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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습속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마쓰모토 세이초 시간의 습속
"미하라는 생각할수록 알 수가 없었다.
언젠가 후쿠오카의 도리카이 형사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절대 틀림없다고 믿어버리면 언젠가 그것이 마음에 맹점을 만듭니다.
착각하고 있으니까 바로잡을 생각조차 들지 않지요.
이 점이 무서운 겁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믿어도 다시 한 번 그 믿음을 깨뜨려볼 일입니다.
어디서 착각한 걸까?" - 83page
습속이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인간 생활의 방법을 결정하는 행동의 규칙을 말한다.
동의어로 관습, 풍습이 있다. 개인적인 습관이 아니라 사회적 습관.
제목이 무척 독특하다.
사람은 한번 맹점을 만들면 그 착각에 바로잡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형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망 시간이라는 점에서는 ,미네오카를 사가미 호숫가에 세우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를 증명해보자." - 83page
요즘 유행하는 CSI형 수사형식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수사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그 흔한 지문감식도 없다. 사건의 해결과정을 편지로 주고받는다. 핸드폰도 없다!
육감수사!
말 그대로 형사의 육감으로 직접 발로 뛰어가며 사람 한명 한명을 만나가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탐문조사를 해가면서 범인의 동기를 알아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CSI에서 보여주는 수사방식과 셜록홈즈의 추리에 맛을 들인 사람이라면 조미료가 빠진 음식처럼 좀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시간의 습속은 1961년 5월부터 이듬해 11월 잡지 여행에 연재된 작품이다.
점과 선의 2탄으로 후속작을 만들지 않는 마쓰모토 세이초 유일의 작품이라고 한다.
명콤비 도라카이와 미하라가 형사가 등장한다.
이들 형사는 딱 형사다!라고 느낄 수 있다.
어릴적 수사반장에서 형사수첩을 들고다니면서 탐문수사를 하던 그런 형사의 느낌을 준다.
"범죄가 발생한 2월6일 밤, 피해자는 접대부처럼 보이는 여자와 사가미 호숫가에 있는 여관에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어두운 호숫가로 산책을 갔다.
여자는 그대로 행방을 감추었고 남자의 사체만이 남았다." - 178page
너무도 완벽하기만 알리바이를 하나씩 가설을 세워가며 확인해가는 형사의 육감을 맛볼 수 있다.
필름카메라와 일본의 교통환경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면 책에 푹 빠지는 맛이 덜할 것 같다.
궁핍과 학력차별을 뛰어넘어, 41세에 작가가 된 늦깍이.
마쓰모토 세이초가 소설가로 자리를 잡고 파고든 것이 논픽션었다고 한다.
일본 사회나 조직의 불투명한 비리를 표현할 때 검은 안개라는 말이 쓰이는 것이 바로 그의 소설 '일본의 검은안개'때문이란다.
작가 생활 40년동안 장편이 약 100편, 중단편등이 거의 1000편, 단행본이 70여권!
엄청난 작가다. 아쉽게도 그는 1992년 생을 마감해서 더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을 내가 죽기 전에 다 만나볼 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