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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디세이 - 비발디에서 거슈윈까지 ㅣ 이야기로 쌓는 교양 8
햇살과나무꾼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클래식 오디세이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음악듣기평가 시험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때 카세트 테이프에 앞뒷면으로 클래식 100곡을 녹음을 해서
방송실에서 음악선생님이 1번 클래식음악 틀어주시면 작곡가와 곡이름을 맞추는 시험이었습니다.
와! 클래식이 어쩜 그리 비슷비슷하게 들리던지 베토벤의 운명과 비발디의 사계를 빼고는
다 그게 그곡 같았습니다.
그 뒤로 이상하게 클래식하면 시험생각만 나고 듣기가 싫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더군요.
시험공부한답시고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 기억나는 클래식이라고는...
클래식 오디세이 이 책을 읽고나니 그 때 뭔가를 듣고 외우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이 책의 내용처럼 음악 그 자체만이 아닌 작곡가의 이야기와 이 곡이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지금 제 마음 속에 클래식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들려주기 전에 이렇게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면 거부감을 갖기 않고 클래식을 접할 수 있겠어요.

클래식 오디세이에서는 22명의 작곡가와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상식으로 통하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그 자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그 음악이 탄생한 이유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클래식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제가 인터넷을 검색해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검색하고
고별 교향곡을 찾아 듣게 했으니 말이죠.
책 속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들으니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험시간에 이런 식으로 클래식을 접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만이라도 음악 수업시간에 클래식이 필요하게 된다면 이 책을 꼭 옆에 두고
먼저 보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죽음에 맞선 말러의 이야기입니다.
유대인이었던 말러는 10년간 지휘했던 빈 오페라를 떠밀리듯 떠나야했다고 합니다.
완벽주의 때문에 동료들과 문제가 있었고 빈 음악계에서 유대인을 싫어 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다섯 살이던 딸이 급성 전염병으로 죽자 말러 부부는 처참한 미래를 접하게 됩니다.
딸이 죽은 뒤 쓸쓸함과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났고
그 시기 제 10번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악보 곳곳에 아내 알마의 이름과 알마에게 보내는 듯한 애원과 비통한 고백을 남겼다고 하니
클래식이 지금의 유행가만큼이나 작곡가의 이야기와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제 10번 고향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이듬해 죽음을 맞이한채
딸의 무덤 옆에 조용히 묻혔다고 하는 이야기에 안타까움과 더불어 말러의 음악이 궁금해집니다.

환상 교향곡으로 사랑을 얻은 베를리오즈의 이야기에서는
클래식으로 사랑고백을 하다니!라고 놀라게됩니다.
햄릿 공연의 아름다운 여주인공 해리엇 스미드슨을 향한 짝사랑을 접지 못했던 베를리오즈는
자신의 고통을 담아 섬뜩한 상상을 담은 환상 교향곡을 만듭니다.
한 예술가가 여인을 사랑했는데 그녀는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고 아편을 먹고 자살하려고하지만
아편이 모자라 죽지 못했고 결국 사랑했던 그녀를 죽이고 단두대에 선다는 줄거리를 담은 곡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스미드슨은 이 곡을 통해 베를리오즈를 다시 보게 되고
둘은 뜨거운 사랑을하고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환상 교향곡 제 4악장에 음산한 선율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
그녀를 죽이고 단두대로 끌려가 처형당하는 예술가의 환상이 연주되었다는 말,
마지막으로 첼로와 더블베이스, 팀파니, 호른이 단두대로 끌려가는 예술가의 심정을 표현하고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단두대의 칼날이 '쿵'떨어지는 소리를 다함께 연주하면서 곡이 끝난다는 말에
그 마지막이 무척 궁금해서 저절로 검색해서 들어보게 됩니다.
바흐가 3년여에 걸쳐 열정과 노력을 들인 3시간짜리 마태 수난곡이
당대의 인정을 받는데는 실패했지만 100년 뒤 멘델스존에의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
비발디가 협주곡의 세계를 열고자 했던 이유가
가난한 여자 고아원의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좀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아이들의 음악 실력을 돋보익 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
이런 것들이 클래식이라는 것을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좀더 인간적이고 흥미로운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음악에 대한 정보들도
실제 사진을 보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연을 듣고 음악을 들이니 정말 클래식에서 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역시 단답형의 외우는 방식은 공부에서도 음악에서도 불필요하다는 것을 새삼느꼈습니다.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하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