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가게에 온 선물
데이나 라인하트 지음, 신인수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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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빠의 공책을 보다.

 

지독히도 평범한 아니 무미건조한 청소년기를 보내서인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제대로 겪어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가슴 뭉클함이 느껴진다. 평생 한번 뿐이 없을 십대를 나는 왜 그렇게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흘려보냈는가라는 후회를 하며 한줄 한줄 읽어가며 나는 해보지 못한 그 시절의 사건들로 대리만족을 느낀다. 청소년기에 책을 많이 읽어보라는 이유가 학업성적을 높이기 위해 논술에 필요한 책들을 읽어보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아이가 십대의 문턱에 들어서는 지금에서야 진짜로 깨닫게된다.

 

치즈 가게에 온 선물. 이 책은 어린 시절 아빠를 잃고 엄마와 함께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열네살 소녀 '드루 로빈 솔로'의 이야기이다.

아빠의 부재때문이었을까 소녀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말과 쉬는 시간에 엄마가 운영하는 치즈가게에서 일하는데 보낸다. 또래끼리 모여 노는 것보다 엄마를 도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오히려 친구들이 한심하게만 보였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하루하루가 어느 날 죽은 아빠가 남긴 공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하나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서른 세살 너무도 젊은 나이에 심장이 멈춰 죽게된 아빠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목록을 공책에 하나하나 적어놓았다. 자신의 딸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던 것들까지도 하나하나. 그 목록들을 보면서 드루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십대 사춘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우연히 발견하게 된 아빠의 공책은 드루의 인생에 길잡이가 되어준다. 어쩌면 드루의 아빠는 아빠없이 홀로 남겨지게 될 딸아이를 위해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죽음을 앞두고 하나하나 적어갔을 지도 모른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그 글들을 꼭 읽어주길 바라면서.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치즈 가게에 하나 둘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엄마는 아빠말고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고 드루가 짝사랑하던 사람은 교통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었다. 드루는 갑자기 밀려드는 익숙하지 않는 일들로 그동안 어른스러운 행동들로 포장했던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신의 옆을 지켜줄 진실한 친구를 찾기 시작한다. 애지중지 키우던 쥐를 치즈 가게에서 잃어버려 찾으려 갔다가 그런 친구 에멋을 만나게 된다.

 

남자친구는 한번도 만나본 적 없던 드루에게 에멋은 가슴 설렘으로 다가왔다. 에멋은 평범한 삶을 사는 아이가 아니었다. 에멋에게는 뭔가 사정이 있는 듯했지만 드루에게는 말해주지 않았고, 늘 에멋을 필요로했을 때 드루옆을 지켜주지 않았다. 드루는 에멋을 멀리하려고 했지만 점점 마음을 문을 열고 다가오는 에멋과 진실한 친구가 되기로 한다. 에멋과 드루의 관계는 이성간의 뜨거운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열네살의 나이인 소녀의 풋풋함이 묻어있는 사이라고 해야할까? 첫사랑이라고 하기보다 진실한 친구라고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드루가 에멋의 비밀스런 여행에 함께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손을 놓지 않고 꼭 잡아주었을 때는 정말 멋졌다. 영화화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내려갔는데 영화화되면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마지막 결말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손을 놓지 못했다. 동화처럼 달달한 끝이 아니라서 더 안타까우면서도 지나가버린 십대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결말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고민들과 이야기다. 좀 더 순수한 십대의 생각과 그 나이대만 통할 수 있는 생각들, 학교와 공부에 허덕이는 십대들에게 이런 이야기도 가끔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엔 입시, 공부 외에도 생각해볼 것은 참 많다는 것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나처럼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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