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2 : 종이우산

 

이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제목부터 무척 달달함이 느껴지는 책을 만났습니다. 표지의 보드랍고 따뜻함을 풍기는 녀석의 정체는 바로 실제 고양이입니다.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림같은 느낌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표지입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제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먼저 집어들었습니다. 책에서 뿜어져나오는 귀여움이 아이들을 자극하나봅니다.

 

"엄마! 이 고양이 발바닥이 찹쌀떡 닮았지!", "엄마 나 고양이 키울래. 생일날 고양이 사줘.", "눈이 초롱초롱해서 모형같아. 눈이 너무 커."등 책을 보는건지 마는 건지 쉴새없이 떠들어댑니다. 지금 말하지 말라고! 나는 조용히 혼자서 음미하며 보고 싶다고. 그래봤자 이미 아이들이 이야기해주고 보여주는 고양이의 모습에 눈이 절로 가게 됩니다. 이 책에 소개되는 고양이들은 길고양이들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도둑고양이죠. 저도 얼마전까지 고양이에관한 책을 보기 전까지 도둑고양이!라고 불렀습니다. 아파트를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밤에 아기 우는 소리를 내는 존재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려묘에 대한 이야기와 길고양이들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괜히 아파트에 상주하는 길고양이들에게 눈길을 주고 가끔 아이들과 먹을 것을 놓아주기도 합니다. 요즘엔 예전과 달리 경비 아저씨도 이웃 아주머니도 나오셔서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는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길고양이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뉴스에 길고양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모습들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아직까지 길고양이들이 행복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란 멀고도 험한 여정이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책들을 통해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명, 두명씩 길고양이에대한 시선이 변하가는 것이 빠른 길은 아니지만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다가오는 길고양이가 행여 해코지 당할까봐 걱정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랜 세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예뻐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아니 설령 싫어하더라도 상처만큼은 입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 95 page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고양이들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 소개된 고양이 사진들은 정말 순간포착!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그렇게 잘 따르지 않을텐데 어떻게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가 있었을까요. 아마도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듯이 작가는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엄마는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때 가장 이쁜지 평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척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작가에게 고양이라는 존재는 아이와 다름없는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고양이들을 학대하고 돌아봐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서 '이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라고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책 속 고양이를 보는 내내 너무도 사랑스럽다, 예쁘다, 귀엽다, 정말 사람같다, 어떻게 이런 모습을 담았지?라는 감탄을 하게 됩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엔 그들을 정말 아낀다는 메세지가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도둑고양이라니, 말도 안 돼요. 그런 슬픈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 주세요. 훔친 건 사람들의 마음뿐인걸요."

 

책속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과 한편의 그림같은 고양이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을 뺏기게 되는 것 같아요.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저도 이런 느낌이 드는데 애묘인들에겐 너무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책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순간포착된 고양이의 사진과 함께 좋은 글귀가 함께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문구도 있고 간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노래 가사, 시까지 골고루 담았습니다.

 

야옹이 상자라고 적힌 작은 상자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돌아가며 모두가 함께 키우는 서강대 X관 고양이의 이야기, 손님을 불러들이는 작은 턱시도 미용실 고양이의 이야기, 행복한 길고양이 1탄의 표지 주인공 고양이의 이야기, 중, 동국대에서 가장 오래된 할매 반야의 이야기등 작가가 오랫동안 보아온 고양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사진도 좋았지만 길고양이들을 아끼며 사랑해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 정을 붙이며 살아가고 동네 사람들의 눈쌀에도 꿋꿋하게 많은 고양이들을 집으로 들여서 먹이를 주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길고양이들의 사진을 찍으며 가장 놀라는 점은,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짐승, 짐승이 뭘 알겠냐는 말을 흔히 하지만, 우리는 동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런 놀라움과 마주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점이다." - 47page

고양이들도 아프고 나이든 고양이에게 사료를 양보하고 새끼를 누구보다 애지중지하고 병약한 동생들을 돌본다는 사진 속 이야기를 보며 길고양이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미관을 해치는 없애야할 동물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삶을 사는 동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됩니다. 어른들이 봐도 좋지만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이 책을 읽게 해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장난으로라도 길고양이에게 돌을 던지거나 위협을 가하는 행동따위는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은 더 따뜻한 시선을 고양이들에게 보여줄 것 같습니다. 고양이와 ET를 하는 손을 찍은 장면, 고양이에게 벌레 선물을 받고 있는 장면들을 보면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의 공감이란 어떤 것일까 무척 궁금해집니다. 아직까지 반려견과 반려묘는 살아오면서 한번도 같이 해본 적이 없기에 더욱 궁금해지고 나도 한번 고양이와 함께하는 애묘인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곧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라고 한다. 이해하는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에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줄 때뿐 아니라 받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그 마음을 크게 오해할 수 있다. 애기가 내게 가르쳐준 교훈이다." - 52page

 

강아지와는 다르게 애교를 떨지않고 시크한 이미지의 고양이였는데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쥐나 벌레를 잡아 준다는 고양이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표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표현을 하고 있는 게 고양이였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들 이런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는 거구나하면서요. 갑자기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고양이를 한껏 앉아주고 싶습니다.

 

 



"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

 

길고양이를 표현하는데 이 시가 정말 딱인 것 같습니다. 모델도 아닌 길고양이들의 사진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길고양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는 작가의 외침이 또 들려옵니다.

"이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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