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해 간 날 - 레벨 1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박서진 지음, 김재희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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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아들 마음도 몰라주면서!!

 

책 속 영훈이의 목소리가 제 귓가에서 몰라주면서, 몰라주면서를 반복하며 맴돌다 마음을 쿡 찌릅니다.

아홉 살이면 뭐든지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라며, 딸아이에게 잔소를 해대던 제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아니 해대던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인 해대는이 맞겠군요.

 

 

 

 

 

 

 

나이 터울이 4살난 동생이 있기에 첫째 딸아이는 제 눈에 더 커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서! 스스로! 알아서!란 단어를 써가면서 아이에게 뭐든 혼자서 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다들 그럴거라 생각했고 내 아이는 그렇게 해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 입장에서 진득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해주지 못했다는 걸 또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매번 마음을 쿡쿡 쑤셔대는 충고를 이런 이야기를 통해 듣게되면서도

매번 똑같은 행동을 하게되는 제가 참 미워지는 순간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좀 더 느긋하게 들여다봐줘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 아홉살 배영훈을 소개합니다.

영훈이는 외동아들, 영훈이의 엄마는 직장에 다닙니다.

영훈이는 워킹맘이 된 엄마가 늘 바쁘다면서 간식도 제대로 안챙겨주고

자기 맘도 몰라주고, 아침에 깨워주지도 않는다면서 불만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날 아침엔 일이 터지고 말았어요. 9시 지각!! 영훈이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깹니다.

저도 이런 당황스런 경험이 있어요.

벌써 3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지금까지 기억나는 걸 보면 정말 당황스런 기억입니다.

장사를 하시던 부모님께서 새벽장을 보러가셨다가 늦게 오시게 되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편하게 자다가 9시가 다되서 일어나서 1교시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에 등교를 했었어요.

세수는 커녕 머리를 까치집이 되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갔던 기억이 나요.

학교 가는 길 아무도 없고 운동장을 혼자서 걸어가고 뒷문으로 들어가자 내게 쏟아지는 눈들!

영훈이처럼 무슨 벌을 받게되지는 않을까 엄청나게 겁을 먹었던 기억.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까맣게 잊었지만 늦게 일어나 깜짝 놀랐던 그 순간만은 생생합니다.

 

 

 

 

 

 

 

영훈이도 저와 똑같은 그런 순간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영훈이를 뒤로 하고 엄마는 출근을 해버립니다.

학교에서 지각을 하거나 숙제를 안해가면 지겨운 사자소학을 한시간이나 들어야해서 걱정인 영훈.

그런데 담임선생님께서 심하게 감기가 걸리셔서 영훈이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십니다.

지각하고 숙제를 하지 못한 이유를 잘 발표하면 벌칙을 면해준다는 것이에요.

영훈이는 그때부터 어제 수업이 끝나고부터의 일들을 차근차근 발표하기 시작합니다.

 

 

 

 

 

 

 

배영훈 핑계쇼!에서 들려주는 영훈이의 이야기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게 했어요.

동네 떠돌이 개에 관한 아이들의 생각, 학원에 가느라 놀이터에서 놀 시간조차 없는 아이들,

위험해도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어야하는가! 이웃과의 층간소음,

살며시 피어오르는 이성에 대한 관심,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일하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등

초등학생 아이들의 생각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영훈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할때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영훈이의 말에 잘 귀기울여줍니다.

공감도 했다가 충고도 했다가 평소에 하지 못했던 대화를 하게되는데요.

그 대화를 통해서 제가 잘 모르고 있던 아이들의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업을 핑계로 아이들이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저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계속 앞으로 가라고 밀기만 했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유아일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아이와의 대립을 느끼게 되요.

괜스레 느그적 느그적 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울컥하고 화가 올라오는데요.

아마도 밀고 있는 저 자신에게 지쳐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엄마에게 서운하다고 말하면서도 어쩐지 바늘에 콕 찔린 것처럼 가슴이 따가웠다는

영훈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 아이의 속마음도 저와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그 맘 속을 알아주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벌칙을 피하기위해 쌩쑈를 펼치던 영훈이처럼 우리 아이의 리얼한 쌩쑈를 한번 듣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보고 나니 내가 몰라주는 내 아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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