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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보는 왕잠자리 한살이 ㅣ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6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3년 6월
평점 :

그림으로 살펴보는 자연관찰책 : 세밀화로 보는 왕잠자리 한살이
얼마 전 마트에 다년 오는 길 잠자리 한마리가 화단에 앉았습니다. "엄마! 잡아줘!" 라는 아이들의 말에 "생명은 소중한거야!"라는 말로 대신해줬습니다. 사실은 무서워서 못잡았어요. 어릴 적엔 잠자리채 들고 여기 저기 누비며 잠자리, 나비, 메뚜기, 사마귀 할 것 없이 마구 잡아 채집통에 넣었으면서 이제는 뭐 좀 안다고 잡질 못하겠더라구요. 잠자리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무서운 외계괴물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번데기의 정체를 알기 전 맛있다고 먹었던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까요?
큰아이는 징그러운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어릴 적엔 비가 오면 밖에 나가길 무서워했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시멘트바닥에 나와있는 지렁이 때문이었어요. 아악! 소리를 지르고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는데요. 실사를 담은 자연관찰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곤충관련 자연관찰책은 제가 보기에도 얼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징그러운걸 싫어하고 곤충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함과 징그럽다는 편견을 없애주기 위해선 그림으로 그려진 자연관찰책이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징그럽다기보다 정말 잘그렸다! 이게 사진이야?라고 묻기 시작하니 싫다고 도망갈일이 없어집니다.
세밀화로 보는 왕잠자리 한살이는 얼마 전 직접 잡아주지 못했던 잠자리를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책이었습니다. "친구가 학교에서 잠자리를 잡았는데 풀을 주니까 먹었어! 엄마 잠자리는 뭘 먹어?" 라는 질문을 대신하기도 딱이었는데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잠자리 날개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잠자리가 다리로 이것 저것 잡아보게 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람의 체온이 닿은 날개로 다시 날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는 잠자리 날개를 잡지 않았는데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잡지 않고 대신 책을 통해서 많은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리는 날때 다리를 어떻게 하고 날까요? 그냥 사방으로 쭉 피고 날거라 생각했는데요. 가지런히 일자로 접어서 날고 있는 모습에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세밀화로 보는 자연관찰책은 사진으로는 담지 못하는 모습들을 담아서 보여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칫 잔인해보일 수 있는 장면들을 좀 더 순화시켜서 받아들이게 하네요. 왕잠자리는 뭘 먹고 살까? 풀도 먹는다는 아이들의 말에 작은 곤충을 먹겠지?라고만 대답했는데요. 왕잠자리는 나비, 모기, 각다귀, 하루살이 게다가 잠자리까지 잠아먹는 무시무시한 곤충이었어요. 나비처럼 왠지 정적으로 보이는 순한 곤충의 이미지에서 사마귀와 같은 이미지로 변신하는 순간입니다.


왕잠자리 애벌레는 처음에 물벼룩이나 장구벌레 같은 아주 작은 먹이를 먹지만, 몸집이 커질수록 점점 더 큰 먹잇감을 사냥해, 하루살이 애벌레, 실잠자리 애벌레, 때로는 작은 물고기도 잡아먹고, 먹을 것이 없으면 다른 왕잠자리 애벌레도 잡아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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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잠자리 애벌레때는 물고기부터 동족인 애벌레까지 잡아먹는다는 말에 놀라게됩니다. 잠자리는 그냥 잠자리가 아니었어!! 올챙이를 사냥하는 왕잠자리 애벌레의 모습도 보게됩니다. 그 밖에 왕잠자리처럼 연못에 살며 뛰어난 사냥 솜씨를 발휘하는 송장헤엄치개, 실잠자리 애벌레, 게아재비, 장구애비 애벌레, 물자라등 요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곤충들도 볼 수 있습니다. 물풀 사이에 숨어 보호색을 띠고 숨고 물 밖으로 꽁무니를 내밀고 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방귀 소리를 내고, 하늘을 향해서 물총을 쏘듯이 똥을 싸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어요. 잠자리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흥미롭게 관심을 갖게 되는 이야기들과 그림이 많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짝짓기하는 잠자리의 모습도 보이는데요. 다른 수컷이 끼어들지 못하게 목덜미를 꼭 붙들고 있는 것이라고 해요. 암컷이 배를 구부려 수컷의 둘째 배마디에 저장된 정자를 넘겨받아,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암컷의 목덜미를 붙잡은 채로 알 낳을 곳을 찾아 날아간다고 하네요. 잠자리들은 늘 붙어서 알을 낳는 줄 알았는데 혼자 알을 낳는황등색실잠자리도 있고 암컷이 알을 낳으면 암컷을 옆에서 지켜주는 잠자리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어요. 책을 통해 왕잠자리에 관해 참 많은 것들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곤충들과 오리등 여러 생명체가 사는 연못을 세밀화로 아름담게 담은 책이였습니다. 실제로 이 무더운 여름 연못에 간다면 책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후덥지근하고 작은 날벌레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곳!으로 말이죠. 아쉽게도 도심에서 이런 곳들을 직접 방문하기는 힘든데요. 아이들에게 쉽게 접하지는 못하지만 관심있어할 왕잠자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책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잠자리가 많이 보이기 전에 미리 보여주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