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리에 간다면 - 혼자 조용히, 그녀의 여행법
모모미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다시 파리에 간다면 혼자 조용히, 그녀의 여행법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해야 하고, 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비로소 이 낯선 도시,

파리에서 여유를 건져낼 수 있었다." - 12page

 

나만의 여행. 내 평생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두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많이 다니기는 했다. 하지만 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의 여행이었다.

아이들과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해야하고, 보여줘야하고, 뭔가 하나라도 더 보고 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지금 내가 해오고 있는 여행은 그런 의무감의 여행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파리에서 여유'라는 것들이 이토록 마음을 뺏기게 할 줄은 몰랐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의 눈을 통해 들어오던 것들이 책 속에 담겨있다.

그 순간의 이야기와 느낌, 사진까지 함께해서 꼭 그녀가 본 것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을 보면 아! 이거 정말 좋다라면서 사진에 담게되는데 이 책의 사진들이 딱 그렇다.

책을 보고 있으면 저자가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는 이런 여유로운 여행을, 나만을 위한 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빼곡한 스케쥴로 가이드를 대동한 여행과는 차원이 100% 다른 진짜 여행을 소개하는 그녀의 여행법.

정말 마음에 든다.

 

 

 

 

 

저자는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파리지앵이 사는 집, 스튜디오에서 머문다.

지난 번 살던 사람들의 자취가 물씬 묻어있는, 기름낀 후라이펜이 가득한 집이지만

자신의 방에 언제 빛이 드는지 알 수 있는 정도로 공간을 사랑하게 된다고 하니 그런 느낌 무척 궁금하다.

낯선 공간을 찾아가 적응하는 것도 바쁠 여행에서 자신만의 추억이 깃든 공간을 갖게 된다는 점, 어떤 느낌일까.

 

"오랜만에 돌아온 여행자에게도 추억을 만들어주는 도시가 파리다......

하지만 파리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혹은 거의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릿느릿 움직인다.

덕분에 다시 파리에 갔을 때 나는 변치않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 4page

 

친구들이 저자에게 파리를 자주 찾는 이유를 묻자 늘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제 찾아도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이유도 그런 마음에서가 아닐까.

언제라도 찾아가면 어릴 적 놀던 골목이 있고 내가 살던 집이 있고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것 같아서.

예전에 방문한 기억에 너무도 좋았기에 다시 방문했던 곳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을 때의 그 실망감은

다시는 찾지 않게될 곳임을 알기에 추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런 실망감을 주지 않는 곳이 저자에겐 파리였던 것 같다.

언제 찾아가도 늘 같은 모습으로 날 기다리는 곳. 추억에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파리였다. 애펠탑만 떠올리게 되던 파리가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책상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책임으로부터, 의무로부터, 번화한 거리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소중한 휴식처다. " - 12page

 

"날씨 좋은 날, 숲과 기나긴 산책로가 이어지는 뤽상부르 공원에 가면 파리 사람들이 모두

집에서 뛰쳐나온 것 같다."  - 34page

 

"공원에 나와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의 여유는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131page

 

책에 소개된 사진을 보면 유독 푸른 잔디밭에 돋자리도 깔지않고

여기 저기 아무렇게나 앉거나 누워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홀로 누워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한자 왁자지껄한 모습,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아빠는 책을 보는 모습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와! 너무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풍경. 돋자리도 없이 성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고 누워있는 모습은 신선했다.

하루하루는 살아가느라 시간에 쫓겨사는 우리네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들에 마음이 허하다.

나도 얼른 저곳으로 달려가 철푸덕 드러누워 따뜻한 햇살 받으며 좋아하는 책한권 여유롭게 보고 싶어진다.

 

"그 풍경 안에 앉아 있으면 행복해진다. 격한 열정이나 특별한 그 무엇이 없어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여행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것을 좇는 것보다 작은 것에 시선을 맞추면 기쁨이 보인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내 옆에 앉은 어느 가족의 웃음 속에서 모르는 이의 다정한 눈인사 속에서" - 34gpae

 

 

 

 

 

이 책에 소개된 사진 속 장소는 그 흔한 관광책자에서는 볼 수 없는 곳들이다.

관광객이 득실거리지 않는 곳, 파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지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곳,

그냥 쓱 지나쳐가다가도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정있는 곳이었다.

파리인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라고 하니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인사하고 웃어주면 더 많은 추억들을 만들 수 있는 곳같다.

 

"마음 속에 혼자 품고 있던 완벽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바로 낙심한다.

그 누구도 환상을 품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에 대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 60page

 

사람은 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추억을 떠올린다.

뭔가에 쫓겨 눈에 넣기 급급한 여행을 하던 내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을 여행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더이상 어디를 가냐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떠나느냐가 문제일 것 같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란다의 식물들도 차례 차례 죽어갔다.

장례식을 마치고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수첩에는 '우리 식구들을 위한 텃밭 만들기'라는 목표와

작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엄마는 진짜 밭도 아닌 베란다에서 작은 텃밭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 70page

 

파리의 호젓한 정원에서 떠올린 저자의 지난 추억이야기는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나도 여행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눈을 따라가며 보게되는 파리의 풍경들은 너무도 생생하고 정감이었다.

꼭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든다.

파리를 여행할 수 없겠지만 책 속 사진을 보고 또 그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며

파리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따뜻한 여행을 체험했다.



 

 

 

 

 

창문 사이로 뜀박질하고 있는 고양이가 그려진 골목, 사방이 식물로 둘러싸인 아파트,

한가롭게 공원에 누워 있는 사람들 속에서 푹 퍼져 누워있는 나를 언제가는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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