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개정판 다빈치 art 12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 다빈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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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여신 이중섭 책

 

요즘 드라마에 책이 정말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주군의 태양에서는 폭풍우치는 밤에라는 동화가 주목을 받고

소년, 소녀를 다시 만나다에서는 마스다 미리 시리즈가 등장하고

결혼의 여신에는 이중섭 책이라 불리는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이 나왔습니다.

영화에서 책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은 많이 봤지만

드라마에서 이렇게 책이 나오니 새롭습니다. 책과 관련된 드라마가 대세인걸까요?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건 이 책들이 다 드라마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책을 읽고나서 드라마를 보면 괜스레 더 재미있어지는 현상!

과연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풀어갈지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두 주인공이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남자는 여자가 색연필과 볼펜으로 줄을 치고 그림을 그리며 느낌을 적어놓은 것을 보며

여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중섭생가를 함께 방문하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남자가 던진 대사가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걸 콕 짚어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순수한 사랑? 글쎄요.

왜 이중섭하고 이중섭 부인의 사랑이 이렇게 책으로 남고, 기념으로 남았겠어요.

없으니까 이렇게 된 거죠. - 남자 주인공의 대사

 

지금 시대에는 없는 사랑.

남녀의 지고지순한 애절한 사랑이 점차 시들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은 요즘.

도시인들에게 부부간의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에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인 것 같습니다.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내용을 알기 전에는 이중섭의 그림에 관한 이야기일거란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면 그림보다 그와 그의 아내, 두 아들에게 시선이갑니다.

아내와 이중섭이 주고 받은 편지의 내용은 강인한 소 그림으로 각인된 이중섭을 다시 바라보게 했습니다.

 

일제 치하때 이중섭은 일본 제국미술학교를 그만두고 분카가쿠엔 미술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야마모토 마사코(이남덕)을 만났는데요. 아! 이중섭의 아내가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검색을 통해서 책에는 언급되지 않은 이중섭에 대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친형이 친일파로 체포당해서 처형을 당했다는 걸 들으니

왜 아내 마사코가 그와 함께 한국에서 살지 못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아! 그런데 편지 내용에서는 이렇게 절절하게 사랑고백을 하는 이중섭이

졸업후 정혼자인 마사코를 나두고 잠시 피아니스트, 최승희의 수제자와 잠깐의 연애에 빠졌다는 사실을

충격적이었습니다! 설마 아닐꺼야!라고 애써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6.25 사변이 일어나고 유엔군이 북진할 즈음 부인과 두 아들은 일본 동경으로 건너갔고
이중섭만 홀로 한국에 남아서 작업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홀로 한국에 남았던 이중섭의 생활은 부유했던 어린시절과는 너무도 달랐던 듯 싶습니다.

지인들로부터 식료품과 도움을 받아야했던 처지.

생활고에 허덕이면서도 그림에 매진하는 남편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봤을지

오롯이 두아이를 키워야하는 엄마의 입장으로 그 마음이 공감가는 건 왜일까요?

제가 너무 속물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이중섭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늘 생각했던 것은 가족과 함께 사는 행복한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서 대작을 그려서 아내와 아들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알고 있기에 아내 남덕은 그를 위해 삯바느질등의 일도

건강을 헤쳐가면서까지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책 속 편지 내용을 보면 아내도 그런 생활에 대해서 불만을 표출했던 것 같습니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지만 않았어도 이중섭의 일생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당시 27만 엔이면 2,3인 가족의 일 년 생활비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이남덕은 이 돈을 갚기 위해 바느질, 뜨개질 등을 닥치는 대로 하다가 건강을 해치게 되었다."

 

나긋나긋하게 나의 소중한 특등으로 귀여운 남덕으로 시작하는 편지들과는 달리

아내의 불만에 답장한 이중섭의 문체에도 격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이중섭도 천재 화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가장이고 아버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의 이중섭을 만나게 됩니다.

 

 

 

 

 

 


밀항하여 가족을 만났지만 굴욕적인 처가신세가 싫어서 귀국하였고 줄곧 가족과의 재회를 염원하다가

1956년 정신이상과 영양실조로 40세에 적집자병원에서 죽었다고 알려져있는데요.

그의 마지막이 책에서 느껴진 것과는 달리 너무도 고독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신이상과 영양실조.

매 편지에 구구절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조금만 기다리면 잘 살 수 있나는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아내를 향한 마음도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제일 눈에 들어 온 것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글을 못읽는 아이에게 읽어주라며 짧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

 

"태성아, 아빠는 태현이와 태성이를 정말 사랑해요."

 

이중섭이 그린 아이들의 그림이 왜 그토록 정감있었는지. 이 편지들을 보며 이해하게됩니다.

두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할 그림들을 편지와 함께 그려줬다는 이중섭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책에는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이중섭의 그림들이 실려있습니다.

특히 가족에 관한 그림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한 그림을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그림들을 그렸는지

그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당신과 아이들 생각으로 가슴이 조여서 어제저녁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오.

당신과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소.

당신과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보고 싶다. 보고싶다를 반복하기만 할 뿐

속절없이 소중한 세월만 보내고 있구려.

왜 우리는 이토록  무능력한가요?"

 

이중섭의 이 편지를 적어가며 그 당시 그의 마음이 너무도 와닿아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앞으로 그의 그림을 볼때마다 이 문장이 떠오르며 사랑과 아픔과 외로움과 희망을 보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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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0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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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0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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