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싱 전3권 세트
하시다 스가꼬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싱

 

책귀퉁이가 뜯어지고 많은 사람의 손을 탄 느낌이 더욱 잘 어울리는 책. 오싱을 만났습니다.

12월달에 영화로도 개봉이 된다고 하고 새롭게 출간되었다는 소식도 들렸는데 왠지 저는 이 낡은 책이 더 끌렸습니다.

NHK-TV 대하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오싱은 눈많은 일본 동북지방의 한촌에서 태어나 가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오늘날까지 살아온 오싱이라는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작품입니다.

 

진정한 가치 기준이 무엇인가. 전통에서 뭘 버리고 보존해야 하는지 도덕적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이야기라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1권을 보는 내내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입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일곱살 어린 소녀의 이야기 부분인 1권은 정말 가슴아프고 감동적이었어요.

그에비해 2,3권 성장한 오싱이 이야기는 일본의 전쟁과 고부간의 갈등, 무능력한 남편의 이야기등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너무도 흡사한 답답한 이야기에 애써 외면하고 싶던 이야기였습니다.

나도 어쩌지 못하고 누구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시대를 막론하고 어쩜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까!라며

속이 답답해진다고 해야할까요.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그녀는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80이 훌쩍 넘은 백말의 여인이 아무도 찾지 않는 산골을 찾습니다.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오싱.

지금은 크게 성공한 사업가지만 집안의 불화로 짐을 싸서 가출을 하고 고향을 찾은 것입니다.

답답한 현실을 극복할 마지막 힘을 얻기위해 추억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오싱은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립니다.

오싱이 추억하는 기억들은 어쩌면 이토록 험난한 여생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제발 좀 행복하게 살게 해줘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말이죠.

이제 좀 행복해지려나보다 싶으면 또다른 사건이 일어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고

다시 일어나면 또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런 것들이 지독하게 반복됩니다.

 

 

 

 

 

"오싱은 그렇게 어려운 때에 태어나 자란 아이였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가난이 몸에 배어 그게 고통스런 생활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먹을 것은 모자랐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사랑을 흠뻑 받았기 때문이다. " - 23page

 

"싫어! 나는 아버지랑 어머니랑 엄마 곁에 있을래. 아무데도 안 가."

 

"뭐가 꼴사나워? 여자들은 다 이런 쓰라림을 삼키며 살고 있어! 남자인 네가 여자들의 이런 괴로움을

알기나 하겠느냐?" - 31page

 

 

일본의 예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합니다. 가부장적 사회의 이야기.

차가운 물 속에 뱃속 아기를 지우기 위해 들어간 엄마.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는 할머니.

일곱살 오싱은 사랑하는 엄마와 할머니를 보며 더부살이를 결심합니다.

 

"엄마, 두 번 다시 그런 짓 하면 안돼. 알았어?

내가 없으면 할머니도 밥 먹을 수 있어!

애기도 낳을 수 있잖아? 예쁜 애기 낳아. 응?" - 32page

 

제 자식보다 며느리의 아픔을 생각하는 시어머니,

자신의 눈물보다 며느리의 눈물부터 생각하는 시어머니. 오싱의 할머니는 시대에 드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시어머니와 엄마 밑에서 자란터였는지 오싱은 정많고 사람을 배려할 줄아는 아이였습니다.

 

"걱정 마. 할머니...... 엄마, 개울물 차가웠지?

나 요전에 빠져 봐서 잘 알아.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엄마......" - 33page

 

사랑받고 자란 아이 오싱이 눈에 선합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나오는 이 부분에서 눈물이 펑펑 나왔던 것 같아요.

아이와 남편이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동안 옆에서 책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와서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몰래 눈물을 닦아가면서 봤다죠.

 

오싱이 더부살이를 떠나러 갈때 엄마는 안보내려고 애쓰고 할머니도 밥도 안먹고 굶는 것과는 달리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와 장남은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며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이기적이기만 한 장남. 집안의 모든 것을 물려받으면서도 동생들을 살뜰하게 보살피지 못하는 모습을 나오는데요.

오싱이 그토록 힘들게 도쿄에서 출장미용을 하며 번 돈으로 결혼비용을 마련하고 집도 지었으면서

가족들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모습에 정말 화가났어요.

억울한 더부살이를 견디지 못하고 돌아온 오싱을 보자마자 화를 내며 뺨을 때리는 아버지 또한 욱하게 만들었습니다.

 

"오싱이 문득 개울가 울창한 나무숲으로 눈을 돌렸을 때 그곳에서 한 남자가 뗏목을 따라 뛰는 모습이 보였다.

앗! 아버지...... 아버지!"

 

하지만 이부분은 자꾸만 읽어도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어 버리는데요.

내가 알고 있는 가부장적 아버지들도 그네들만의 아픔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족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아버지.

하지만 더부살이로 팔려가는 딸아이를 놓지못해 뗏목을 따라 몰래 뛰어오는 모습.

그 몰래 뛰어오는 모습을 지금껏 보지 못했던게 아닌가 싶어요.

 

얼마전 기러기 아빠의 유언이란 뉴스를 보았습니다. "아빠처럼 살지마."

4년간 혼자 생활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남성의 이야기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긴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뿐

아버지, 어머니, 아들과 딸, 남자와 여자. 느끼고 마음에 담는 것 다 똑같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해봅니다.

 



 

 

서울 서 하루 196쌍이 결혼하고 55쌍은 이혼한다고 합니다.

오싱이 지금 세대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아요.

결혼이라는 것, 효도라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 아내로 남편으로 산다는 것.그런 사람사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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