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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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엄청난 책 두께를 보고 놓았다가 영원의 아이의 작가 텐도 아라타의 작품이기에 서슴없이 집어들었다.

사람이 죽은 장소를 찾아가 애도하는 모습으로 기도를 올리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죽은 사람을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누구에게 사랑받고, 또 누구를 사랑했는지, 어떤 일로 누가 그분에게 감사를 표했는지 아십니까?" 라고 묻고 다니는 사람.

그는 사건의 진위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지도 않는다. 단지 그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지 누굴 사랑했는지 그 사람 자체를 기억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를 주변 사람들은 수상하게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물론 고인과 유족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에게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고인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기억하게 된다.

다시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마음 속에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기억하고 특별한 존재로 마음에 담아두게 된다.

 

"경찰과 폭력집단 관계자와의 연줄로 뒷정보를 꺼내고, 인간의 추한 면과 허례허실을 까발리고,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로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 이 세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어." - 20page

 

우연히 애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마키노란 기자는 평소 자신이 해오던 일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자극적인 특종만을 쫓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죽을 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 닥치게 되자 마키노는 세상에 자기가 죽으면 애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그냥 목숨을 놓아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런 허무주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죽음이라는 것,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 누군가의 마음에 기억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깨닫는다. 자극적인 기사 속에 묻혀진 사람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누구 하나 고인들이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얼마나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였는지 사건만을 기억하는데 그런 것들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다.

 

"또 아기한테 기도하는 거예요?"

"아기 있잖아요. 엄청 귀여웠어요."

"뺨이 뽈록하고요. 잘 웃었어요."

"그리고, 손가락이요. 요렇게 쪼그마하고요. 머리카락도 보들보들했어요."

"너희에게 사랑받던 아기였구나."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부르더니 시즈토와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작은 손을 모았다. - 59page

 

이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뭉클해졌는데 작은 소을 모아 기도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우리가 고인을 위해 해야할 진정한 기도가 아닌가 싶다.

 

애도하는 사람은 전국의 고인들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하고 다니는데 정작 죽음을 문앞에 두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의 존재는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 면들이 참 애닯게 느껴졌다.

 

"여기서는 가족에게도 말 못하는 불안과 공포와 후회를 서로 털어놓을 수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는 비통한 말조차 가벼운 잡담처럼 할 수 있었고,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다." - 79page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들에게는 내색할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의 고통을 알기에 애도하는 여행을 허락했지만 자신의 옆에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어머니의 마음 그런 것들이 잘 녹아든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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