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이웃님께서 '반짝반짝 빛나는'을 추천해주셨는데 역시 매력적인 책이다.
앞서 읽었던 세권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니면 이제서야 에쿠니 가오리이 매력에 빠진걸지도 모르겠다.

The Sleepers and the One Who Watcheth - Simeon Solomon
동성애자라는 의심을 사 화단에서 쫓겨난 19세기 사람의 그림에서
책 속 타이틀 <별을 뿌리는 사람>을 무단차용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이 그림을 보니!
와! 어쩜 이 그림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생각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림과 이 책 너무도 잘 어울린다.

"무츠키는 여자를 안고 싶어하지 않는다. 키스도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와 호모 남편, 참 내, 그야말로 끼리끼리다." - 15page
아내 쇼코는 알코올 중독에 걸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그녀는 남자애인이 있는 남자 무츠키와 결혼을 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신혼부부와 전혀 다를 것이 없어보이는 부부다.
남편은 의사에 가정적이고 주말에는 요리와 대청소까지 깔끔한 성격의 남자고
아내는 이탈리아어 번역을 하고 있다. 남편을 사랑한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어린 시절을 함께해서 그녀는 가까이할 수 없는 추억을 가진 곤이라는 애인이 있다.
무츠키는 곤을 사랑하지만 그와는 다른 개념으로 아내 쇼코도 사랑한다.
왼편에는 쇼코를 오른쪽엔 곤과 함께 눕는 무츠키.
둘을 모두 포기하지 않는 남자 무츠키때문에 쇼코와 곤은 상처받는다.
마치 무츠키만 멈춰있고 주위의 모든 것이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무츠키는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 변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듯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런 성격을 보이는것인가?란 의문이 든다.
자기 주관이 또렷해서인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생각하는 모습은 그닥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눈치가 좀 없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상처받지 않으려고 꽁꽁 싸메고 있기 때문일까.
멈춰있는 무츠키를 두고 곤과 쇼코는 서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변하지 않는 무츠키와 함께 살 최상의 방법을 선택한다.
아내와 남편의 애인이 서로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 무척 말도 안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동성애란 흔하지 않은 설정에서 인지 매력적으로 보이는 곤의 캐릭터 때문인지
쇼코와 곤, 무츠키 이 삼각형을 이루는 관계는 끊기 힘들어지며 안쓰럽다.
누구하나 떨어져버려야한다는 생각보다 이 셋이 어울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니 말이다.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은사자같은 쇼코와 곤, 무츠키.
에쿠니 가오리는 독특한 설정으로 현실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거부감없이 잘 들려주는 듯하다.
점점 빠져드네요.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들이 점점 무너지려고 한다.
아! 이런 매력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찾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