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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마르첼로 시모니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월
평점 :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 1953년에 시작된 방카렐라 상은 제 1회 수상작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그 이듬해에 노벨상을 타게 되면서, '노벨상을 타려면 먼저 방카렐라 상을 타야 한다'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헤밍웨이 이후에도 닥터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아이작 싱어를 비롯한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 작가와 움베르토 에코, 존 그르샴 같은 걸출한 작가들을 많이 배출했다. "
그런!! 방카렐라 상을 받은 작가, 마로첼로 시모니의 책이기에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상승했다.
게다가 장미의 이름을 능가하는 책이라는 소개 문구에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장미의 이름을 능가할까?라는 호기심까지 더해졌다.
숀 코넬리의 장미의 이름은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인데도 지금까지 책장에 독을 묻혀 책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는 것이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흐르는 눈물을 집어 삼키고 도망자는 말고삐를 마구 흔들어대며 말을 재촉했다.
그러나 비비엔은 말이 낭떠러지에 너무 가까이 가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눈과 진흙 때문에 불안정해진 토양이 말발굽 아래에서 허물어지면서 비비엔은 말과 함께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앞부분을 여러 번 다시 반복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냐시오, 윌라름, 우베르토 주인공들의 지칭도 상인, 프랑스인, 소년으로 왔다 갔다해서
처음엔 캐릭터를 머리 속에 집어넣느라 바빴다.
그냥 이름으로 하지 왜 이냐시오라고 했다가 상인으로 했다가 표현을 한 것인지 그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해졌다.
1/3 정도 읽었음에도, 평소 내 입맛에 맛는 책들만 읽어왔기 때문인지 몰입도가 떨어졌다.
아마도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천사들을 불러내는 주문이 적힌 책 우테르 벤토룸.
저주받은 책! 뭔가 어마어마한 신비로움을 지닌 책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첫 권이라그런지 어떤 책일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는 나오지만 그 존재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뒷심은 강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다시 앞페이지를 돌아보니 그제서야 아 이게 이런 이야기구나하며 이해가 된다.
십자군전쟁과 중세시대의 배경 지식이 전혀 없는 나를 보며 역사 공부를 정말 해야겠다 느꼈다.
뒷부분의 저자와 역자의 후기를 읽어보니 이 책의 이야기는 실존했던 "생 베므"라는 단체를 담고 있었다.
역사적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으니 이제와 검색을 통해 십자군 전쟁을 찾아보고 그 당시의 배경을 이해하고 난후
이야기를 떠올려보니 처음과는 너무도 다른 것들이 느껴진다.
우테르 벤토룸때문에 13년간이나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했던 상인을 통해 중세시대의 권력, 야망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십자군 전쟁으로 어린 시절 눈앞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잃었던 프랑스인을 통해 전쟁의 이면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었다.
역사책에서는 몇줄로 요약되는 십자군 전쟁의 이야기를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던 것 같다.
평소 관심없던 중세, 십자군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한 책.
학교 교과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전쟁의 이면들이 책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저자의 의도가 나에게 통했다!
"중세시대에 앎에 대한 유혹은 곧 죄를 의미했습니다. 오직 기도만이 영생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로 여겨졌으며, 많은 이들이 세상의 종말과 천국의 도래만을 기다리면서 살았습니다. 중세에는 박해의 역사가 있었고 종교재판이라는 무시무시한 왜곡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전후 8회에 걸쳐 감행한 원정에 참여한 군사를 십자군이라고 부른다. 당시 전쟁에 참가한 기사들이 가슴과 어깨에 십자가 표시를 했기 때문에 이 원정을 십자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십자군에게서 종교적 요인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와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을 간단히 종교운동이라고 성격지을 수는 없다. 봉건영주, 특히 하급 기사들은 새로운 영토지배의 야망에서, 상인들은 경제적 이익에 대한 욕망에서, 또한 농민들은 봉건사회의 중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희망에서 저마다 원정에 가담하였다.
그 밖에 여기에는 호기심 ·모험심 ·약탈욕구 등 잡다한 동기가 신앙적 광분과 합쳐져 있었다. 대체로 십자군시대의 서유럽은 봉건사회의 기초가 다져지고 상업과 도시의 발달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어서 노르만인의 남(南)이탈리아 및 시칠리아 정복, 에스파냐의 국토회복운동, 동부 독일의 대식민활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주변 세계와의 경계를 전진시키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배경에서 십자군도 정치적 ·식민적 운동의 일환이 될 수밖에 없었고, 종교는 이 운동을 성화(聖化)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출처] 십자군 | 두산백과
교황권은 바닥으로 황제와 상인의 영향력이 강화.
코난 도일의 몇몇 단편과 무엇보다도 애드가 앨런 포의 작품 :붉은 죽음의 가면"을 기리지 위한 의도로 붉은 가면을 소재로 선택했다고 한다. 저주받은 책을 찾기 위해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는 장면들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글자를 통한 수수께끼풀이는 나는 전혀 풀 수 없는 문제들이기에 아쉬웠다. 추리소설 특유의 재미같은 내가 주인공으로 몰입해서 풀어가는 재미는 찾진 못했다. 2,3권에서는 그런 재미를 좀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