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A WORKING THEORY OF LOVE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로봇에게서 사랑을 배우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책 제목에서 달달한 느낌의 사랑이야기가 들어있을거라는 생각에 가볍게 들었다가 생각지못한 깊은 이야기로 무겁게 읽어나가야했다.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장을 토대로 사람과 대화를 하는 로봇을 만들려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의 조금은 방탕해보이는 듯한 의미없는 사랑에는 별로 눈길이 가지 않았다.

왜 이렇게 사는 것이냐!라는 한심한 생각과 이혼한 전처와의 생활도 눈에 뻔히 보여서 정말 사랑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까?라는 생각까지 들곤 했다.

남자는 왜 하필 자살한 아버지의 기억을 담은 로봇을 만들고 싶었을까? 계속 그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아버지는 자신을 사랑했다고 믿고 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런데 남자의 내면에서는 그런 것들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탄생에 대한 비밀과 아버지와 어머니가 왜 행복한 삶을 사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지.

아버지가 자살에 이를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아버지의 기억을 담은 로봇을 통해서 해답을 얻고자 했던 것 같다.

살아 생전 아버지와 좀 더 가깝게 지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를 이 로봇을 완성함으로써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쇠붙이일 수밖에 없는 로봇에 사람들이 가진 기억만을 담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직접 쓴 생각과 사실을 담은 방대한 일기를 넣는다고 해서 로봇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로봇이 사랑을 가진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단지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점점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간에 가까운 감정을 가진 대화가 통하는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 남자의 마음도 흔들리게 되는 것 같다.

비록 로봇을 통해서였지만 외롭게 자신만의 싸움에 지쳐서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을지도.

 

 

 

 

 

 

"그럴지도. 닐, 최근에 내가 내 삶과 친구들의 삶을 살펴본 다음에(잘못된 게 아주 많지), 혼자서 생각을 했단다.

'내가 뭘 알지?' 내가 아는 게 대체 뭐지? 그 답은 '별로 없다'는 거였어." - 332PAGE

 

 

아버지의 기억을 담은 로봇과 남자의 어머니는 서로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남자와 어머니의 대화를 통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처음과는 많이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서로에 대해 점점 이해를 하게 되고 아들도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어 줄줄 알게 된다

남자는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를 알고 로봇을 통해서 둘을 화해시키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문제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을 지도 모르는다는 인정할 수 없는 사실.

이미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의 기억을 담은 로봇과 대화를 하며 용서를 받고 용서를 했던 것이 아닐지.

 

친절하게 모든 등장인물들의 생각들을 다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니여서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이지 않을까?하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읽게된다.

아마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읽는 느낌이 달라질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다른 이론은 필요치 않아. 그 기계는 네 아버지의 사랑을 갖고 있지 않아.

네가 네 아버지가 널 사랑했다는 걸 믿지 않으니까 말이다."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도 없다.

그 소중한 존재가 어쩌면 나로 인해 상처받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지. 내게 털어놓지 못하고 어두운 마음에 갇혀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단 생각이 든다. 언제나 곁에 있어줄 것만 같은 존재도 슬퍼할 줄 아는 존재임을 말이다.

비록 아버지는 자살을 했지만 책 속의 주인공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진솔한 마음의 대상도 찾게되고 남아있는 가족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을 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는 것.

보지 않으려고 눈감고 귀막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것.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보다 쉽게 읽어내려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면 내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하는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사랑을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며 사랑의 깊이를 더욱 깊게 만들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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