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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안녕 고양이와 행복한 길고양이 시리즈를 통해서 도둑고양이들이 길고양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길을 가다 길고양이들이 보이면 야옹야옹하면서 길고양이를 불러보기도 하고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먹을 것을 길고양이에게 내어주기도 한다. 경비아저씨와 이웃주민들이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것을 보면 흐뭇함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고양이에관한 책을 접하고서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고양이보다는 사람을 잘 따르고 싹싹한? 강아지가 좋았는데 지금은 고양이를 한마리 꼭 길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니 책이란 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고양이에 대한 이런 생각의 변화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지 못했다.
저자가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세 권에서 끝낼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할때 어찌나 안타깝던지......
책에 실렸던 상당수의 고양이가 쥐약때문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도 이웃의 협박으로 이사를 갔고, 고양이가 사라지는 마을, 더는 고양이 밥을 주고 고양이 책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고 토로한다.
길고양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누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아쉽게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던 것 같다. 책 속 고양이들을 언제든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충격적이다. 책 속 이야기와 고양이들의 사진이 더이상 현실이 아닌 추억으로 밖에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길고양이를 향한 사람들의 마음이 아직까지도 꽁꽁 얼어있다는 사실에 더 마음이 아파온다. 간접적으로 글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접하는 나도 이렇게 마음이 저려오는데 직접 현장을 목격한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할 수도 없다. 그 마음때문에 고양이들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하고 6년째 캣대디로 살아오면서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국내 편과 해외 편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고양이 여행 시리즈 중 첫번째 이야기 국내편이다.
제주 가파도에서 울릉도까지, 전남 구례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2년 반 동안 만난 전국 60여 곳의 고양이의 사연을 들려준다.
그가 만난 고양이들은 흔한 길고양이가 아닌 특별한 존재들로 다가온다. 저자가 그런 눈으로 길고양이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 제인 구달
저자는 사람은 더 많이 가진 존재고 강자이기에 더 약한 존재인 생명체들을 보호해야하고 배려해야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이유로 살처분당하는 길고양이들.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주장하며 그들과 행복하게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첫이야기는 거문도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섬에사는 고양이. 얼핏 생각하면 푸른 바다와 풍족한 해산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섬고양이들도 도시의 길고양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니 더한 생활을 살고 있다.
쥐를 없애기 위해 섬에 들여온 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과의 마찰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쥐뿐만 아니라 생선을 훔쳐 가고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면서 길고양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결국 살처분을 주장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고양이들이 살처분의 대상이 아니다. 일명 어장관리 고양이라 불리며 어장과 바지선에서 쥐나 수달의 습격을 막고 어구와 물고기 사료를 지키기 위해 목줄을 달아 어장입구와 바지선에 메어놓은 고양이들은 제외대상이다.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게되는 고양이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거문도와는 또 다르게 조금은 평화로운 고양이들의 섬이 된 욕지도 목과마을 이야기도 들려준다.
원래 욕지도는 돈벌이 수단으로 1960년대 고양이를 사육하던 섬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렇게 많았던 고양이들을 볼 수는 없지만 목과마을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어서 저자는 이곳을 숨겨진 고양이 마을이라 부른다.
길고양이들을 괄시하지않고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지고 특별하게 대하지는 않지만 먹을 것을 나누고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것이 남아있는 이 목과마을이라는 곳이 참 궁금해진다. 그곳 사람들은 왠지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함을 지니고 있을 것 같다.
길고양이는 도심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섬을 시작으로 절까지 없는 곳이 없단 생각이 든다.
고양이가 있는 곳을 구석구석 찾아 돌아다녔을 저자의 기나 긴 여행길의 고초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길고양이를 찍는 저자에게 세상 사람들의 눈은 그리 곱지 않은 듯하다.
그만큼 그 곳에서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애달픔 삶이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소개된 고양이들의 모습은 참 신비하다.
도둑고양이!라고 생각되는 이미지와는 너무도 먼 모습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편견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길고양이들이 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야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걸 말이다.
고양이 여행 속에서도 역시 길고양이들에게 손을 내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웃에서 협박을 해와도 묵묵히 마음을 다잡으며 길고양이들을 위해 정을 나눠주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뜨끈해짐을 느낀다.
김녕미로공원에서는 사람에게 친숙한 고양이들을 키워 고양이 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미로찾기보다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며 도시 아이들이 강아지 쓰다듬는 것처럼 고양이를 쓰다듬을 일은 정말 드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낯선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외면들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아이들이 좀 더 고양이들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되면 좋겠다. 길고양이들이 누군가에의해 한쪽 눈을 잃고 이마에 못이 박혔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게된다. 그들이 길고양이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정을 느낀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길고양이를 더 많이 알고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게되길 바란다.
저자가 몇년 후에 다시 방문했을 때, 그 고양이들이 아직도 행복하게 살고있다!라는 글을 쓰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