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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마이클 에니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포르투나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포르투나" 정말 며칠 동안 들고 있으니 나를 완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확 빠져들게 했다가 머리가 멍해지게 만들어버렸다.
아무래도 평소 편독이 심한 나의 글읽기의 한계를 격하게 느낀 책이었던 것 같다.
역사소설은 확실히 배경지식이 있어야 그 이야기 속에 빠져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전에 읽었던 역사소설에도 그런 것을 느꼈는데 이번엔 정말 절실하게 느꼈다.
포르투나는 르네상스를 배경으로 역사와 철학, 정치학이 정교하게 얽혀있다고 하니 그런 것들을 전혀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덮고 난 후 인터넷 검색으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알랙산더 6세, 후안, 다미아타, 체사레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살펴보며 ]
"포르투나"에 나온 인물들의 모습과 사건들이 다시 한번 머리 속에 자리를 잡는 것에 놀라게 된다.
전혀 모르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오던 마키아벨리와 후안, 체사레, 알랙산더 6세의 관계가 책을 통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들 역사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하는 것인가보다.

"다음 이야기는 전적으로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은 실제 역사 속에 있었던 사람들로,
그들이 행한 일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이루어졌는지
모두 다 역사 속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다만 그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일들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 - 14page 본문중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한다.
교황 알랙산더 6세가 가장 총애하던 아들 후안이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후안이 지니고 있던 부적을 목이 없는 시체의 주머니에서 발견된다.
후안을 죽인 범인은 누구였을까? 이 사건은 실제 사건이다.
끔찍하게 목이 잘린 상태로 발견된 여인들을 죽인 범인은?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교황은 후안의 정부인 다미아타를 잡아들인다.
손자를 볼모로 삼아 다미아타를 연쇄살인의 시체들이 발견된 이몰라로 보낸다.
그곳에서 다미아타는 마키아벨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만나 사건을 풀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초반에는 다미아타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고
후반에는 마이카벨리의 편지로 이야기가 서술된다.
다양한 시선으로 친절하게 보여지는 사건이 아니라서 머리 속에 상상하면서 읽어야하기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흐름을 놓쳐서 제대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불운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다미아타의 이야기는 아들을 향한 사랑과
그녀를 통해 화려한 르네상스 시대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실제로 마키와벨리와 다미아타가 애절한 사랑을 했었는지 사실여부도 궁금해진다.
"아버지, 왜 아벨의 제물은 받으시고 카인의 것은 받지 않으셨는지 말해주십시오. 카인에게 그럴 자격이 없었습니까?
카인은 용맹스런 사자와 같은 아이가 아니었습니까? 카인은 전쟁에 능했던 왕이 아니었던 겁니까?
아벨이 패배와 치욕만을 아버지께 안겨 주고 난 뒤, 당신의 군대를 전장으로 이끌고
연전연승을 거듭한 건 카인이 아니었습니까?" - 579 page
그리고 이 절절한 문구가 이제와서야 마음에 와닿는다.

책 제목에 나오는 포르투나. 운명의 여신은 마키아벨리에게 잔혹한 여신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를 노린 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으로 투옥되고 밧줄로 묶어 24시간 매달리는 고문을 받았고
여생을 작은 농장에서 칩거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하니 한 때 피렌체 공화정부의 서기관으로 재직 중, 외교ㆍ군사면에서 활약, 동시에 했던
그에겐 정말 잔혹한 운명을 준 것 같다.
마키아벨리가 이상적인 군주상으로 삼은 것이 바로 체사레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체사레 밑에서 일했다는 사실.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책을 읽었다면 더 재미나게 있었을텐데!!!

책 초반에 등장인물과 윌리엄 해리슨 애딩톤이 1903년에 쓴 저서 체사레 보르자에서 발췌한 부분을 담고 있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역사소설에 약한 사람이라면 꼭 이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검색을 통해 더 많은 역사적 배경지식을 살펴본 다음에 읽어볼 것을 권해본다.
뒤늦게 책을 덮고 난 후 느끼게되는 이 재미를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