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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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의 달을 만났다.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담고 있는 달.

24의 나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이 책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보다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의 초반부는 참 내 머리 속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이게 현실일까? 꿈일까? 현실과 꿈을 왔다 갔다하면서 지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날, 신바시 역에서 우연히 보았던 양산 쓴 여인의 모자에 하야 리본이 둘러져 있었던가?

아아, 그렇다, 역시 그래.

지금까지 그 이야기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렇지.

예전에 어떤 책에선가 분명히 읽은 적이 있어. 아일랜드 전설이었지.

하얀 리본을 두른 모자의 여인을 만났다가 여섯 달 뒤에 죽었다는 사내의 이야기......" - 34page

 

1897년, 메이지 중기를 배경으로 여행을 하던 마사키는 어느 마을의 숲속에서 나비를 따라간다.

어두운 밤 숲을 헤매던 그는 뱀에 물려 의식을 잃고 어느 암자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노승은 닫혀져있는 어느 방문을 절대로 들여다봐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앞부분의 내용이 마사키의 꿈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는 이야기였다면 뒷부분으로 갈수록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꼭 어릴 때 들어봤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듯한 이야기다.

 

"나는 산 속에 쓰러져 있고, 또 나는 선방 가운데 앉아 있다...... 그리고 꿈속에서는...... " - 97page


마지막까지 마사키의 꿈인건가? 현실인건가?에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없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마사키가 본 것들은 진실일까.

진정한 사랑이란 늘 이런 식인건가라는 의문까지.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이미지, 첫인상, 그 자체로의 모습만 보고

빠져드는 모습.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을 할 수 있을지에 딴지를 걸고 싶다.

 

사랑이건 유혹이건 짧은 이야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사실이다.

왠지 오랫동안 알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의 이야기로 다가오게 만들어버린다.

그런 매력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찾는게 아닐까 싶다.

그의 다른 책들에서도 또 이런 느낌이 드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말 젊은 작가다!

한글로 된 트위터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진짜 작가가 남기는 이야기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슬쩍 보기만 하고 나와버렸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안타깝게도 겉표지를 다 벗겨서 검색을 통해서 찾아보게 되는데

일본에서 출간된 달의 원서 표지들이 더욱 이 책의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一月物語 제목도 더 어울리는 듯.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일 것 같은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히라노 게이치로의 나머지 두권의 책도 빨리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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