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문명의 배꼽, 그리스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모음료 CF!!
라라리 라리라라~ 날좋아한다고라는 닭살 돋는 배경음악과 함께 늘 거리는 하얀 옷을 나풀거리는 미모의 여인과 새하얀 벽.
그리고 하늘보다 더 새파란 지붕의 집들. 그림 속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들이 그리스의 이미지였다.
예전에 보았던 그리스 관련 책들도 그런 느낌의 책들이었다.
솔로로 떠난다면 꼭 애절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 속 이야기로 그런 이미지가 더 굳어졌던 것 같다.
 
그런데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보면서 내 머리 속에 있던 그리스가 정말 이 곳인가 말인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선 이 책 속에는 화려한 그리스를 담은 사진은 단 한장도 없었다. 단 한장도!
사진과 함께 저자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리스엔 허허벌판에 돌덩이만 있다는 거야?
도대체 뭘 보러 그리스로 여행을 간다는거지?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여행이란 정말 뭘 알고 봐야 길바닥의 돌맹이도 달라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
 
 
 
 
 

 

 
 
 
 
 
"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려다.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 쪽이었다.
시위대가 운집해 있던 그곳에서 은퇴한 약사가 자신의 머리를 권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평생 약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하던 이 노인은 정부의 연금 삭감에 죽음으로 저항한 것이다.
......
나는 조국을 믿고 성실하게 일하며 연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조국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내게 이런 조국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내 삶을 선택할 권리는 나에게 있다!
......
아네테에 도착하여 공항버스에서 막 짐을 내리려는 순간,
아테네 민주주의의 심장인 신타그마 광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저자가 방문한 그리스는 첫인상부터 달랐다. 파란 지붕의 환상적인 이미지 이면에 감춰진 그리스를 보여줬다.
예전의 화려함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그가 들려주는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 이야기는
눈에 보여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도 그곳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알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걸 절절하게 알게해준다.
경제위기로 어수선한 그리스. 그 안에서 그들의 조상들이 남겨온 흔적을 따라 간다.
 
 
 
 
 

 

 
 
 
 
 
"이 책은 이십대의 청년이 가슴에 새긴 꿈을 나이 오십을 앞두고 실현한 긴 여행의 기록이다."
 
저자가 20대 후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를 읽고 그리스 여행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고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으면서 몇십년에 걸친 꿈을 이루다니.
그의 열정과 결단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1년 겨울부터 시작된 그리스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한권이 출간되었지만 이를 시작으로 펠로폰네소스 편 3권, 아티카 편 4권, 테살로니키 1권, 마그나 그라이키아 2권으로
두 10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정말 엄청난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를 매혹한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를 먼저 읽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허허벌판의 폐허 속에서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줬을까!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몇십년이 지난 후, 결국 그리스에 발을 들여놓게 했을까!
또 그리스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신화뿐만 아니라 그들의 역사도 알아야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하는 유적지를 보며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다 알지 못하는 것들도 많아서 다시 한번 그리시 신화를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처음 책 속 그리스의 폐허를 보며 도대체 뭘 보러 이 곳에 여행을 갈까?라는
생각에서 이 곳에 한번 발을 들여놓고 싶다는 충동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매력에 빠진 것일까?  그리스라는 곳에 더 흥미가 생긴다.
 
아마도 그리스 신화와 역사를 더 공부한 후에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지금은 볼 수 없었던 것들이 툭툭 튀어나올 것 같다.
한낱 절벽으로만 보이던 사진이 병약한 아이를 국가를 위해 아래로 던졌던 곳이라는 것이라는 알게 되는 순간 달라보이는 것처럼.
 
 


 

 


 
 
 
 
'빨간 얼굴들의 마을'이라는 곳에서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이 책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소박한 식탁과 사람들의 모습,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그리스의 현재가 아닐까싶다.
어딜 가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그런 까닭에 신화나 전설이 없는 마일이 없고 독립운동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을 경우 마을 입구에 동상을 세우거나
독립영웅의 별명이나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마저도 바꾸는 사람들.
그럼으로써 그들이 살아가는 땅을 다른 어느 곳보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아끼는 사람들.
그 사람들때문에 공허함이 가득담긴 폐허가 예전의 화려함과 명성을 담고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올림피아 박물관을 영국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등 쟁쟁한 명성을 가진
어떤 박물관도 이곳만큼 발길을 붙들지는 못한다고 표현했는데
평소 루브르 박물관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내게 다시 한번 도대체 올림피아 박물관은 어떤 곳이길래!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발길을 붙드는 그 그리스의 매력! 정말 궁금하다.
 
 
 
 

 

 
 
 
"그렇다네. 가장 좋은 여행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돈만 준비되었다면 그냥 책과 속옷을 가방에다 잔뜩 꾸려서,
택시를 불러서 기차를 타고, 이튿날 아침에는 이탈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그런 식으로 사내답게 결정을 내리는 삶. 나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었네.
옷을 차려입고 창고를 열어 각반을 차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이마에 띠를 두르고, 물을 한 바가지 퍼 담고, 성호를 그은 다음에야 출발하는 대신에 말이네."
 
 
책 속의 이 말이 어쩌면 내가 나이 오십을 앞둔 순간,
내게도 꿈을 실현하게 해준 말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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