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 1 - 헬로 스트레인저 길에서 만나다 1
쥬드 프라이데이 글.그림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길에서 만나다 Walk with me

 

종이에 직접 스케치하고 채색한 그림, 길이라는 어감이 아날로그적 색채를 물씬 풍긴다.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고 싶다면? 그 누군가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꼭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 내 아픔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아니면 말하지 않아도 내 곁을 함께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안겨주는 사람. Walk with me. 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따라해보면 그 사람과 함께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함께 걸을까요?"

 

살면서 이런 말을 건넬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에 답답함을 묻고자 길을 걷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딱히 가고자하는 곳도 없었고 함께 할 사람도 없었다.

 

"저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그녀는 그렇게 다가왔다. 뜬금없이.

""저를요?! 왜요?" "찰칵"

이것이 그녀와의 첫만남이었다.

 

시나리오 작가 은희수, 데뷔하지 못한이란 수식어를 붙여야하는 작가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우연히 오른 남산 타워에서 일본에서 온 미키를 만난다. 미키는 은희수가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표정을 하고 있다면서 갑자기 나타나 사진을 찍고 사라진다. 그 뒤로 은희수가 길을 걷고 있을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미키. 이 둘은 같이 서울의 곳곳을 걸어다니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둘 털어놓기 시작한다. 말 수가 없던 은희수에게 좋아 싫어 게임을 시키고 이곳 저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미키. 참 4차원적이지만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캐릭터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둘이서 만나 길을 걸으면 사랑이 싹틀법도 한데 이 둘의 관계는 이성적 사랑으로 다가간다기보다 정말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둘 사이가 뭔가 달달하게 진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 몇 년을 살아도 낯설었던 서울에서 어느날 문득 위안을 받았다. 남산에 올라 따뜻한 서울에 인사를 하고 그 후로 운동화가 몇 켤레 닳도록 서울 곳곳을 걸었다. 힘들 때마다 걸었던 길들의 표정을 살필 수 있게 되었을 때 서울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길에서 만나다는 문득 진짜 얼굴의 서울을 만난 어느 날, 그렇게 시작되었다." - 작가의 말 중

"내가 관심 있는 건 대단히 멋지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런 길이 아니라 어제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지난 밤 핀 이름없는 꽃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저 평범하고 조용한 길이다." -51page

 

책 속 이야기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실제로 운동화가 몇 켤레 닳도록 곳곳을 걸었던 흔적을 볼 수 있어서였다. 서울이 이런 느낌이었나? 이런 곳도 있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채색된 그림으로 표현된 서울은 서울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한적해보이고 고요해보이고 편안한해보이는 그런 길이다. 나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라고 느끼는 길들. 그곳에서 은희수와 미키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이 걷는 길은 결코 화려하지않은 골목길들이다. 아마도 그런 길들을 함께 걸으면 화려함에 눈을 돌리기보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을 돌리고 나에게 눈을 돌리게 되기 때문에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살면서 나에게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평범한 길 하나 갖고 있는 것도 참 멋질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오롯이 나와 걷는 길.

 

 

 

 

 

그림에 소개된 길과 실제 사진이 함께 들어있어서 더욱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가면 나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어떤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여행서도 아니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이상한 책이다.

 

"때론 평소와 다르지 않았던 소소한 하루의 어느 순간에도 이름을 지어보고 기억하려 하는 건 이미 지나간 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기분들은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서있는 이곳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사소한 것에 이름을 짓는 취미가 생긴 이유다. " - 51page

 

하루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 아쉬움을 느낄 여력도 없이. 어?하고 느끼는 순간에도 지나가버린다. 사람들과도 의미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하루를 돌이켜보면 의미없는 하루를 보내고 우울해지고 만다. 이럴 때 '길에서 만나다'에서 소개된 길들을 찾아가서 사랑하는 사람과 무턱대고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책을 덮고 책을 떠올릴때마다 누군가와 길을 걷고 싶다 그냥  걷고 싶다라는 충동이 일어난다.

 

 


 

은희수, 미키는 마음 속에 말로 꺼내지 못하는 비밀을 갖고 있다.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누군가를 꼭 만나야한다는 생각으로 일본에서온 미키. 그녀는 누굴 찾아 왔을까? 그리고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에 책을 놓지 못한다. 그들이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뭔지 듣고 싶어진다.

 

"뭘 했니? 네 젊음을 가지고... 넌 뭘 했니?" - 339page

 

가슴에 아픔을 가득 담은 사람들이 같이 길을 걸으면서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게된다. 결국은 '길'이라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표현을 하면서 이해하고 사랑하고 정들어간다. 짧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 이들과 잠깐 만나 같이 길을 걸었던 것 같다.



 

'길'이라는 것이 참 새롭게 다가오게 만드는 책이었다. '길'이라는 단어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은 가까운 거리 어딜 가도 차를 타고 다니게 되는데 다시 한번 뚜벅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괜시리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각자의 사랑에 점점 다가가는 은희수와 미키는 그 사랑을 찾게 될지,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 둘 사이는 도대체 어떻게 끝을 맺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2권을 빨리 집어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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