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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3년 - 레벨 1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조성자 지음, 이영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6월
평점 :

도서관에서 3년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도서관에 하룻밤 갇히게 된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제목이 무척이나 독특하다. 도서관에서 3년!
이 책의 주인공 상아는 이미 조성자 작가의 전작 "화장실에서 3년"에서 오래된 휴게소 화장실에 하룻밤 갇혀 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서관에 하룻밤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실제로 도서관에 있는 것은 하룻밤이지만 상아에게는 3년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해서 이 책의 제목이 도서관에서 3년이 되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좋아하는 책들로만 가득한 도서관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아주 끔찍한 공포의 공간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책이라면 잠부터 오는 아이라면. 한마디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왜 책이 필요한지, 아이들이 책을 어떤 식으로 읽어야하는 지를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상아는 화장실에서 갇힌 사건으로 교휘와 좋아하는 사이라고 친구들이 놀리는게 너무 싫다. 그렇다고 교휘가 딱히 싫은 것도 아니지만 교휘가 상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무심코 초콜렛이 먹고 싶다던 교휘에거 반을 뚝 떼서 건냈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또 놀림감이 되고 말았다. " 아니라고 했잖아!"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된 상아는 이상하게 교휘에게 미안하다. 과제를 찾기 위해 찾은 도서관에서 마주오는 교휘와 남자아이들을 보고 상아는 아이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사물함에 숨어버린다.
상아는 왜 숨어버렸을까? 상아는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단지 아이들에게 놀림받기 싫어서인지 교휘에게 미안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어느 순간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갈라져서 노는 것 같다. 여자아이들의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어른스러워일 수도 있지만 남자, 여자라는 인식을 이때쯤부터 확실하게 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뭔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동성의 친구처럼 편하고 자연스럽지만은 않은 기분.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지를 상아와 교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느끼고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은 아이들만의 생각과 기분들을 또래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환경을 바꿀 수 없을 땐 차라리 그 환경을 즐기렴.
맞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도서관 문은 열릴 것이다. 휴게소의 외딴 화장실에 갇힌 것과는 다르다.
다만 저녁밥을 못 먹고 엄마, 아빠가 내가 집에 없다는 것을 알고 동네방네 찾아다니며 조바심을 태울 것만 뺀다면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다. "
화장실에 갇혀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상아는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라면서 무서운 마음을 다독인다. 아무도없는 어두컴컴한 도서관 안에서 상아는 제일 편한 장소가 화장실이 되어버렸다. 갇혔던 기억으로 문도 닫지 못하고 가는 화장실이 이제는 제일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로 변하게 된다. 그 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너만 갇힌 것이 아니야!" 처음엔 무서웠지만 엄마 목소리처럼 다정한 목소리에 끌린다. 분명 도서관엔 자기 혼자 있었는데 누군가 또 갇혀 있다니! 호기심이 생긴 상아는 목소리의 정체를 찾아서 도서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어두운 곳에서 들리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누구일까? 아이들은 으스스한 유령을 떠올리는 등 자신만의 상상을 마음껏 펼치게 될 것 같다. 혼자있는데 소리가나면 화장실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상아의 모습은 참 용감하다!


두려움을 떨쳐낸 상아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던 존재가 책 속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안네의 일기, 소크라테스 책을 읽으며 책 속 주인공들을 만난다. 책을 읽으면 주인공의 삶을 간접체험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에겐 상아와 책 속 주인공들의 만남을 통해 책에 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줄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이틑날도 엄마, 아빠는 부어 있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아요. 우리 같은 어린애들은 싸운 다음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지나가는데 어른들은 우리와 달라요. 우리가 싸우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벌을 세우고 악수하고 화해하라고 해요. 그것처럼 엄마, 아빠가 싸울 때 벌을 세우고 싶어요. 밖에 나가서 반성하고 사이좋게 악수하고 다시 들어오라는법 말이에요. 하지만 엄마, 아빠는 내게만 벌을 내려요. 아이들이 어른들을 위해 만드는 법은 없나요?" - 76page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상아가 부모님의 싸움으로 불안과 공포를 느낀 장면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들 앞에서 부부는 절대로 싸우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정이 격해지면 서로 언성을 높이며 아이들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모습을 보였기때문이다. 책 속 그림에서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확 떠오른다. 예전의 어린 나도 부모님이 싸우시는게 그렇게 싫었는데 그걸 똑같이 하고 있었다니 새삼스럽게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어린 시절을 똑같이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고나서는 아이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더이상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대하게된다. 상아를 통해 내 아이가 원하는게 뭐고 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잊어버린 아이의 입장들을 이런 책들을 통해서 자꾸 자꾸 접하고 엄마인 나를 돌아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