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킴벌리 맥크레이트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 나만 모르는 내 아이의 비밀

 

아! 이 책을 덮자마자 정말 마음이 무거웠다.

과연 나는 내 딸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를 시작으로 내가 과거에 했던 어떤 실수로 인해 내 아이의 미래가

이리도 처참하게 짓밟힌다면 과연 나는 케이트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등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케이트는 뉴욕 최대 로펌에서 변호사로 잘나가는 싱글맘이다.

그녀의 딸 아멜리아도 착하고 예쁘고 뉴욕의 명문사립학교에 다니는 똑 소리나는 학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 케이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아멜리아가 영어 숙제를 표절해서 정학을 받게 되었으니 당장 학교로 데리러 오라는 전화였다. 평소 영어 실력이라면 누구보나 뛰어났던 아이였기에 착오가 있을거란 생각으로 서둘러 학교로 향했지만 그 날따라 몇분이면 도착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케이트가 조금만 빨리 도착했더라면 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따님은 옥상에서 떨어졌습니다. 바론 부인 따님은......유감이지만, 바론 부인, 따님, 아멜리아는 사망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맞이한 건 아멜리아가 아니라 아멜리아의 자살소식이었다.

벽에 미안하다는 글귀만 남긴 채 자살해보린 아멜리아.

처음 케이트는 아멜리아가 죽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아멜리아는 뛰어내리지 않았어."

 

이제 직장으로 복귀해 일에 집어삼켜지는 것에 안도하려는 순간 날아든 문자.

발신자 추적이 되지 않는 번호로 이상한 문자들이 케이트에게 계속 오기 시작하고 케이트는 아멜리아가 자살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 문자가 오기 전까지 딸아이의 자살을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엄마라면 아이가 자살을 했다면 아니다, 내 아이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라면서 여기 저기 쫓아다니면서 사건의 진상을 캐보려 했을텐데, 케이트는 이 문자를 받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문자는 케이트가 딸의 자살을 전혀 의심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다리다 지쳐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트는 이 부분에서도 딸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게 했다. 우리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듯한 모성애. 아이의 죽음에 오열하고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엄마!하면 떠오르는 희생정신이 강한 엄마와는 다른 것들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아멜리아가 왜 옥상에서 뛰어내렸는지를 밝히며 케이트와 아멜리아의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그러면서 특이한 점이 10대인 아멜리아의 일상을 담는 문자와 이메일들이었다. 긴 글로 표현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찍어 놓은 듯한 형식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아이들에겐 손으로 쓴 글보다 전화통화보다 더욱 익숙한 문자와 이메일들.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난 듯하다.

케이트가 아멜리아의 과거 행적을 쫓아가면서 찾아보는 것이 페이스북, 블로그, 이메일, 문자등인 것을 보면 아이들의 세계가 정말 많이 변한 듯하다.

 

아멜리아가 들려주는 엄마와의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팠다.

케이트는 늘 딸 아멜리아 곁을 지켜주고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아멜리아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다.

여러번 아멜리아가 엄마! 나는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사인을 줬지만 케이트는 눈치 채지 못했다.

일이 바빠 늦는다고 나중에 대화하자고 미루고 투정으로만 받아들였다.

아멜리아가 보내는 구조신호를 좀 더 빨리 잘 알아차렸다면! 아멜리아가 죽지는 않았을거란 생각에 마음이 답답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딸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나는 과연 제대로 알아차리고 있을까?

10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나는 내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집중하고

제대로 엄마노릇을 하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실상은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은 외면하려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아이가 왕따는 당하지는 않을지에서부터 학교 생활은 정말 제대로 하는 건지, 지금 고민은 뭔지

소소한 것들을 보려하지 않고 그저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라고 내 자신에게 세뇌를 하고 살고 있단 생각이 든다.

 

내 아이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결국엔 내가 모르는 딸이 있는데 말이다.

육아서를 봐도 나 자식은 부모가 제일 잘 모른다고 하던데 그런 세뇌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아멜리아의 문자와 메일, 블로그를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나만 모르는 딸아이의 비밀'을 알게 되며 케이트는 분노하게 된다.

명문사립학교에서 비밀리에 결성되어온 비밀단체. 아멜리아는 그곳에 가입했고 평범하던 아이의 일상이 하나 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친한 친구를 배신하고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옳지 않은 행동들도 채워간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엄마가 좀 더 빨리 알아차리고 아멜리아를 도와줬더라면, 선생님들이 학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아멜리아를 위했더라면!

케이트가 아멜리아에게 친부의 정체를 좀더 빨리 밝혔더라면.

... 했더라면, 했더라면 그런 말들이 계속 아쉬움을 남게해서 안타깝다.

 

아멜리아의 불행이 아이의 행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엄마의 과거 실수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는 설정이 또한 충격적이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말 제대로 살아야겠단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나만 모르는 내 아이의 비밀. 진짜 10대가 되면 외면하고 싶어도 맞닥뜨리게 될텐데... 무섭다!

나는 어떻게 아이와 대화하고 어떻게 이해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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