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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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노란 표지에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란 책 제목만 보고 처음엔 요즘 유행하는 전원생활을 위한 책,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일거라 생각했다가 지은이가 헤르만 헤세!라고 적힌 걸 보고 급관심이 생긴 책이다.

수레바퀴 밑에서와 데미안으로만 익숙한 헤르만 헤세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야기일거란 생각이 더욱 궁금했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그의 소설책들을 아직까지 제대로 읽지를 못했기에 그에 대해 알고 싶었다.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쳤다는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떠올리게 된다. 또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유리알 유희'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면 헤르만 헤세란 사람에대해 책을 읽기 전보다 더 궁금해지게 된다. 이토록 세계적인 작가가 왜 여러 해에 걸친 망명 기간 동안 추운 방안에 있는 작은 벽난로 앞에 앉아 편지와 선물들을 불태웠는지, 서평을 부탁받은 책들 중에 처분해야할 책들을 땅 밑에 묻어버렸다는데 그 이유가 뭔지 그 깊숙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진다. 다행히도 뒷부분 해설편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헤르만 헤세란 사람에 대한 갈증은 쉽게 해소되질 않았다. 그의 책들을 한번 모두 읽어보고 알아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 기사는 헤세의 모습을 올바로 전달하는 데이도 실패했다. 그 기사는 헤세를 노벨상 수상자들 가운데서 마치 하찮은 정원의 난쟁이 취급을 해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런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가망성이 없는 행위이며, 진지하게 동참하여 대화하기를 바라는 모든 독자의 품위를 격하시키는 일이었다. 이처럼 [슈피겔]이 의도한 사실과 거리가 먼 '터치노의 언덕에서의 정원생활'이라는 헤세의 풍자화 때문에 독일에서는 이후 수십 년 동안 헤세의 작품을 회피하였으며 저널리즘에서는 불손한 반응을 보여 왔다."- 211page 해설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수십년간 , 인기를 얻어 가치를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정작 자신의 조국 독일에서 대학에서나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그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이런 대우를 받았던 것은 정원 일에 열중하는 작가라서 미숙하고 반동적이고 시대의 요구를 회피하고 현실에서 도피하고자하는 작가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그가 들려주는 정원에서의 삶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인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의 시대적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행동들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그를 제대로 모르기에 어떻다고 아직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헤르만 헤세는 참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사람이었다.

 

"내 마음 속에는 땅 위의 모든 창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들만이 이와 같은 사물들의 순환으로부터 어딘지 제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물들의 덧없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을 위해서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특별한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너무도 기이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 21page 게으른 정원사의 즐거움 중에서

 

책 속 사진에서 만나게 되는 헤르만 헤세는 작가라기보다는 시골 농부와 같다. 잘 가꿔진 꽃의 향기를 맡고 허름한 옷차림에 호미를 들고 있는 모습, 아들 부르노와 함께 삽을 들고 정원을 가꾸는 모습은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활짝 웃는 모습 또한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기보다 이 책에서는 인간 헤르만 헤세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어렵고 조금은 멀게만 느껴지던 그의 작품들에 저절로 눈이 가게 된다. 그의 철학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 책에는 헤르만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담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사람보다 자연과 정원을 즐겨그렸다고 하는데 그가 그린 그림들도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헤르만 헤세가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를 칭하는데 시인, 소설가옆에 화가라고 적혀있다는 사실도 새삼알게 되었다.

많은 수채화를 그렸고 작품에 직접 삽화도 그렸다고 하는데 그 그림들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이 책은 정말 헤르만 헤세에 대해 알고 싶어서 집어 들었다가 그에 대한 궁금증이 엄청나게 불어나게 만들어버린다.

까도 까도 새로운 것이 나오는 양파같은 사람이 바로 헤르만 헤세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다시 소중한 것으로 다가와 내게 말을 건다. 예전에 내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 느꼈던 것들이다.

나비 채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던 소년 시절, 양철로 만든 식물 채집통, 부모님과 함께했던 산책,

여동생의 밀짚모자 위에 꽃혔던 달구지 국화가 생각난다.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싶다. 모든 것을 맛보고 싶다." - 99page

 

정원생활에서 들려주는 헤르만 헤세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느림의 철학, 사소한 것들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으려는 마음이 보인다. 요즘 힐링이라고 하며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그는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읽어봤다면 지금 이 책을 통해 헤르만 헤세를 느끼는 깊이도 보이는 것도 많을텐데 그렇지 못한게 정말 아쉽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을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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