사건을 정말 잔잔한 느낌으로 들려주는데 이야기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남편 몰래 기모노를 전당포에 잡힌 요전의 일을 떠올렸다.

겐조는 언제 자신이 형과 같은 처지에 빠질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했다."

 

남들이 보기엔 유학까지 갔다오고 하녀도 부리고 있어서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으로 알고 있고

겐조 또한 언제든 벌면 벌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겐조의 아내가 느끼고 있는 현실은 아이에게 맞는 옷이 없어서 밖에 내보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기모노를 전당포에 잡히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생활비를 어떻게 쓰는지 검사를 한다면서 정작 어디서 뭘 쓰고 있는지는 제대로 보려하지 않습니다.

 

아! 이 책 속의 상황들은 현실의 저라면 정말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입니다.

그렇기에 읽으면서 정말 답답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던 건 나쓰메 소세키가 이런 겐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 우리 아기 착하기도 해라. 아버지가 하는 말은 뭐가 뭔지 도통 못 알아듣겠네요."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몇 번이고 아이의 붉은 볼에 입을 맞추었다. 

책의 마지막 문구를 읽으니 안타까운 겐조의 미래가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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