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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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책 제목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빰을 스칠 때 누군가 문득 떠오르는 사람.

같이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떠오를 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생각날 것 같다.

몇번을 되뇌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느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 책의 느낌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흠뻑 빠지게 될것 같다.

지금 내게 홀로 나를 돌아보고 여행지의 사람들을 오롯이 만나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해볼 수 없는 것, 다가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들에 더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현실의 내가 해보지 못한 여행지와 그곳에서의 경험들을 글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1# 심장이 시켰다
일상에서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게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나서의 시간은 순순히 내 말을 따라준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넓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곳은 단지 세상의 조각에 불과했어. 나하고 정말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 겨우 그 사실을 알았고 그건 충격이었지. 다른 기후 속에서 생각을 하고,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꿈을 살고 있었지. 나의 정반대 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 시간에 깨어나서 치열하게 뭔가를 붙들고 있었거든. 난 가능한 한  세상의 모든 경우들을 만나볼 거야." 
세상의 모든 경우들과 악수하기 위해선 언어가 문제였으므로 그 친구는 언제나 사람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그들과 섞이려고 애썼다. 여행이 끝나는 시점이 언제일진 몰라도 아마도 그때쯤 그의 얼굴은 더 검게 그을려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했다.
"넌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널 좋아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경험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네 옆에 있고 싶어할 테니까."

 

 

여행은 사람을 철들게 하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고 한다.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책을 읽고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다.

  

시인의 여행 에세이라서 그런지 책 속의 글들은 낭만적이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뒤 나만의 생각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책이 그런 것들을 참 잘 담아두고 있다.

여행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떠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작가를 따라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때의 감정들을 함께 하게 된다.

 

예전 여행했던 곳을 방문하며 예전 여자친구를 떠올린다거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여행지에서 매일 산책을 함께했던 강아지가 이별에 마음이 안좋아한다는,

어찌보면 굉장히 사소한 이야기들에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성을 담고 있다.

여행이란 아무리 사소한 일상의 일이라도 그 속에서 지나칠 수 있는 감성을 뽑아내게 하는 마력을 지닌 것 같다.

 

 

57# 이별이었구나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후배에게 문자가 왔다.
- 이번 여행은 여운이 너무 길어서 힘드네요.
이럴 때 형은 어떻게 해요?

나는 이 말은 하지 않았다.
단 한 번 여행을 떠난 것뿐인데 이토록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여행도 있는 거라고.

 

아, 이별이었구나
나는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느라 한 번도 뒷일을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이별이 아팠구나. 미안하다. 나, 이토록 텁텁하게 살아서. 정말 미안하다. 음식을 만들며서도 음식에 다 감정을 담는 것인데 하물며 나라는 사람, 이렇게 모른 척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할아버지가 사시미를 준비할 때, 할아버지의 손놀림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다소 걱정하는 듯이 행복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다소곳하면서도 정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교토의 '기코우',

작가가 평생 담고 싶은 그림을 담았다는 말에

언젠가 내 옆지기와 함께 이곳에서 가서 서로의 마음에 같은 그림을 넣어오고 싶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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