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라는 말로 요약될 것 같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제목부터 독특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만났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로는 정말 나를 멘붕하게 만나지만 에세이는 정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 이 작가 정말 내 스타일이야!를 외치게 되는 작가다.

저자는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라고 말하지만.

내겐 무라카미 하루키의 우롱차같은 에세이가 맥주보다 더 좋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다 읽고 난 후의 느낌 역시.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야!

'해변의 카프카'라는 소설이 고등학생이 뽑은 인기 소설로 상을 받았다는 글이 있는데 내 기억으론 '해변의 카프카' 분명히 눈으로 본 기억은 난다.

하지만 기억이 안난다. 제목만이 남아있을 뿐. 이런 상황이니 하루키의 에세이를 향한 나의 편파적인 애정은 참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같은 작가의 글인데 왜이리 다른 느낌인지 그 이유를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책을 읽는데 저자도 다른 작가의 글이 불편하다, 싫다는 표현을 보며 아! 하루키도 그런데 나는 정상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에세이만 좋아하는 독자를 하루키도 이해를 하겠지라는 생각.

"솔직히 말해 나는 오랫동안 이 작가가 왠지 불편했다. 문체나 사물을 보는 견해가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좀처럼 끝까지 다 읽지를 못했다. 작가로서의 가치를 부정하는 건 아니고 그저 취향이 맞지 않는다."

소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겠지!

에세이를 통해 만나는 하루키는 굉장히 솔직한 것 같다.

평범하지도 않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노골적이다. 어찌보면 직설적인 자신의 이야기에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더 호감이 가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속에 드러난 독특한 하루키만의 세상보기가 부러운지도.

아니다 평범한 일상일 수는 없겠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몇년간 살고 북유럽이나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하루키의 일상이 평범할수는 없겠지!

내가 경험해볼 수 없는 세상이 하루키의 평범한 일상이라서 더욱 신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책을 통해서만 그런 일상을 맛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뭐라고 할까 그의 에세이 글에는 고양이의 도도함 같은게 느껴진다. 표현이 이상한가.

그랬다가도 햄버거가 먹고 싶으니 1달러만 달라는 걸인에게 선뜻 1달러를 건네는 사람.

책이 아닌 곳에는 사인을 잘 하지 않고 사인회도 싫어한다면서 사인회에서 예쁜 여인들이 사인을 받고 얼굴에 뽀뽀를 해달라는 것엔 기꺼이 주저하지 않는 사람.

몸속의 초콜렛을 좋아하는 난쟁이를 위해 일년에 한두번 초콜렛을 사기위해 편의점을 간다는 사람.

양배추 채썰기를 잘하고 굴튀김등의 요리도 잘하는 사람.

예쁜 여자들이 좋다는 말도 거침없이 하지만 아내가 있는 사람.

이 사람이 무척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솔직함이 마음에 들어 자꾸 자꾸 그의 에세이를 찾게된다.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딱히 줄거리가 있어서 이렇다라고 요약하기가 참 힘들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라는 말로 요약될 것 같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주간 「앙앙」의 인기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일 년 치 글을 묶은 것이다.

2009년, 작가가 오랜 휴식을 끝내고 10년 만에 연재 "

아! 이 책의 1탄 무라카미 라디오가 읽고싶어진다. 그런데 2001년도 작품이라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을 해도 판매를 하지 않는다.

도서관이랑 서점들을 한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