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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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지저분한 옷차림에 노숙을 하는 노인이 전철을 돌아다니며 사람들 얼굴을 마주하며 하모니카를 불고 있다. 어떤 이는 훌륭한 연주에 박수를 쳐주고 어떤 이는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노인은 신경쓰지 않고 웃기만 할뿐이다. 도쿄의 한 상점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다 소비세를 내지 않았다며 돈을 더 내라는 여주인을 향해 노인은 칼을 그녀의 가슴에 박는 사건이 벌어진다. 겉으로만 보면 치매 노인이 소비세를 제대로 알지 못해 벌어진 우발적인 사고처럼 보이지만 그 뒤엔 숨겨진 30년의 고통이 있었다.

요시키형사는 주임형사의 "그 치매 할아범에게 아직도 집착하는 건가? 참 멍청한 녀석이군." 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뭔가 석연치 않았기에 노인의 주변을 탐문하고 다니다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 진실을 알기 위해 자연스럽게 책을 놓치지 못하고 요시키형사를 따라가며 책을 덮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 진실이 파헤쳐졌을때는 일본인으로서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인정하는 모습에서 요즘 뉴스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강제징용을 한 적이 없다라고 발뺌을 하다 속속 드러나는 증거로 인해 다시 말을 번복하는 뻔뻔함을 보게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이 글을 통해 속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잔인했던 전쟁시 일본의 만행등에 대해서는 깊게 다루지는 않고 있다. 그보다는 노인의 시련이 가득담긴 일생을 짧게나마 들려주곤 있다.

아마도 한국인이였다면 그 모습들도 리얼하게 담아내지 않았을까 싶은데 일본인이기에 차마 그렇게까지는 마음의 가책으로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낱낱이 까발리기란 버거운 일이니까..... 그래도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것은 당신이 이 사건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일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

"당신은 이 사건이 뭔지 알고 있나. 이 사건이 일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나 있느냔 말이다.

아직도 치매 걸린 노인이 소비세의 의미를 몰라서 발작적으로 여주인을 죽인 사건이라 생각하겠지." 

"지독한 꼴을 당하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약간은 모호해보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달리는 기차안 삐에로가 화장실에서 이마에 총을 맞고 시체로 발견된다. 그런데 문을 열자 30초 후에 시체가 사라져버린다. 많은 목격자들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하얀 거인이 나타나 기차를 들어 올리고. 키가 작은 남자는 참혹하게 대롱거리는 목매달린 시체 앞에서 만주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이런 장면들이 묘사되어있는 글에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단편인가? 이거 잔인한데?하면서 읽어갔다. 그러다가 뒷편으로 갈수록 모든 사건들이 이어지고 왜 그런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하나 하나 이해하게 되면서 와 이거 대단하데!로 바뀌게 된다. 역시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그 진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사할린에는 지금도 일본인이 강제로 보내 노동을 시킨 조선인 4만 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일본인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탓이라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도리에 어긋난 일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진정한 일등 국가가 못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화를 내는 일본인도 있지만 저는 정말로 일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할린에는 지금도 일본인이 강제로 보내 노동을 시킨 조선인 4만 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이 문구에 그동안 우리가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는 그들을 위해 뭘 해야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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