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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고양이 변호사 : 착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
나이가 한살 두살 먹을 수록 착한 건 바보다! 손해보는 짓이다라는 게 머리 속에 박혀버렸다. 예전엔 착하면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다. 그렇게 사는게 맞는 것이다라면서 내 자신을 토닥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착하면 뭔가 어리숙해 보인다, 사람들이 만만하게 본다,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한다라는 생각으로 그런 토닥임도 필요없게 되었다. 그래! 세상은 야무지게 적당히 자신의 실속을 차려가면서 사는 것이 좋은거야라며......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살던 내게 착한 사람들의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나는 이 책은 다시금 착하게 사는게 행복한거야라고 토닥이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았습니다.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는, 그런 작품을 계속 써나가고 싶습니다." - 오야마 준코, 수상 소감 중
왜 이런 생각이 들까?라고 생각을 하는데 작가의 경력이 아주 특이하다. 10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43세 때 시나리오 학교에 입학. 여러 각본상을 수상하지만 '무명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영상화에 필요한 원작을 쓰기로 결심, 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이 책을 써 TBS.고단샤 원작 대상을 수상한다. 10년간의 전업주부 생활을 뒤로하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은 작가.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여성의 시선으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그런지 그 흔한 살인사건!하나 일어나지 않는 책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버린다.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 같은데 혼자서 울컥해서 본다. 책 속 캐릭터들의 행복이 느껴진다. 요즘 매일 보게되는 막장드라마와는 너무도 다른 이야기에 괜시리 마음이 녹아서 더 그런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안돼!!! 이걸로 끝이면 너무 서운하잖아.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들려줘!라는 마음이 생겼는데 다행히 [고양이 변호사와 투명인간], [고양이 변호사와 반지 이야기]라는 작품이 발간되어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방영까지 되었다고 하니 절로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책을 보면서 어수룩해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고양이 변호사 역을 어떤 사람이 하면 어울릴까? 혼자서 캐스팅하며 읽어내려갔는데 이 책 드라마의 주인공 '요시오카 히데타카'를 사진으로 보니 정말 잘 어울린다. 일드 시리즈도 꼭 한번 보고 싶어진다.
[고양이 변호사]에는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물론 변호사이지만 다른 캐릭터들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읽는 내내 머리 속에 인물 하나하나가 상상이 된다. 저자가 영상화에 필요한 원작을 쓰려고 했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천재라고 불리는 변호사지만 돈을 밝히지 않는 주인공 모모세. 우연히 처음 맡게된 사건이 고양이와 관련된 사건이었고 대대적으로 사건이 알려지면서 고양이 관련 의뢰만 몰려든다. 고양이가 비만 수술을 했는데 그 자리에 땜통자리가 생겼다. 해결해달라! 이런 식의 의뢰가 줄을 잇는다. 그래서 해결을 해주면 돈만 챙기고 주인은 고양이를 버린다. 모모세는 그런 고양이를 거둬 변호사 사무실에서 키우며 입양해줄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고양이 변호사라 부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양이와 상관없는 제대로된 사건 하나가 들어온다. 신데렐라 슈즈기업의 회장 장례식날,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통째로 납치되었다. 범인은 시신의 몸값을 요구한다. 경찰에 알리길 원치 않는 사장은 모모세에게 범인과의 협상을 맡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줄줄이 연결되어있고 엑스트라로만 보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지며 그들의 속사정을 들려준다. 저자가 수상소감에서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았다고 하던 말이 떠오른다. 자세한 줄거리를 담고 싶지만 어디 하나라도 그 연결 고리를 말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되버릴 것 같아서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아픈 이별로 인해 홀로 살고 있다. 그 때문이지 가족을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모세는 결혼이라는 걸 하고 싶어 결혼 상담소 3년째 회원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맞선에서 퇴짜를 당하고 만다.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이렇게 착한 사람이 짝을 찾지 못하고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 그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여인들이 보인다.
연인으로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아들을 잃어버린 여인. 그녀는 모모세는 눈을 볼때마다 자신이 아들이 떠오른다. 그렇기에 열한마리라는 고양이가 득실거리는 사무실에서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모세가 고양이 변호사라 불리게된 첫 사건에서 만나게 된 수의사 여인.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은 이 여인과 모모세가 이어지면 좋겠다는 뜨끈한 시선을 보내지면 좀처럼 그녀에게 모모세는 남자로 보이질 않나보다. 캐릭터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병원비가 모자라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에게 따귀를 과감하게 날리며 돈은 어떻게라도 되니 병원으로 가라고 말하는 은근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결혼상담소에서 모모세를 담당하고 있는 까칠한 여인. 결혼성사 능력자지만 번번히 모모세의 맞선이 실패로 끝나자 모모세에게 더욱 까칠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여자의 직감일까? 그 까칠함의 이유를 살짝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당연함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더한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읽는 내내 혹시 모모세의 어머니가 아닐까?라고 의심을 하게 되는 신데렐라 슈즈의 회장. 모모세가 어머니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러고보니 고양이 변호사에는 등장인물에 여인들이 참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변호사가 나오고 사건이 터지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런 이유에서일까? 책을 읽으며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많이 느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라고 했던가. 내게도 두 아이가 있기에 자세하게 표현되지 않아도 캐릭터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심정들이 많이 이해가 되었다.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여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한 발상이 생겨날 거야." - 11page
모모세의 어머니가 던진 이 말을 진정한 의미를 마지막에 알고 나서는 더욱 마음이 뭉클해진다.
오래간만에 참 마음이 뜨끈뜨끈해진다. 착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였다. 현실에서도 착한 사람들이 인정받고 빛을 보는 세상이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